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벌써 2024 KBO리그가 개막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ABS, 피치클락 등 많은 변화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화제가 또 생겨났다. 바로 ‘탱탱볼’이다.
4월 19일 기준 총 114경기에서 홈런 개수는 216개로 경기 당 홈런 개수 약 1.89개를 기록했다. 이는 근래 가장 극심한 타고투저였던 2020년보다 높은 기록이며 HR%도 약 2.4%로 근사치를 기록했다.
< 2019~2024년 HR% 및 경기 당 홈런 수 >
이렇게 큰 폭으로 홈런이 증가한 이유로 공인구 반발 계수가 꼽히고 있다. 3월 22일 KBO가 발표한 2024년 공인구 1차 시험 결과 평균 반발 계수는 0.4208이었다. 작년 대비 0.0033만큼 높아졌고 현재 많은 홈런이 생산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사실일까? 이번 칼럼에서 ‘탱탱볼’의 근원 중 하나인 반발 계수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야구에서의 반발 계수
반발 계수란 두 물체의 정면충돌 전후 상대속도의 비를 뜻한다. 대부분의 충돌 현상에서 반발 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충돌 후에 운동 에너지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아무 공을 들어서 힘주지 않고 땅에 떨어뜨려 보자. 땅에 맞은 후 떨어뜨린 손 위치까지 공이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모든 공이 충돌 후 운동 에너지가 감소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구기 종목에서 반발 계수가 중요한 이유는 타구 속도, 비거리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반발 계수가 높아지면 공을 타격했을 때 공이 반발되는 속도가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다른 구기 종목에서도 반발 계수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중에서도 야구는 좀 더 민감하다. 4대 구기 종목에서 반발 계수를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까지 규정하는 종목은 야구밖에 없다.
< 4대 구기 종목 반발 계수 규정 >
이유는 야구가 타구 속도와 비거리에 가장 예민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대학 로드 레이크스 교수의 점탄성 연구에 따르면 MLB 반발 계수(COR) 규정 범위인 0.546 ±0.032 안에서 잘 맞은 타구의 비거리가 최대 15피트(약 4.6m)까지 차이가 날 수 있었다.1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0.001당 20㎝만큼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야구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다.
축구는 공을 찼을 때 공의 속도가 중요하나 골대에 들어간 공의 비거리가 중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야구는 삼진과 볼넷을 제외한 모든 결과에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리그와 타자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도 수시로 변화시키는 스포츠다. 반발 계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야구의 특성에 따라 측정 방법도 다르다. 축구, 농구, 배구는 일정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려 튀어 오르는 높이를 측정한다. 반면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치는 스포츠다. 공을 단순히 떨어뜨리면 투타가 존재하는 특성이 반영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야구는 공을 기계로 발사시켜 측정한다.
발사 장치로 공을 고정벽에 발사시켜 반발을 유도한다. 이때 반발된 공이 센서를 지나가는 시간을 측정하여 반발 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통해 반발 계수를 도출해 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수 패스트볼 속도를 140㎞/h, 타자 배트 회전속도를 130㎞/h로 가정하여 이 두 속도를 더한 270㎞/h(75m/s)의 속도로 발사시킨다.
< 야구공 반발 계수 시험기(왼쪽 – 발사 장치, 오른쪽 – 고정벽, 빨간 불빛 부분 – 속도 측정 장치) >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모든 공인구가 동일한 반발 계수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실밥이라 부르는 빨간색 실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꿰매는데 이때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도 있고, 제조 공정의 습도와 온도 등이 공을 만들 때 영향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예민한 만큼 시험 시엔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관 등 시험 환경을 제어한다.
이런 이유로 야구공의 반발 계수 합격치에 범위를 둔다. 그리고 측정에 공 한 개가 아닌 무작위로 수거한 여러 개 공이 사용된다. KBO는 36개의 공을 가지고 측정해 이들의 평균치를 반발 계수로 발표한다.
반발 계수는 정말 영향이 클까?
종종 리그 사무국은 타고투저 또는 투고타저를 완화하기 위해 야구공 반발 계수를 조정한다. 조정하는 방법은 야구공 소재에 미세한 변화를 주는 것이다. 보통 내부의 코르크보다는 감는 실의 길이를 조절해 반발 계수를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근래 예시로 2021년 MLB 사무국은 2022년부터 반발 계수를 미세하게 줄인 공인구 사용을 결정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제조사인 롤링스에서 공 안 양모사 3합 중 첫 번째 털실을 약간 느슨하게 감았다. 수년간 반발 계수 범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공인구를 조정하여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ESPN에 따르면 공인구가 변한 2022년, 4월까지 리그 전체 타율이 0.231로 MLB 역사상 가장 낮았고 OPS는 0.675로 196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시즌 종료 후엔 어땠을까. 홈런은 전년 대비 729개 감소했으며 OPS는 약 0.05 정도 감소했다.
다만 이를 오롯이 반발 계수 때문이라 할 수 없다. 당해부터 전구단에 휴미더2가 보급됐다. 4월까지 전년도에 보급된 10개 경기장보다 새로 보급된 20개 경기장에서의 홈런 당 타석이 평균 13.1만큼 높아졌다. 더욱이 같은 공인구임에도 2023년엔 리그 전체 홈런이 전년 대비 653개 증가했다. 2022년엔 다양한 요인으로 타격 지표가 떨어졌고 그 중 반발 계수 조정이 비중 있었다고 봐야 한다.
KBO 사례로 살펴보자. KBO는 2016년부터 리그 단일구를 사용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반발 계수와 타격 지표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 2016~2023년 반발 계수와 HR%, OPS, BABIP 간 상관 계수 >
실제로 2019년 KBO도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공인구 반발 계수 합격 범위를 낮췄고 당해 타격 지표는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가장 심각한 변화는 장타율 쪽에서 드러났다. 당해 리그 환경이 급격히 달라짐에 따라 기록도 달라졌다. 역사적으로 반발 계수는 야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래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
올해 KBO에서 발표한 1차 공인구 반발 계수는 작년 대비 0.0033만큼 높아졌다. 이론적으로 평균 타구 비거리가 약 66㎝가량 높아졌다. 올해 늘어난 베이스 크기가 18인치(45.72㎝)니 비거리가 한 베이스보다 더 길어졌다고 상상해 보자. 담장 앞에서 잡힐 수 있는 타구가 홈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하면 안 된다. 우선 아직 시즌 초라는 점. 현재 성적이 시즌 종료까지 완벽히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2019년과 다르게 올해 KBO 측은 공인구의 반발 계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1차 공인구 검사 결과를 더 들여다보면 작년보다 무게가 2.49g 감소했다. 둘레는 올해부터 실밥이 없는 부분의 최소 지름까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작년보다 0.7mm 감소했다.
이후 4월 30일 2차 공인구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반발 계수가 0.4149로 작년보다 0.0026 감소했다. 무게는 1.58g, 둘레는 변경 전 측정 방식으로 0.6mm 감소했다. 그래서 아직은 ‘탱탱볼 현상’이 무조건 반발 계수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발표된 반발 계수가 감소했다 해서 모든 공인구의 반발 계수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극단적 예시로 36개의 공 중 18개의 반발 계수가 0.1이고 나머지가 0.7이어도 평균은 0.4가 된다. 평균이 같더라도 공 간의 차이가 크면 타고가 유발될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표준편차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공 간 균일성에 대한 평가를 추가하면 더 확실하게 공인구의 영향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팬 입장에선 홈런이 많이 나오면 보는 재미를 더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개인 기록이 바뀔 수도 있고 본인이 받을 옵션 금액이 변할 수도 있다. 관계자들이 탱탱볼과 반발 계수에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 시즌이 끝났을 때 과연 어떤 결론이 나 있을까.
참고 = KBO,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ESPN,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장호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오연우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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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얼만큼 바뀌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까는게 좋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