화성에서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인간이 지구 밖 삶을 꿈꾼 지 오래다. 특히 화성에 대한 꿈은 영화 ‘마션’처럼, 긴 세월과 함께 구체적으로 변화했다.

인간이 화성에서 살게 됐을 때 일상은 과연 어떨까? 새로운 환경에서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물과 공기를 확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는 언제나 환경에 적응해 왔다. 새로운 행성에서도 새로운 삶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일상을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풍요롭게 만들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스포츠를 즐긴다. 지구에서도 야구를 사랑하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성에서도 야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화성에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을까? 즐길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투수와 타자 대결, 어떻게 바뀔까?

지구에서 공의 궤적은 투수 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중력과 공기역학이라는 두 가지 힘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우리가 알던 물리학이 무용지물이 된다.

투구의 핵심에는 마그누스 효과가 있다. 이 힘은 공기 밀도가 높을수록 강해진다. 그러나 화성 대기압은 지구의 약 1%에 불과하다. 힘이 절대적인 0은 아니겠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회전이 핵심인 변화구는 공 자체에 회전은 생기지만 궤적은 포심과 비슷하게 직선에 가까워진다.

포심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구에서 시속 95마일 패스트볼은 공기 저항 때문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할 때쯤이면 약 8~10마일의 속도를 잃는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속도 감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화성에서는 중력이 지구의 38%밖에 안된다. 공기 저항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속 95마일로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까지 거의 95마일을 유지한다. 타자 체감보다 공이 높게 들어오는 ‘라이징 패스트볼’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반대로 타자가 만드는 타구 질은 어떨까? 타구 비행 거리는 초기 속도와 발사각, 그리고 중력과 공기 저항으로 결정된다. 포물선 운동 법칙에 따라 공기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 비거리는 중력에 반비례한다. 지구에서 100미터를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비거리는 약 2.63(1/0.38)배 증가해 약 263미터 이상을 날아간다. 지구에서는 2루 베이스(비거리 약 40m) 위에 떨어지는 플라이볼이 105m나 날아가는 장타가 된다.

< 외야수 앞 안타가 많은 아라에즈도 화성에선 홈런왕이 될 수 있다 >

마찬가지로 타구 역시 외야로 날아가는 동안 속도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외야수들은 더 넓은 수비 범위를 더 빠르게 커버해야 한다. 타구가 더 멀리 가고 체감 구속이 빨라지면서, 변화구 위력이 줄어든다면 전략은 의미가 줄어든다. 체스 같은 전략 경기가 아닌 헤비급 복싱 같은 힘 경기로 변화할 것이다.

 

지구 환경을 만드는 건 어려울까?

지구에서는 경기를 방해하는 기후 같은 변수를 견디도록 돔 구장을 사용한다. 화성에서도 돔을 만들어 지구와 비슷한 대기압으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시도조차 어렵다.

앞서 말했듯 화성 대기압은 지구의 약 1%다. 내부 압력을 지구 수준으로 만들면 외부 압력 차이가 생긴다. 기압 차이는 돔 구조물 전체를 외부로 밀어내는 거대한 인장 상태로 만든다. 구조물은 지면에서 통째로 뽑혀 나오려는 힘을 견뎌야 한다. 스스로 찢어지려고 하는 현상 때문에 경기장 크기도 제한적이어서 외야 범위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대안은 지하다. 화성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거대한 용암 동굴을 찾아 내부를 밀폐하거나 인공적인 지하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기장 수준 크기를 구현한 돔 구장이나 지하 구장도 지구 같은 투타 밸런스를 맞추지는 못한다. 공기 밀도는 맞춰도 중력을 지구 수준으로 구현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 정거장에서는 인공 중력을 위해 회전으로 원심력을 만든다. 하지만 경기장 같은 큰 구조물을 고속 회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와 비용, 기술을 요구한다. 지하 경기장을 회전하는 것은 더 어렵다.

< 스페인에 있는 용암 동굴, 쿠에바 데 로스 베르데스 >

중력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공을 더 무겁게 만들면 된다. 공 질량을 지구 약 2.6배로 증가시키면 화성 중력 아래에서 공 무게 체감이 지구 공과 동일해진다. 선수들이 공에 가하는 힘이 같다면 공의 비행거리와 최고 높이는 지구에서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이 정도 무게의 공은 이미 훈련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공이 무거워지면 초속도는 다소 감소하지만 탄착 거리를 적절히 줄여줄 뿐만 아니라 타구가 너무 멀리 뻗어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경기장의 크기를 지나치게 확장하지 않고도 수없이 많아지는 홈런을 방지할 수 있다.

 

선수 신체 능력을 떨어뜨리는 변수

중력은 타구 궤적뿐 아닌 선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준다. 화성에서 수직 지면 반발력은 최대 50%까지 감소한다. 보행 속도도 약 40% 느려진다. 주자들은 전력 질주하더라도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수비수들은 초능력 같은 점프로 높이 뜨는 플라이볼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빠르고 날카로운 방향 전환은 어려워진다. 수직 지면 반발력이 줄면 지면과 마찰력이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슬라이딩할 때도 마찰력이 부족해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질 위험이 있다.

< 화성에선 슬라이딩이 보기 힘들 수도 있다 >

한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 아직 우주복이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않았다. 화성은 온도 변화 폭이 극단적이다. 최고 20°C에서 최저 –153°C까지 떨어진다. 이뿐만 아닌 대기 상태 등 여러 변수 때문에 지구인이 우주복 없이 버티기는 불가능하다.

우주복은 내부 압력을 유지해야 하는 압력 용기다. 모든 움직임에 저항하고 심각한 피로를 유발한다. 정밀하게 공을 던지고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고 땅볼을 처리하는 등 모든 동작을 괴롭힌다. ‘극타고투저’를 만드는 환경도 우주복 제약과 신체 능력 저하로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지구 선수보다 높이 뛸 수는 있어도 더 느리고, 서툴며, 폭발적인 힘도 부족할 것이다. 더 빨라진 체감 구속을 만나지만 스윙을 괴롭히는 우주복을 입었다면 스윙 스피드는 줄어든다(물론 구속도 줄어들 것이다). 공을 보이지도 않은 곳까지 날리기는커녕 컨택도 안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 곁에 있을 야구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는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타구가 끝없이 날아갈 수도, 타자가 공을 아예 맞추지도 못할 수도 있다.

지구에서도 야구는 늘 변해 왔다. 장비와 규칙이 바뀌고, 분석 방법이 발전하며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초창기 야구와 지금이 비슷하지만 다른 스포츠처럼 보이듯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에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규칙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질 야구를 기대해 본다.

 

참조 = Getty Images, iStock

야구공작소 이동건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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