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
드류 앤더슨(Andrew James Anderson), SSG 랜더스
1994년 3월 22일생 (만 30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90cm 92kg
계약 총액 57만 달러(연봉 57만 달러)
2023시즌 직후 SSG랜더스는 커크 맥카티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로버트 더거를 영입했다. 직전 시즌 트리플 A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었고 스프링캠프부터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정규시즌 22.1이닝 ERA 12.71을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랜더스는 지난 4월 27일 더거의 퇴출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발표된 대체 선수는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활약한 드류 앤더슨이었다.
배경
네바다주 출신의 앤더슨은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전체 21라운드 668순위). 2015년 토미존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다. 지명순위가 낮았음에도 마이너리그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2016년 등판은 하지 못했지만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2017년에는 호아킨 벤와의 트레이드 이후 콜업되며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앤더슨은 트리플 A와 빅리그를 오갔다. 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다. 빅리그에서는 2년간 18.2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2019년 그는 트리플 A에서도 48.1이닝 동안 ERA 5.77을 기록하며 부진했고, 결국 9월 1일 지명 할당되었다.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향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중단되며 빅리그에서 1.1이닝을 던지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시즌 기회가 찾아왔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는 22이닝 동안 ERA 3.27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올렸다. 하지만 9이닝당 탈삼진 수가 3.68개에 그치는 등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미국 밖에서 기회를 찾았다. NPB의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입단했고 2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5.2이닝 ERA 3.05를 기록했다. 2년 차 때 1년 차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ERA 1.88), 불펜 등판이 대부분이었고 팀 또한 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감 투수를 대거 지명하며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이후 앤더슨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ERA 7.88을 기록하며 빅리그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트리플A에서 머무르던 중 SSG 랜더스와 계약에 합의하며 한국에 오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앤더슨은 포심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총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포심을 가장 많이 구사하고(52.6%), 커브(13.5%), 슬라이더(19.9%), 체인지업(13.5%)의 구사율은 거의 비슷하다.
가장 큰 장점은 190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이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평균 95.5마일(약 153.7km/h)을 기록했다. 포심의 평균 회전수(2,380회)와 수직 무브먼트(17.3인치)는 트리플 A에서 포심을 100구 이상 던진 174명 중 각각 46위, 60위로 준수했다.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 또한 38%로 동일 집단 내에서 12번째로 높았다. 올해 삼진을 16개 잡았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10개가 포심으로 잡은 삼진이다.
< 로버트 더거/드류 앤더슨 트리플A 포심 프로필 비교 >
포심 하나만큼은 전임자 더거보다 확연히 뛰어나다. 특히 Whiff% 같은 경우는 무려 17%P 차이가 났다. 더거의 포심은 KBO에서 난타당했지만(포심 피안타율 0.414) 앤더슨의 포심은 리그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커브 또한 주목해 볼 만하다. -17.7인치의 수직 무브먼트로 커브를 25개 이상 던진 170명 중 5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표본은 적지만 Whiff% 42.7%, 피안타율 0.200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포심과 커브에 비하면 아쉽다. 체인지업은 최고 구속이 90마일 초반까지 나오지만, 무브먼트가 평범했고 슬라이더 또한 구속과 무브먼트에서 강점을 보인 부분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두 구종 모두 Whiff%가 20%대에 그쳤다.
< 슬라이더/체인지업 Whiff% 비교 >
선발 경험 또한 충분하다. 최근 2년간은 대부분 불펜에서 등판했지만 마이너리그 시절의 대부분을 선발 투수로 뛰었던 만큼 적응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무대 경험도 있는 만큼 한국 무대에서의 적응도 수월할 것이다.
약점을 뽑자면 제구력이다. 빅리그 통산 BB/9(9이닝 당 볼넷 개수)이 3.5, NPB 통산 BB/9이 3.2로 볼넷을 남발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도 적은 표본이기는 하지만(14이닝) 5.8의 BB/9를 기록했다. 또한 유망주 시절에도 제구력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로 6년 차인 2018년 작성된 팬그래프 닷컴의 20-80 스케일 리포트에서 커맨드는 평균 이하인 40점을 받았다. 올해 트리플 A에서도 포심은 몰리는 공이 많았고 슬라이더도 탄착군이 일정하게 형성되지 않는 등 제구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 2024년 트리플 A 앤더슨 피치 히트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포심-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 순) >
포심과 커브를 뒷받침할 보조 구종이 없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이제 KBO는 단순히 한두 가지 구종이 우수하다고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LG 트윈스에서 뛰고 있는 디트리히 엔스도 시즌 시작 전, 포심과 커터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나머지 구종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이어나갔고 3월 두 번의 등판에서는 12이닝 2자책점을 기록하며 걱정이 기우에 불과한 듯 보였으나, 4월 25이닝 동안 ERA 21.00을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 커터를 제외한 나머지 구종이 모두 난타당하며 고전 중이다. 이와 같은 우려는 앤더슨에게도 존재한다.
피홈런 문제 또한 안심할 수는 없다. 앞서 보았듯 존 가운데에 몰린 포심의 수가 적지 않았고 슬라이더 또한 많은 공이 존 상단에 제구됐다. NPB에서는 HR/9(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0.9개로 많지 않았지만, 지난 2년간 퍼시픽리그의 평균 HR/9은 0.7에 불과했다. 게다가 랜더스의 홈구장인 인천 SSG 랜더스 필드는 한국에서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전망
현재 랜더스 선발진은 상황이 심각하다. 김광현과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매 경기 들쑥날쑥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고, 오원석은 올해 7번의 선발 등판에서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박종훈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군과 2군을 오가는 중이다. 선발진 ERA가 6.83으로 리그 최하위인 가운데, 랜더스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앤더슨의 활약이 절실하다.
기대는 충분히 걸어볼 만하다. 좋은 탈삼진 능력을 갖췄고 일본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도 있다. 포심과 커브의 구위는 KBO에서도 상위권일 것이며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적응도 훨씬 빠를 것이다.
앤더슨의 투구 스타일이 과거 랜더스에서 뛰었던 윌머 폰트와 비슷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폰트도 앤더슨처럼 큰 키의 우완 정통파 오버핸드 투수였다. 또한 포심에 강점을 가졌고, 변화구와 제구는 다소 애매했다. 하지만 강력한 구위로 리그를 압도하며 우승까지 차지하며 한국을 떠났다. 앤더슨 또한 폰트의 길을 밟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랜더스로 팀명을 바꾼 이후, 랜더스는 외국인 투수와의 기억이 그리 좋지 못하다. 폰트와 엘리아스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시즌 중 방출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랜더스 팬들은 앤더슨이 그런 기억의 굴레를 끊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참조 = BaseballSavant, Fangraphs, BaseballReference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지영,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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