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O 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리포트 –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

제이크 케이브(Jake Cave), 두산 베어스

1992년 12월 4일(만 32세)

외야수, 좌투좌타, 183cm, 91kg

2024시즌(MLB) 콜로라도 로키스

123경기 346타석 7홈런 0.251/0.290/0.396 BB/K 0.18 wRC+ 75

계약 총액 10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 계약금 20만 달러)

지난해 7월 두산 베어스는 OPS 0.842를 기록 중이던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과감하게 제러드 영으로 교체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영은 후반기 38경기에서 홈런 10개 OPS 1.080을 기록하며 파괴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산은 시즌이 끝나고 영과 재계약 협상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까지 MLB에서 활약했던 제이크 케이브를 새롭게 영입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였던 만큼 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경

케이브는 대학 시절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투타를 겸하며 대학 코스탈 플레인 리그1에서 유망주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치를 인정받은 그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에 6라운드(전체 209번)로 지명됐다. 당시 케이브가 받은 계약 보너스 80만 달러는 양키스가 해당 드래프트에서 준 보너스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케이브의 프로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입단 첫해인 2011년 루키 리그 데뷔 경기에서 무릎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첫 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이후 2013년 부상에서 돌아와 싱글 A에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케이브는 당시 타자에게 불리했던 찰스턴 홈구장에서 115경기 2홈런 OPS 0.748, wRC+ 117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비록 홈런은 2개에 그쳤지만, 남대서양 리그2 2루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중장거리형 타자의 면모를 보였다.

이듬해 하이 싱글 A와 AA를 오가면서 7홈런 OPS 764, wRC+118로 평균 이상의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2015 시즌이 시작하기 전 양키스 유망주 랭킹 17위에 올랐고 당해 AAA까지 콜업됐다. 다만 입단 당시부터 지적받았던 홈런 생산 능력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었다.

그의 파워는 2017년 큰 성장을 보였다. AAA에서 297타석 만에 무려 1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AA에서 기록한 5개의 홈런까지 더하면 한 해 20개의 홈런을 쳤다. ISO(순장타율) 역시 0.236으로 전년도 AAA에서 평균 수준의 수치(0.140)였음을 고려하면 장타력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케이브의 성장엔 타석에서의 접근 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하체를 더 활용하는 등 메커니즘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장타를 노릴 수 있는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등에선 더 강력한 스윙을 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타석에서 자신감을 심어 줬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양키스의 외야는 애런 저지, 브렛 가드너, 자코비 엘스버리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2018시즌을 앞두고 지안카를로 스탠튼까지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케이브를 위한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그의 MLB 데뷔는 2018년 루이스 힐과 트레이드되어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한 이후 이뤄졌다. 케이브는 빅 리그 첫해 91경기 13홈런 OPS 786, wRC+ 109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19년에도 72경기 8홈런 OPS 0.805, wRC+ 114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이후 매년 AAA와 빅 리그를 오가며 팀의 4번째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러다 2021년 허리 부상으로 인해 2년 동안 OPS 0.541, 0.644로 내리막을 걸었고 2023년 웨이버 클레임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2024시즌에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현금 트레이드됐으며 데뷔 후 가장 많은 123경기에 나섰지만 결국 주전급으로 올라서진 못했다.

케이브의 전체적인 커리어를 살펴보면 AAA에선 두 자릿수 홈런과 OPS 0.8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생산력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빅 리그에선 주전으로 올라설 만큼 특별한 장점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에게는 선구안과 파워가 약하다는 꼬리표가 지속적으로 따라다녔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두산에 합류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타격

케이브는 홈런보단 2루타를 많이 생산하는 갭 히터 유형의 타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좋은 발사각을 바탕으로 구장 곳곳에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다. 지난해 그의 적정 발사각 비율(LA Sweet spot%)은 35.8%로, MLB 상위 29%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LD%) 역시 MLB 평균(24.7%) 이상인 27.9%를 기록했다. 또한 아래 <표1>과 같이 좌, 중, 우 코스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보낸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케이브의 성향은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에서 많은 2루타를 생성하기에 유리할 수 있다.

< 표1 = 최근 3시즌 MLB 타구 방향 >

실제로 2023년 AAA IL(인터내셔널 리그)에서 275타석 만에 2루타 30개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올랐다. 당시 2루타 순위권 선수 중 케이브만이 유일하게 200대 타석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2루타 생산 능력을 보였다.

< 2023년 AAA IL 2루타 순위 >

앞서 언급했듯, MLB 시절 케이브의 가장 큰 약점은 선구안과 파워였다. 그는 타석에서 적극적인 스윙을 가져갔다. 지난해 52.6% 스윙률을 보이면서 MLB 평균보다 5.4% 높은 적극성을 보였다. 다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케이브의 지난해 존 밖 스윙률은 33.4%로 MLB 평균인 28.5%에 비해 5%가량 높았다. 즉,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갔다.

그렇다고 컨택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헛스윙%는 MLB 평균보다 3% 정도 높은 28.2%를 기록했다. 파워 역시 2018년 13홈런 이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MLB 수준에서 케이브는 무색무취한 타자였다.

< MLB 스윙, 컨택 관련 지표 >

하지만 MLB와 환경이 다른 KBO 리그에선 다를 수 있다. 파워와 선구안 모두 AAA에서는 큰 약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먼저 파워는 2019년 이후 부상 연도(2021년)를 제외하면 ISO 0.2, 장타율 0.5 이상과 두 자릿수 홈런을 꾸준히 기록했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과 2023년에는 타석당 홈런 개수(HR/PA) 각각 0.038과 0.068로 평균 이상의 홈런 생산성을 보여 줬다. 특히 2023년 HR/PA 0.068은 리그 최정상급 성적이었다.

아래 타구 분포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AAA에서는 MLB에 비해 당겨서 뜬공을 많이 생산해 냈다. 당긴 타구 비율 역시 10%가량 높았다. 또한 2023년 때린 16개의 홈런 중 10개가 홈 플레이트 기준 우측에 위치했다. AAA에서 케이브는 마음만 먹으면 당겨서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였다.

 

< AAA 스윙, 컨택 관련 지표 >

선구안도 AAA 수준에서는 준수한 모습이었다. 비록 2023년에는 존 바깥 스윙%가 30.7%로 2024년 MLB 기록(30.6%)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볼넷과 삼진에 관련된 수치는 차이가 있었다. 아래 표와 같이 볼넷 비율(BB%)과 볼넷/삼진(BB/K) 수치 모두 AAA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볼넷 비율은 두 시즌 연속 11%대를 기록했고 삼진율도 20% 초중반대를 기록했다. 

물론 2023년 AAA IL에서 좁은 ABS로 인해 리그 전체 볼넷 비율이 증가했다. 다만 통산 볼넷 비율이 8.4%인 점과 이미 2022년에도 볼넷 비율 11.3%로 2023년과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던 만큼 AAA에선 리그 평균 수준의 볼넷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다.

케이브는 MLB에서 주로 우투수 상대로만 경기에 출전했다. 지난해 좌투수 상대 42타석만 소화하면서 OPS는 0.196을 기록했다. 우투수 상대로는 304타석에 들어서며 OPS 0.756으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7개의 홈런 모두 우투수를 상대로 기록했다. 통산 AAA 성적 역시 아래 표와 같이 좌투수 상대 OPS 0.732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우투수 상대 OPS는 0.920으로 매우 강한 모습이었다. 

< AAA 통산 스플릿 성적 >

지난 2022년과 2023년으로 AAA 스플릿 성적을 좁혀보면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더 높은 삼진율과 더 적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지만, OPS는 0.964로 우투 상대 OPS(0.984)와 큰 차이가 없었다. 

< 2022~2023년 AAA 스플릿 성적 >

 

수비, 주루

케이브의 외야 수비 능력은 커리어 내내 MLB 평균으로 평가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최고 구속 151.3 km/h까지 던졌던 투수 출신답게 좋은 어깨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OAA(평균 대비 아웃 수)는 -2로 리그 하위 34%였고 UZR(수비 공헌도 지표)은 3.1로 우익수 중 상위 26%에 해당했다. 외야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지만 중견수 수비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그로 인해 최근엔 코너 외야수로 출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 지표 역시 중견수보단 코너 외야수로 나섰을 때 더 좋은 수치를 보였다. 

< 최근 6년간 주요 수비 지표 >

주력 또한 MLB 평균 수준이다. Sprint Speed 27.7 ft/s로 MLB 상위 40%에 해당한다. AAA에선 종종 두 자릿수 도루도 해낸 만큼 보통 수준의 주력은 갖췄다. 

다만 부상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프로 입단 후 무릎 부상으로 인해 2시즌을 전부 날렸으며 2021년엔 허리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었다.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경험도 있다. 커리어 동안 큰 부상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전망

케이브는 좋은 2루타 생산 능력을 가졌지만 냉정하게 강력한 파워나 뛰어난 컨택과 같은 특출난 장점이 있는 타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부족한 단점도 없는 선수다. 앞서 살펴봤듯, MLB에서 단점이었던 파워와 선구안은 KBO 리그에서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브는 최근 AAA에서 두 시즌 동안 wRC+ 130 이상을 기록했다. AAA에서 중장거리형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KBO 리그에서 활약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수비 능력이 MLB 평균 수준인 만큼, 그동안 외국인 타자들의 아쉬운 수비 능력으로 속앓이했던 두산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지에서 워크에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콜로라도 버드 블랙 감독은 케이브가 수비 플레이, 에너지 등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케이브를 “강한 손목 힘에서 나오는 빠른 배트 스피드가 장점인 MLB 수준 외야수다. 또한 잠실 야구장을 커버할 수 있는 외야 수비 능력과 센스 있는 주루 능력도 갖췄다”라고 소개했다. 

과연 그가 2025시즌 KBO 리그에서 현역 메이저리거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참고 = Baseball America, Baseball Savant, MLB.COM,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Prospectus

야구공작소 김건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당주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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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계 대학 야구 리그를 부르는 명칭
  2. 샐리 리그라고도 불리며, 뉴욕에서 조지아에 이르는 대서양 연안 주에 연고가 있는 마이너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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