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운데 던질 용기

< 사진 출처 = 뉴욕 메츠 공식 홈페이지  >

야구에서 공을 한가운데에 던지려면 대담한 결정이 필요하다. 한가운데는 타자가 스윙하기 쉬운 위치이며, 피안타나 피장타와 같은 타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투수와 포수는 한가운데 투구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제구력을 가진 선수도 본인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에 넣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선수는 한가운데 공을 던져도 실점하지 않고, 심지어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한가운데 존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가운데 공을 던져도 뛰어난 결과를 끌어내는 선수들의 비결을 알아보자.

 

한가운데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Swing & Take 구분 >

Baseball Savant에는 Swing & Take(링크)라는 지표가 있다. Swing & Take는 Heart, Shadow, Chase, Waste 4개의 구역으로 던진 공에 타자가 스윙했거나, 지켜봤을 때의 기대 득점을 나타낸 지표이다. 그중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가까운 Heart zone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어떤 구종을 선택할 것인가?

이번 칼럼에서는 전체 투구 대비 비율이 가장 높았던 포심 패스트볼만을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가운데에 투구 된 공 133만 2,702구 중 포심 패스트볼은 총 53만 5,962구로 40.2%에 달한다.

< 한가운데 구종 투구 수 Top5 (2015~2022) >

한가운데 투구했을 때 선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가운데 투구를 조사하기 위해 아무 기록이나 사용할 수는 없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wOBA 등으로도 투구 결과는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이들은 결괏값 지표다. 타자의 타석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공만 기록된다. 그러나 실제 타석에서는 그 이전 볼 카운트, 주자 상황 등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많다.

그보다는 볼, 스트라이크, 타격, 헛스윙 등을 사용할 때 투구의 효과를 보다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헛스윙은 투수가 타자를 압도한 정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Whiff%(방망이를 휘둘렀을 경우 헛스윙 비율)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투구 시 Whiff%가 가장 높은 투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가운데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400회 이상의 스윙을 끌어낸 투수 중 Whiff%가 높은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Whiff% Top5 >

한가운데 투구 시 Whiff% 1위는 뉴욕 메츠의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다. 2022년 62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9실점만 허용했다. 2022년 K/9은 17.13으로 이닝 당 약 2개의 삼진을 잡았다. K%도 50.2%로 본인이 상대한 타자의 절반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모든 투수가 포심 패스트볼을 보더라인에 투구하려 한다. 디아즈는 달랐다. 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은 대부분 한가운데에 있었다(파란색 테두리 안 부분이 Heart Zone).

< 에드윈 디아즈 포심 패스트볼 투구 로케이션 (2016~2022) >

디아즈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7.4km/h, 최고 구속은 165.4km/h이다. 높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과 6.3피트의 신장 대비 1피트 긴 7.3피트의 익스텐션 덕분에 한가운데 던져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투구 시 팝플라이 비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모든 투수가 헛스윙만을 유도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더라도 안전한 걸 내주는 게 낫다. 투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팝플라이다. 팝플라이는 타자 입장에서 출루, 진루할 가능성이 없고 장타도 만들 수 없는 타구다. 아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타구 종류별 피장타율이다.

< 타구 종류별 피장타율 (2015~2022) >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팝플라이 피장타율은 0.017에서 0.028 사이에 그쳤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로 팝플라이를 유도한 비율이 가장 높은 선수(인플레이 타구 기준)는 다음과 같다. 최소 400개의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낸 투수들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투구 시 팝플라이 비율 Top 5 >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랜더가 13.5%로 1위다. 벌랜더의 포심 패스트볼 로케이션을 보면 Heart Zone 상단을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벌랜더는 7피트에 육박하는 릴리스 포인트와 높은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를 이용해 팝플라이를 유도한다.

< 저스틴 벌랜더 포심 패스트볼 투구 로케이션 (2015~2022) >

그렇다면 어떻게 헛스윙과 팝플라이를 유도할 수 있을까? Whiff%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구속과 회전수, 팝플라이 비율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바우어 유닛(BU)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빠르고 회전수가 높은 투수들, 바우어 유닛이 평균 이상이거나 평균 이하인 투수라면 한가운데에서 본인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헛스윙, 구속은 고고익선

당연한 이야기다. 한가운데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이 빠를수록 Whiff%도 올라간다. 한가운데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을 5km/h 단위로 세분화한 Whiff%는 다음과 같다.

< 구속별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Whiff% >

구속이 빨라질수록 Whiff%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155km/h 이상의 공은 Whiff%가 15% 이상을 넘어갈 정도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공이 된다.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선수 중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 상위 5명은 다음과 같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Top5 >

상관분석을 진행해 보면 어떻게 나올까. 분석 결과 한가운데 투구 된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과 Whiff%의 상관계수는 0.41이다. 상관계수의 절댓값이 0.4 이상일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한가운데 투구 시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빠르면 Whiff%가 올라간다는 것을 어느 정도 입증한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과 Whiff%의 산점도 >

헛스윙, 회전수는 다다익선

포심 패스트볼은 회전수가 많을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구종이다. 한가운데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수를 100rpm 단위로 세분화한 Whiff%는 다음과 같다.

< 회전수별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Whiff% >

회전수가 많아질수록 Whiff%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400RPM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은 한가운데 투구 시 Whiff%가 15%가 넘긴다. 아래 표는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선수 중 회전수가 가장 많은 선수 5명이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 Top5 >

한가운데 투구 된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수와 Whiff%의 상관계수는 0.43이다.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에는 회전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 포심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와 Whiff% >

 

중간은 가면 안 되는 바우어 유닛(BU)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바우어 유닛이 리그 평균 이상 또는 리그 평균 이하가 되어야 한다.

바우어 유닛은 구속 대비 회전수를 보기 위해 회전수를 구속(마일)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를 이용해 피치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다. 드라이브 라인에서 제시한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 포심 패스트볼 바우어 유닛별 구종 활용 방법  >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가운데에 투구 된 포심 패스트볼의 바우어 유닛 평균은 24.3이다. 평균보다 높은 투수는 저스틴 벌렌더(27.0), 다르빗슈 유(26.5)이며, 평균보다 낮은 투수는 네이선 이볼디(22.3), 존 그레이(21.8)다.

한가운데 투구 된 포심 패스트볼의 팝플라이 비율과 바우어 유닛의 상관계수는 0.45다. 포심 패스트볼의 바우어 유닛이 평균보다 높은 투수일수록 팝플라이의 비율이 상승한다는 뜻이다.

<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바우어 유닛과 팝플라이 비율 >

바우어 유닛이 평균보다 낮으면 땅볼 비율이 증가한다. 땅볼은 팝플라이 다음으로 장타를 억제할 수 있는 타구이다. 땅볼 비율과 바우어 유닛의 상관계수는 -0.47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과 회전수가 높은 투수일수록 한가운데 투구 시 Whiff%가 높아 승부에서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다. 설령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더라도 바우어 유닛이 평균보다 높거나 낮을수록 장타를 억제할 수 있다.

 

마치며

한가운데로 공을 던지는 것은 높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대부분의 투수는 하이 패스트볼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활용하여 한가운데로도 자신감 있게 투구하는 선수들 또한 존재한다. 투구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새로운 투구 전략을 개발하여 실점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게 정답이다.

 

참조 =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김승곤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희원,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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