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목해볼 만한 거포, 잭 수윈스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피츠버그 타선은 수준급의 공격력을 뽐냈다. 팀 wRC+ 리그 4위(108), 팀 홈런 리그 6위(15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피츠버그의 타선은 암울하다. 지난 5년간 피츠버그의 팀 홈런 순위는 27-28-30-18-28로 최악에 가까웠다. 팀 wRC+가 100 이상을 기록한 적도 없고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조쉬 벨이 유일했다(2019년 37홈런).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지난해 한 명의 거포가 팀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25살의 젊은 유망주 잭 수윈스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택과 집중

고등학교 때부터 평균 타구 속도가 94마일에 이를 정도로 수윈스키는 어마어마한 파워를 자랑했다. 거포가 필요했던 피츠버그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피츠버그는 2021년 올스타 출신 내야수 애덤 프레이저를 내주고 유망주 3명(수윈스키, 투쿠피타 마르카노, 미첼 밀라노)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피츠버그 입단 이후 활약은 지지부진했다. 더블 A에서 OPS 0.750, 트리플 A에서 0.695를 기록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가능성을 알아본 피츠버그는 그를 40인 로스터에 묶었고, 레이놀즈와 콜 터커가 시즌 중 코로나에 걸리며 빅리그에 콜업되기도 했다. 기회를 잡은 수윈스키는 자신의 장점을 어김없이 뽐냈다. 데뷔 첫해부터 106경기에서 1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는 당시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23살 이하의 타자 32명 중 6위의 기록이다.

2년 차에 재능은 더욱 만개했다. 시즌 막판 페이스가 주춤했던 점은 아쉽지만 26개의 홈런, OPS 0.793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 팀 내 1위에 올랐다. 타구 질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도 수준급의 타자였다. Hard Hit%(강한 타구의 비율) 자체는 43.4%로 리그 평균(40.3%)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플라이볼의 Hard Hit%는 55.8%로 훨씬 높았으며, 리그에서 플라이볼을 100개 이상 만들어낸 선수 104명 중 24위에 자리했다. 배럴타구 비율도 수준급이었다. 15.7%로 250개의 타구를 만들어낸 221명 중 13위였다.

< 2023시즌 수윈스키 Hard Hit 스프레이 차트 >

< 수윈스키 타구 방향별 프로필 >

이러한 결과는 철저한 선택과 집중에서 비롯됐다. 이번 시즌 그의 Hard Hit 스프레이 차트를 보면 대부분의 타구가 구장 우측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수치를 확인해 보면 당겨쳤을 때와 밀어 쳤을 때의 타구 질이 더욱 확연히 차이 난다.

< 2023시즌 Zone-Swing% 프로필 (좌) 리그 평균 (우) 수윈스키 >

수윈스키는 자신의 장점을 더욱 살리고자 했다. 지난 시즌 그의 Zone Swing Profile을 보면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하게 형성했음을 볼 수 있다.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이더라도 바깥쪽 공은 철저하게 버렸고 몸쪽 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존 안의 공을 지켜보며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루킹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60개). 하지만 앞서 보았듯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윈스키는 몸쪽과 존 중앙에 형성된 공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며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고 해당 존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 수윈스키 존별 컨택된 공의 wOBA >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많은 볼넷도 얻어냈다. 지난 시즌 그의 Chase%(유인구에 스윙이 나간 비율)은 18.2%로 리그 상위 4% 수준이었다. Whiif%(스윙 중 헛스윙 비율)가 30.1%로 리그 하위 22%였음에도 그가 리그에서 11번째로 높은 BB%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14%).

 

더욱 원대한 꿈을 꾸며

이제 수윈스키는 빅리그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고작 두 시즌 만에 자신의 가능성과 빠른 성장세를 어김없이 보여준 만큼 세 번째 시즌도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장점이 확실한 만큼 단점도 확실하다. 좌타자임을 감안해도 투수 유형별 스플릿 성적 차이가 심하다. 우투수에게는 0.856의 OPS를 기록한 반면 좌투수 상대 성적은 0.608에 그쳤다.

변화구에도 약점을 보인다. 지난 시즌 후반기 부진의 원인도 브레이킹 볼 공략에 실패한 데 있다. 전반기에는 브레이킹 볼 상대 장타율이 0.514에 달했던 반면, 후반기 장타율은 0.382에 그쳤다. OPS 0.852를 기록하며 반등했던 9월에도 브레이킹 볼 상대 장타율은 0.393에 머무르며 부진을 타파하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우려를 낳는다.

물론 그와 비슷한 단점을 가졌음에도 빅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는 존재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카일 슈와버는 수윈스키와 마찬가지로 변화구 공략에 실패하고 컨택 능력도 떨어졌지만, 패스트볼 상대로만 34개의 홈런, 0.579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팀의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과연 이번 시즌 수윈스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또 다른 슈와버의 탄생일지, 아니면 그저 그런 유망주로 남을지, 이번 시즌 그의 방망이를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자.

 

참조 = Baseball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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