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 도입, 너무 이르지 않나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스포츠에서 판정들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2014년 후반기 KBO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고, 약 10년이 지난 현재 볼-스트라이크 판정마저 로봇에게 맡기려는 준비중이다.

2024년 KBO리그는 ABS 시스템(로봇 심판 스트라이크 볼 판정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도 아직 도입하지 않은 ABS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 설정을 포함한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과 현재 적용된 스트라이크 존 사이에는 괴리감이 꽤 있기 때문이다. 로봇 심판을 원하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건 이해하지만 그에 앞서 이런 문제들을 더 깊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트리플 A리그에서 ⓵일차적으로 사람이 판단하되 비디오 판독처럼 3번의 정정 신청 기회를 주는 챌린지 방식, ⓶모든 공을 로봇심판이 판정하는 방식 두 가지를 사용하며 문제를 파악하며 끊임없이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로봇심판이 도입된 경기들은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황금사자기 1회전 목동에서 열린 9경기에서 나온 볼넷은 무려 163개로 경기당 20개에 육박했다. 특히 야로고와 부산공고의 경기에서는 양 팀 합계 볼넷이 무려 33개나 나왔다. 올해 미국 트리플 A에서 치러진 경기에서는 2022년과 비교해 경기당 볼넷이 1개 가까이 늘었다. (3.93개 -> 4.71개)

 

인간은 얼마나 부정확할까

부정확하다. 현재 규정집에 정의되어 있는 존을 바탕으로 적용한다는 전제하에선 맞는 말이다.

2020년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지에서 트랙맨의 Doppler rador를 이용하여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MLB 투구 기록을 활용한 프로야구 심판의 ‘Strike’ 판정 오류 영향 요인 탐색) 2019년 메이저리그 정규경기 기록 중 파울, 헛스윙 등에 의해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올라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투수가 투구한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111,476개의 판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98,172개는 정심으로 판단되었고 로봇 심판이었다면 볼로 판정했을 공은 13,304개였다. 약 12퍼센트 정도, 즉 인간 심판 기준 9개의 루킹 스트라이크 판정 중 하나는 오심이었다.

오심의 빈도는 여러 변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볼카운트가 심판 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스트라이크 카운트가 하나 증가하면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한 비율이 2.09배 높아졌지만, 볼이 하나 증가하면 0.842배 낮아졌다.

0B 2S의 경우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한 확률이 35%에 달했다. 그에 반해 3B 0S에서는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단할 비율은 7%로 확연히 낮아졌다. 0B 2S에서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경우 타석이 종료되므로 보수적인 판정을 내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3B 0S 상황에서 볼을 선언하면 투수는 타자를 출루시키고 타석이 종료되므로 볼 판정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 투구계열별 정/오심 판정 횟수 >

< 볼카운트별 오심 비율1 >

< 2021년 메이저리그 3-0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은 공 분포 >

 

스트라이크 존의 문제

현재 개발 중인 로봇 심판 시스템의 경우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시스템만의 문제일까?.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닌 스트라이크 존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KBO 야구 규칙에서 정의한 스트라이크 존이다.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홈플레이트 위 가상의 오각기둥이 스트라이크 존이다. 타자가 평소 취하는 타격 자세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정한다.

배구나 테니스, 축구와 같은 종목에서는 경기장에 그려져 있는 2차원 평면(라인)에 공이 닿았거나 넘어갔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야구의 페어/파울 판정과 유사하다. 그에 반해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 한계만 홈플레이트로 표시될 뿐 가상의 입체 도형을 통과했는지 판정해야 한다. 이 가상의 도형을 적절히 설정하기 어렵다.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규정집의 스트라이크 존과 실제로 우리가 경기해 왔던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규정을 빡빡하게 지키기보다는 타자가 배트로 타격할 수 있는 공들에 스트라이크 콜을 했고 타자들도 그에 적응해 왔다.

하지만 현재 로봇심판은 문서화되어 있는 공식 스트라이크존을 기반으로 존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상하좌우로 계속 수정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괴리감을 주는 판정들이 나온다. 한 가운데 공이 볼 판정을 받거나 원 바운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규칙 그대로의 존은 기존에 선수들이 적응된 스트라이크 존과 전혀 달라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또 로봇심판은 선수 개인마다 존을 설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 올해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부터 로봇심판을 도입했다. 선수 개인의 체형이나 스탠스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홈플레이트의 앞, 뒤를 모두 스쳐야 스트라이크)을 설정해 대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떨어지는 변화구나 횡으로 많이 휘는 변화구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존과 다른 결과가 많이 나왔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역사적으로 꾸준히 변화되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암묵적으로 사용하던 스트라이크 존을 재규정화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이 지나가는 판정을 하는 첫 면을 조금 뒤로 잡는다거나 하는 등으로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존을 재설정 해 로봇 심판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스트라이크 존 설정뿐만 아니다.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도 아직은 미흡하다. 로봇 심판이 판정하고 인간 심판에게 송신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송신 과정에서 판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분명히 나온다. 풀카운트에서 투구 후 심판이 아무런 액션이 없어 모두가 볼넷으로 인지했지만, 뒤늦게 삼진 판정을 해 2루 베이스로 걸어가던 주자가 아웃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기계가 아예 투구를 인식하지 못해 아무런 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심판의 자체 콜에 맡길 것인지, 볼 처리를 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설치된 카메라 중 일부가 고장이 난다거나 측정 위치에 오류가 생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구장마다 구조가 다 다른데 판정 카메라 위치는 어디로 할 것인지 등 확립해야 할 매뉴얼이 많다.

 

결론

우리나라보다 먼저 로봇심판을 도입하기로 했던 미국도 아직 인간의 콜을 100% 대체할 수 있는지 여러 방식을 통해 연구 중이다. 그리고 2024년, KBO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프로리그에 ABS 시스템 전면 도입을 선언했다. 다음 시즌은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그 어느 시즌보다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의 가치 평가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많은 변화를 야기할 ABS 시스템 도입을 계도 기간 없이 바로 도입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충분한 시행착오도 거치지 않았고, 챌린지 시스템 등 중간 단계를 시험해 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전면 도입이 확정된 만큼 비시즌 동안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존 스트라이크 존에도 정말 많은 연구와 수정은 필수적이다. 팬들과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ABS 시스템으로 판정시비 없는 앞으로의 KBO리그를 기대해 본다.

 

참조 = KBO, fangraph, KBO 야구규칙

야구공작소 홍휘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오연우,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1. 표에서 오심은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1 Comment

  1. ABS의 경우 계도기간 없이 도입한다는 것은 오류가 있는듯 하네요. ABS 시스템의 경우 기존 KBO에서는 2군에서 계속 테스트 해왔던 물건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