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지난 11월 13일, 고우석이 배정대를 상대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LG트윈스는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전부터 LG는 리그 최고의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리그 sWAR 1위를 기록한 타선은 매서운 공격력을 뽐냈으며 투수진도 sWAR(스탯티즈 상 WAR) 4위로 선방했다. 선발진 ERA도 리그 5위(3.92)로 나쁘지 않았지만, 강점은 역시 불펜이었다(ERA 3.41 리그 5위). 기존 필승조였던 정우영의 부진과 이정용의 선발 전환이 있었지만, 불펜은 건재했다. 고우석은 여전히 마무리 투수 역할을 잘 수행했고, 함덕주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백승현, 유영찬이라는 새 얼굴의 발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필자는 올해 LG 불펜에서 김진성이 공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의 시간, 다시 날개를 피다

NC다이노스의 창단멤버로 뛰었고, 2020년에는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로 도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김진성은 다음 시즌 거짓말 같이 무너졌고(ERA 7.17), 결국 그해 겨울 팀에서 방출당했다.

시련이 있었지만, 다행히 기회는 주어졌다. 차명석 단장이 김진성에게 연락했고 테스트를 거쳐 LG에 입단했다. 이적 첫해부터 김진성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67경기에서 58이닝을 던지며 ERA 3.10을 기록했다.

첫 시즌의 성공에 힘입어 38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이후 첫 시즌인 올해 성적은 더욱 대단하다. 리그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80경기에 출장했고 8번째로 많은 이닝(70.1이닝)을 소화했다. ERA 또한 2.18(리그 6위)로 훌륭했다. 특히 후반기 ERA 1.60을 기록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기존 필승조들이 빠진 올해 LG 불펜에서 김진성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우타자 상대 포크볼 구사율 증가

< 김진성 2021년 스플릿 성적 >

< 김진성 2022년 스플릿 성적 >

< 김진성 2023년 스플릿 성적 >

LG로 온 이후 김진성에게 대단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속이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고, 새로운 구종을 장착한 것도 아니다. 김진성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김진성은 2021년 우투수임에도 우타자에게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우타자에게 난타당한 공은 포심과 슬라이더였다. 포심의 우타자 상대 피OPS 1.167, 슬라이더의 피OPS는 0.846에 이르렀다. 반면 포크볼의 피OPS는 0.684에 불과했다.

LG에 온 이후 김진성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21년 구사율이 18.5%였던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포기했고, 대신 포크볼의 비율을 크게 늘렸다. 또한 포심의 용도는 카운트를 잡으러 가는 공으로 제한했고,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포크볼의 구사율을 크게 높였다. 자신 있는 공을 선택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번 시즌 김진성의 우타자 상대 OPS는 겨우 0.522에 불과하다. 우타자 상대 K%도 2021년 23.1%에서 2022년 24.3%, 2023년 28.8%로 점차 상승했다.

< 김진성 2021년 상황별 구종 구사율 >

< 김진성 2022년 상황별 구종 구사율 >

< 김진성 2023년 상황별 구종 구사율 >

 

LG와의 궁합

LG 또한 김진성에게 완벽하게 맞는 팀이었다. 김진성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뜬공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50이닝 이상 투구한 80명의 투수 중 가장 낮은 GO/FO(0.40)를 기록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LG의 홈구장이 가장 홈런이 나오기 힘든 잠실구장이라는 점. NC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가 상대적으로 홈런과 장타가 많이 터지는 구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게다가 박해민이 버티고 있는 LG 외야진은 이번 시즌 타구 처리율 리그 1위(45.5%)를 기록하는 등 훌륭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부분은 김진성의 기록에도 드러난다. 2021년보다 종합적인 강한 타구의 비율은 소폭 증가했음에도 HR/9과 BABIP는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BABIP의 경우, 지난 2년간 리그에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0.228)를 기록했으며 올해 BABIP는 0.205에 불과했다.

< 김진성 최근 3시즌 타구 지표 >

 

불꽃은 계속 타오를 수 있을까

냉정하게, 김진성이 올해와 같은 활약을 내년에도 보여줄 가능성은 낮다. 지난 2년간의 성공은 앞서 언급한 요소들로부터 비롯된 것도 있지만, 운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ERA가 2.18이었던 반면 FIP는 4.07에 달했고, BABIP는 낮았지만, 강한 타구의 비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활약은 아니더라도, 그는 충분히 불펜에서 팀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선수다.

이제 김진성은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다.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 해가 그의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정규시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진성은 ‘나이 많은 선수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과연 FA 계약의 마지막 시즌, 김진성은 자신의 가치를 한 번 더 증명할 수 있을까? 다음 시즌, 그가 일으킬 불꽃을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참고 = 스탯티즈, 스포츠투아이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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