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야구에 ‘홈 앤드 어웨이’ 도입을 제안합니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

우리나라 대학 야구 공식 경기는 중립 구장에서 진행된다. 대학 야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아마추어 야구 경기가 그렇게 진행된다. 경기가 있는 날엔 각 권역, 혹은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한 야구장에 모인다. 올해 대학 야구 경기는 횡성, 보은, 밀양, 광주에서 진행됐으며,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은 목동 야구장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중립 구장 사용의 장단점

경기를 주최, 관리하는 입장에서 중립 구장 사용은 매우 효율적이다. 먼저 구장이 하나만 있어도 된다. 대회 기간에 맞춰 구장을 대관하면 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수월하다. 구장의 개수가 줄어드니 구장 관리 등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 측면에서의 효율성과 별개로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현 제도에서는 중립 구장에서 적어도 2~3경기 많게는 4경기가 하루에 진행된다. 앞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먼저 도착한 선수들은 경기장 밖에서 몸을 풀며 기다린다. 이전 경기가 늦게 끝나고 경기 시간을 예정대로 맞추려다 보면,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 몸을 풀 시간이 넉넉히 주어지지 않는다.

< 올해 제58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선샤인밀양스포츠파크 >

또한 하루에 여러 경기를 소화하려면 낮 경기가 불가피하다. 더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7월 밀양에서 개최된 이번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는 경기 중 심판이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다. 폭염으로 인해 저녁에 진행되는 프로야구 경기도 취소되는 마당에 대학 선수들을 포함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가장 더운 시간대에 경기해야 한다.

< 선샤인밀양스포츠파크(상)와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하). 가장 가까운 터미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 수는 있으나 배차 자체가 매우 적다. >

중립 구장의 접근성도 처참한 수준이다. 올해 전국 대회가 열린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 선샤인밀양스포츠파크는 자가용 없이는 방문하기도 힘든 위치에 있다. 횡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로 가는 시내버스의 배차간격은 하루 5회, 밀양의 경우 터미널과 야구장을 잇는 각 시내버스 노선의 배차간격이 3회 이하다. 어렵게 찾아와도 야구장 주위엔 아무것도 없다. 몇몇 학부모들만 앉아 있는 썰렁한 관중석은 어쩌면 당연한 광경이다.

 

홈 앤드 어웨이 도입해야 하는 이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은 위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먼저 1일 1구장 1경기가 가능하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경기장 내 훈련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예정대로 경기 시작이 가능하고, 앞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도 사라진다. 우천순연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 경기할 수 있다.

그리고 보다 좋은 접근성으로 관중 유입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대학교 캠퍼스는 중립 구장보다 대중교통 등을 통한 접근성이 좋다. 주변에 최소한의 상권도 형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기존 대학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다.

평소 대학 야구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같은 학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학 야구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주 접할 수 있고, 같은 학교라는 소속감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아진 교내 관심도를 바탕으로 관중 및 교내 학보사, 방송국, 서포터즈 등을 통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이전에도 대학 야구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다만 그때는 ‘대학 야구 인프라를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는 현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캠퍼스에 야구장, 왜 안 될까?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진행하려면 ‘홈’이 필요하다. 즉, 리그에 참가하는 모든 대학이 교내(혹은 아주 가까이)에 야구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교내에 연습용 구장이 있는 학교가 있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구장은 공식 경기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엘리트 공식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그라운드 상태, 조명, 펜스, 전광판 등 최소한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기존에 있던 연습용 구장을 리모델링하거나 교내에 구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 만만찮은 비용이 발생할 텐데, 대부분의 대학은 그 비용을 감당할 필요를 못 느낀다.

인력도 부족하다. 경기는 선수들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심판, 기록원 등 경기 운영 인력들이 모든 구장에 파견돼야 한다. 대회 운영 비용이 증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유지, 보수하고 관리할 인력도 학교마다 필요하다.

스카우트가 찾아오기 힘든 것도 현장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현 제도에서는 구단 스카우트가 한 구장에서 당일 경기를 치르는 모든 선수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되면 스카우트가 모든 경기를 관람하기 어렵다. 최대한 많은 프로 배출이 목표인 대학과 지도자 입장에서 꺼릴 수밖에 없다.

리그 진행 방식도 재편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대회의 리그전은 각 팀이 한 번씩 붙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 경기를 하려면 각 팀이 최소 두 번은 맞붙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회 일정이 길어지고, 대회 수 자체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회마다 주최, 주관하는 협회가 다르거나 후원사, 지자체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은 가진 장점에 비해 과한 비용이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내에 있는 야구장은 그 비용만큼이나 큰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캠퍼스 내 야구장이 가져오는 나비 효과

대학 야구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 교내에 훈련용 야구장은커녕 제대로 된 연습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경우, 연습 구장이 학교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환경에선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어렵고 훈련의 질도 떨어진다. 하지만 교내에 공식 경기가 가능한 야구장이 있다면 훈련의 질이 상승하고, 나아가 선수 기량과 리그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대학 스포츠계는 최저학력제를 도입할 정도로 운동과 학업의 병행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낮에 경기하고 와서 야간 수업을 듣거나, 낮엔 수업을 듣고 야간에 개인 훈련을 하는 말뿐인 병행이다. 시즌 경기의 반을 교내에서 진행하면 그만큼 원정 일수가 줄어든다. 그로 인해 주중에 야구도 하고 공부도 하는 진정한 의미의 병행이 가능해진다. 동국대 출신 양석환(두산 베어스)도 과거 대학 야구에 관한 인터뷰에서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하면, 학업과 공부 병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내 야구장과 홈 앤드 어웨이 제도 도입이 대학 야구가 마주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될 수 있다. 인프라 개선, 기량 향상, 관심 증가는 서로 물고 물리는 선순환의 고리다. 지금은 선수들의 기량 증가도, 학업 병행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모든 시스템이 이른바 ‘어른들의 현실적인 사정’에 맞춰져 있는 탓이다. 지금이라도 대학 야구의 주체인 선수들의 입장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참고 = 스포츠춘추, 주간조선, 경남도민신문

야구공작소 김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당주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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