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헤르손 가라비토(Gerson Garabito)
1995년 8월 29일생 (만 29세)
우투우타 / 183cm 100kg
2025시즌
AA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 10경기(10선발) 0승 7패 31.2이닝 28K 18BB ERA 8.53
MLB 텍사스 레인저스 3경기 8이닝 8K 1BB ERA 9.00
계약 총액 55만 6,666달러 (이적료 20만 달러, 연봉 35만 6,666달러)
삼성 라이온즈는 2025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데니 레예스와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레예스는 올해 작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삼진 능력도, 이닝 소화력도, 평균 자책점도 작년보다 떨어졌다. 부상으로 꾸준하게 출전도 못 했다. 그리고 6월 레예스는 오른쪽 발등 미세 피로골절을 받으며 말소됐다. 작년 말 코너 시볼드의 부상으로 고생했던 삼성은 결국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이 아닌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카드를 꺼냈다.
배경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헤르손 가라비토는 2012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5만 달러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입단했다. 2016년까진 루키 리그와 싱글 A를 떠도는 평범한 투수였다. 그러다 2017년 싱글A에서 15경기 전부 선발 투수로 나와 80이닝 ERA 2.81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때 활약으로 팀 내 20위권 유망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2018년 상위 싱글 A에서 142.1이닝 ERA 3.16, 2019년 더블 A에서 141이닝 ERA 3.77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팀 내 유망주 순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가라비토는 캔자스시티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캔자스시티에서 빅리그 데뷔를 하지 못하고 2021년 마이너 FA 자격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이적 후 2021년 더블 A와 트리플 A를 오가며 86이닝 ERA 4.50의 평범한 성적을 보여줬다. 이미 만 25세인 가라비토에게 구단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가라비토는 시즌 종료 후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이후 2023년까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지 않고 중남미 리그에서 뛰며 기회를 모색했다.
그리고 2024년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 A에서 선발투수로 기용되며 5월까지 30.2이닝 ERA 2.05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핵심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투수진이 붕괴된 텍사스는 5월 26일 가라비토를 빅리그에 콜업했다. 빅리그에서 대체 선발과 불펜으로 뛰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26.1이닝 ERA 4.78).
2025년 프리시즌 도중 가라비토는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하지만 개막 직전 존 그레이가 손목 부상으로 이탈하며 텍사스 투수진에 빈 자리가 생겼고, 가라비토는 빅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3월 29일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2경기에서 6이닝 8실점을 기록했다. 텍사스는 가라비토를 트리플 A로 내려보냈다.
그 사이 2024년 팀 ERA 4.35로 리그 24위에 그쳤던 텍사스의 투수진은 2025년에 들어오며 팀 ERA 3.29 리그 전체 3위로 환골탈태했다. 2024년 부상으로 경기에 거의 뛰지 못했던 제이콥 디그롬, 타일러 말리가 복귀했고 유망주 잭 라이터와 쿠마 로커가 빅리그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불펜 역시 지난 시즌과 다르게 강력해지며 텍사스 투수진에 가라비토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이후 트리플 A에서 선발투수로 다시 빅리그 콜업을 노렸으나 10경기 31.2이닝 ERA 8.53로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빅리그 콜업은 어려워 보였다. 그 와중 삼성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 제안을 받았고, 올해 만 29세인 가라비토는 삼성의 제안에 응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가라비토는 포심, 싱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총 5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우타자 상대론 포심, 싱커, 커브를 90% 가까이 구사하고, 좌타자 상대론 5가지 구종 모두 고르게 구사한다.
< 2024년, 2025년 구종 구사율 (AAA) >
< 2024년, 2025년 우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AAA) >
< 2024년, 2025년 좌타자 상대 구종 구사율 (AAA) >
< 2025년 평균 구속 및 무브먼트 (MLB) >
가라비토의 포심 평균 구속은 약 151km/h로 빅리그 기준 평균 이하다. 무브먼트와 회전수 모두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평균 구속이 약 144km/h인 KBO 리그에서는 빠른 축에 속한다. 빅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인 익스텐션(6.8ft/2.1m, MLB 평균 1.92ft/1.92m)은 가라비토의 포심을 더욱 빠르게 느껴지게 한다. 실제로 가라비토 포심 평균 체감 구속은 약 153km/h를 기록했다.
싱커의 평균 구속은 약 150.1km로 포심과 비슷하다. 지난 시즌 싱커는 피안타율 0.306, wOBA10.353으로 위력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피안타율 0.206, wOBA 0.248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싱커의 구속이 1km/h 가량 빨라졌고, 수평 무브먼트가 1인치(약 2.54cm) 늘어나며 싱커의 구위가 향상됐다. 지난 시즌보다 타구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2025년 싱커가 허용한 타구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4.5km/h로 지난 시즌에 비해 약 8.4km/h나 낮아졌다.
지난 시즌과 다르게 가라비토는 싱커를 좌타자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표본이 적지만 이번 시즌 가라비토의 싱커는 좌타자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싱커 wOBA 2024년 0.350/2025년 0.160)
커브는 가라비토의 주무기이다. 유망주 시절 MLB 파이프라인은 가라비토의 커브를 55점, 즉 빅리그 평균 이상의 커브라고 평가했다. 2024년 피안타율 0.145, wOBA 0.229, 헛스윙률 37.5%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빅리그 평균보다 6.9인치(약 17.5cm) 덜 떨어지지만 평균 구속이 133.5km/h로 빅리그 평균보다 3km/h 빠르고, 빅리그 평균보다 2.4인치(약 6cm) 더 휘어져 나가며 스위퍼에 가까운 무브먼트을 보여줬다.
슬라이더는 무브먼트가 적어 커터에 가까운 구종이다.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43km/h로 빅리그 평균 커터 구속(145km/h)에 비하면 느린 편이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위력적인 구종이 아니었다. 무브먼트가 커터에 가까운 만큼 우타자보다 좌타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지난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간혹 우타자를 상대로 구사했을 때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2024시즌 좌타자 wOBA 0.229 / 우타자 wOBA 0.484)
평균 139.6km/h의 체인지업은 빅리그 기준으로는 평균 이하의 구종이었다. 구속과 무브먼트 모두 빅리그 기준으로는 특출나지 않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거의 구사하지 않았고 대부분 좌타자를 상대로 구사했다.
그동안 가라비토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보다는 카운트를 잡기 위한 용도로 구사했다. 하지만 KBO에서 가라비토보다 빠른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투수는 5명에 불과하다. 체인지업의 위력을 뒷받침해 줄 패스트볼 역시 정상급이다. 트리플 A에서 2년간 40%에 가까운 높은 헛스윙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했을 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 2024 ~ 2025년 카운트 별 구종 구사율 >
< 2024 ~ 2025년 카운트 별 구종 구사율(좌 : 우타자, 우 : 좌타자) >
< 2024, 2025년 구종 별 헛스윙률, xwOBA2 (AAA) >
가라비토는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와일드씽 유형의 투수다. 통산 삼진율(K%)은 20.3%의 준수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지만, 통산 BB%는 10.3%로 커리어 내내 불안한 제구력을 노출했다.
지난 시즌 BB%를 5.7%로 낮추며 제구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지만, 이번 시즌 12.2%로 폭등하며 다시 어려움에 겪고 있다.
< 가라비토 연도별 K%, BB%(마이너리그) >
< 가라비토 리그 수준별 K%, BB% >
가라비토는 이번 시즌 특히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좌타자를 상대로 존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이 많았다. 특히 변화구인 커브와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가라비토가 허용한 홈런 8개 중 7개가 좌타자를 상대로 나왔으며, 이 중 5개의 홈런은 Heart존3에 몰린 공에서 나왔다.
< 2025년 좌타자 상대 커브&슬라이더 Hexbin 차트 (AAA) >
< 2025년 좌타자 상대 피홈런 차트 >
풍부한 선발 경험과 건강은 가라비토의 장점이다. 유망주 시절부터 꾸준히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2017년 한 달간 부상으로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커리어에 눈에 띄는 부상 이력은 없다.
전망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BABIP가 지난 시즌 0.271에서 이번 시즌 0.337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마이너의 호성적이 운이 따른 결과였다면 이번 시즌 부진은 불운이 겹친 결과일 수 있다.
KBO에서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만큼 이번 시즌 급증한 피홈런을 줄이는 것이 가라비토의 최우선 과제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KBO 타자들에게도 맛있는 먹잇감이 될 것이다.
이번 시즌 급등한 BB% 역시 낮출 필요가 있다. 마이너에서 제구력 문제를 겪었던 감보아가 KBO에서 압도적인 구위를 통해 제구 문제를 어느 정도 감춘 것을 고려하면 가라비토 역시 본인의 구위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라비토의 포심은 KBO에서는 빠른 편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이번 시즌 좋은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싱커를 적극적으로 던져 땅볼을 유도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즌 삼성 내야의 수비 관련 득점 기여도가 리그 전체 3위인만큼 땅볼을 유도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시점 삼성은 리그 5위지만 1위 한화와는 4.5 게임 차로 여전히 우승 경쟁을 노릴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가라비토의 KBO 데뷔전은 6월 26일, 한화전으로 예정되어 있다. 가라비토의 활약에 따라 삼성의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야구공작소 탁원준 칼럼니스트
참조 = Fangraphs, MLB.com, Baseball Savant,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마루, 장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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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잘 봤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