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우승에 추첨승까지, 대학야구 파행 운영 언제까지?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영건 >

우승(優勝): 경기, 경주 따위에서 이겨 첫째를 차지함. 또는 첫째 등위

얼마 전 충북 보은스포츠파크야구장에서 개최된 제79회 전국대학야구 선수권대회(이하 선수권대회)에서 4개의 우승팀이 나왔다. 조별리그를 통해 본선에 진출, 토너먼트로 각 조 결승전에 진출한 강릉영동대, 동의대, 대덕대, 성균관대가 제대로 붙어 보지도 못한 채 대회는 막을 내렸다.

한국대학야구연맹(KUBF, 이하 연맹)은 지난해인 2023년 78회 선수권대회를 전면 토너먼트로 실시했다. 조별리그를 통해 본선 진출팀을 가려내고 본선을 토너먼트로 진행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경기 수가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수가 적은 대학야구계에서는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기회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가 컸다. 연맹도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대회 방식을 조별리그 후 토너먼트제로 변경했다.

< 제79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본선 대진표 >

이번 선수권대회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각 4~5팀이 속한 10개 조에서 1, 2위를 차지한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에 진출한 20팀은 다시 A, B조로 나뉘어 두 구장(보은A, B구장)에서 토너먼트를 실시, 조별 우승팀을 가린다.

하지만 연맹의 결정은 ‘4팀 공동우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끝났다. 원인은 비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본선 토너먼트는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우천순연으로 인해 12일까지 조별리그가 진행되었고, 13일부터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16일 각 조 준결승 오전 경기는 문제없이 승부를 가렸지만, 오후 경기는 우천 서스펜디드가 선언되며 17일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결승전은 18일로 미뤄졌지만, 결승 당일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며 결국 최후의 우승팀을 가릴 수 없게 됐다.

 

‘결승전 우취 → 공동우승’ 작년, 재작년에도 같은 일 있었다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오히려 도저히 야구를 할 수 없는 여건에서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의 마무리가 아쉬운 이유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제78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고려대, 동국대 공동 수상 >

2022년 제5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이하 대통령기) 결승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며 원광대와 중앙대가 공동우승을 차지하는 일이 있었다. 작년 선수권대회에서도 결승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고려대와 동국대가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2년 연속 같은 상황이 반복됐음에도 3년째에 또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장마를 끼고 진행하는 만큼, 대회 기간을 앞당기거나 결승전 이후 예비일을 넉넉하게 잡는 등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추첨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전국대회

우천으로 인해 발생한 웃지 못할 헤프닝은 공동 우승뿐만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22년도 대통령기 준결승 원광대와 한일장신대의 경기는 우천 취소 후 ‘추첨’으로 승패가 결정됐다. 이번 선수권대회 조별리그에서도 우천으로 인한 추첨 경기가 2차례 있었다(7월 9일 동의과학대 vs 홍익대, 세한대 vs 경민대).

  • 제79회 전국대학야구 선수권대회 대회 규정
    1. 당일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서스펜디드 경기로 다음 날 첫 경기 1시간 전에 경기를 진행한다. 또한 연속경기 두 번째 날 서스펜디드 경기는 경기 일정을 다시 정하여 한국대학야구연맹에서 추후 통보한다.
    2. 우천으로 인하여 거행하지 못한 경기는 예선전 최종일 이후로 한다. 필요시 한국대학야구연맹에서 재편성할 수 있다.

연맹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올해 선수권대회 규정에는 엄연히 우천, 강우 콜드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회 일정상 모든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방식이 바로 추첨제다. 추첨제는 ‘O’과 ‘X가 적힌 종이를 양 팀이 9개씩 뽑아서 이닝당 1점씩 9이닝의 득실을 매기고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동 우승은 타이틀이라도 차지할 수 있지만 추첨제의 경우 운에 따라 대회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이 방식은 리틀이나 유소년 야구 경기 혹은 사회인 야구 경기에서 우천 시 자주 나온다. 하지만 대학야구 공식 경기, 그것도 전국대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대학야구는 경기 수도 적을뿐더러 당해 드래프트를 앞둔 선수도 많다. 만약 경기에서 진다 해도 프로 구단 스카우트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 하나하나가 그들에겐 소중한 기회다.

 

왜 취소된 경기 재개 못 하나

우천 취소로 인한 문제는 대회 기간을 늘리면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아마추어 야구는 전용 구장이 없다. 그래서 시즌 시작 전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대회 기간 구장을 대관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만약 한 대회가 끝난 직후 다른 대회가 같은 구장에서 개최될 경우, 어쩔 수 없이 구장을 비워줘야 한다.

이 같은 경우가 앞서 언급한 2022년 대통령기 결승이다. 당시 대통령기는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개최됐고 결승전은 8월 9일이었다. 그러나 이틀 뒤 11일부터 같은 구장에서 백호기 전국중학야구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었고, 9일 취소된 결승전은 결국 재개되지 못했다. 이 경우 다른 야구장에서 결승전을 재개하는 것도 해당 지자체와의 협약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결승전 진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참가하는 다음 대회와의 간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긴 지방 원정 이후 다음 대회까지 충분한 휴식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전 대회가 연기될수록 다음 대회를 위해 재정비할 시간이 줄어든다. 이는 선수단의 피로도와 다음 대회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회 간 최소한의 여유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이전 대회를 일찍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선수권대회 결승(23년 7월 11일 홍천, 24년 7월 18일 보은) 이후 7월 중 같은 구장에 계획된 공식 경기가 없었다. 또한 대회를 2~3일 더 진행했어도 다음 대회인 대통령기까지 최소 일주일의 여유가 있었다. 특별히 일정 문제가 없었음에도 대회가 흐지부지 마무리된 건 역시 예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대회 일정이 연기되면 연맹의 구장 대관 비용뿐만 아니라 각 팀이 부담해야 하는 원정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선수들 모두 “우승 바라보고 있었다. 아쉬움뿐…”

공동 수상과 별개로 그들이 맺은 결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강릉영동대는 9년, 동의대는 12년, 성균관대는 3년 만에 선수권대회 왕좌를 차지했다. 다크호스 대덕대는 창단 1년 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 제79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공동 수상 (왼쪽부터 대덕대, 동의대, 강릉영동대, 성균관대 >

그러나 선수들은 비록 지는 한이 있어도 경기를 하고 싶었다. 공동우승이 확정됐을 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천으로 인한 공동우승과 추첨이 계속해서 나오는 실태에 대해서도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날씨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선수들의 경기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3년 연속 우천으로 인한 공동우승과 비처럼 쏟아진 트로피와 타이틀. 과연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내년, 내후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 있을까. 연맹은 ‘우승’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더불어 이러한 운영이 향후 대회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참고 = 한국대학야구연맹,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브레이크뉴스

야구공작소 김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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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이번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공식중계에 참여했던 학부모스포츠PTV입니다. 정말 대회기간 내내 말도 안되게 비가 많이 오더군요. 생각해볼만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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