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
흔히 구속은 타고난다고 말한다. 그만큼 투수의 평균 구속을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바이오메카닉스가 야구에 접목됨에 따라 최근 그 추세가 바뀌었다. 이를 바탕으로 투수의 구속 증가를 도와주는 미국의 드라이브라인은 이제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기관이다.
클레이튼 커쇼, 트레버 바우어 등 메이저리그 특급 선수들 역시 드라이브라인에서 구속 증가 효과를 봤다. 국내에선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지난겨울 드라이브라인에 다녀온 뒤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정해영은 데뷔 이후 4년간 STATIZ 기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주로 143km/h~144km/h 사이에 머물렀다. 올해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3km/h로 지난해 대비 약 3km/h가량 상승했다. 현재 정해영은 강력해진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리그 세이브 단독 1위에 올라와 있다.
이처럼 바이오메카닉스를 활용한 투구 분석은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 지금부터 야구에 접목된 과학 바이오메카닉스를 소개한다.
바이오메카닉스란?
바이오메카닉스는 인체의 움직임을 기계학과 역학 그리고 물리학적인 개념으로 연구하고 이를 수치화하는 학문이다. 선수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경기력 향상과 상해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투구 동작 분석에서 핵심은 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투구에서의 바이오메카닉스
본격적으로 바이오메카닉스가 투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자. SNS 등을 통해 그림1과 같이 선수들이 맨몸에 검은색 점을 부착하고 투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 그림 1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제공 >
해당 점은 골반, 어깨, 팔꿈치, 손목, 손 등 선수의 주요 관절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한 용도다. 이처럼 관절에 센서를 부착한 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바탕으로 선수의 투구 동작을 추적한다.
< 그림 2 = 키네마틱 시퀀스 투구 데이터 >
그럼 그림2와 같은 형태로 선수의 각 관절 움직임이 데이터로 추출된다. 이 데이터를 통해 키네마틱 시퀀스(Kinematic sequence)를 파악할 수 있다. 주요 관절들이 효율적인 힘의 전달을 위해 순차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투구 동작 시 골반(Pelvis) – 몸통(Trunk) – 팔(Hand)순으로 움직이면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키네마틱 시퀀스는 선수의 부족한 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투구 동작에서 힘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이 수치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령 A투수가 어깨가 빨리 열리는 투수라면 키네마틱 시퀀스에서 어깨가 골반보다 먼저 열리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선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훈련을 제안한다. A투수가 반복 숙달을 통해 무의식중에 어깨를 닫고 투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바이오메카닉스를 활용한 구속 향상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바이오메카닉스는 그동안 느낌으로만 알던 투구의 메커니즘을 정확한 수치로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 보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과거엔 재능의 영역이라 불리던 투수의 구속 향상을 가능하게 해줬다.
선수 육성의 새로운 지평
바이오메카닉스는 구속뿐만 아니라 ‘야구는 재능이야’라는 말에 좌절했을 수많은 야구 선수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특히 프로선수를 준비하는 아마추어에게 더 효과적이다.
과거 야구는 느낌을 활용한 지도가 보편적이었다. ‘손목을 잘 활용해라’, ‘팔을 더 들어 올려라’와 같은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을 수용하지 못한 선수는 재능이 없는 선수로 인식되며 도태됐다. 하지만 이는 선수의 감각에 의존한 피드백으로 직관적이지 못하다. 또한 키네마틱 시퀀스를 살펴보면 정작 다른 관절과 협응력이 부족해서 손목과 팔 등이 정상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바이오메카닉스는 이러한 선수들에게 노력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주 고등학교의 김덕윤 감독은 바이오메카닉스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느낌이 아닌 정확한 몸의 활용법을 지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손목을 잘 써야 한다는 말 대신 순차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손목이 활용될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는 자신이 가진 진정한 잠재력을 꽃 피울 기회가 주어진다. 무작정 시키는 것만 하는 훈련이 아닌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운동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단순하지 않다. 모든 것이 완벽해도 단 하나가 삐끗하면 전부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부족한 퍼즐 하나를 제대로 맞추면 단숨에 지금껏 노력했던 결실을 맺을지도 모른다.
마치며
KBO리그 몇몇 구단과 바이오메카닉스 업무 협약을 맺은 벡터 바이오의 변경석 대표는 “분석 결과를 정답처럼 말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소통의 도구이지 정답지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분석 결과 데이터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존재하고 SSG 랜더스의 정성곤처럼 구속은 증가했지만 정작 성적이 그대로인 사례도 있다. 모두가 바이오메카닉스를 진행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진 못한다.
다만 한 명의 선수라도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면 분명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바이오메카닉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프로야구가 더욱 발전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보다 객관적인 바이오메카닉스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했던 선수들이 날아오를 수 있길 바란다.
참고 = 스포츠 영상 분석가 양성과정 교육 내용, 일간 스포츠, 김덕윤의 “A.C.E 투구 메커니즘(Pitching Mechanism)”
야구공작소 김건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양재석,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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