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태너 털리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 

태너 털리(Tanner Paul Tully), NC 다이노스

1994년 11월 30일생 (만 28세)

선발투수, 좌투좌타, 188cm 92kg

계약 총액 20만 달러(연봉 15만 달러, 옵션 5만 달러)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5강 싸움이 치열하다. 그리고 NC 다이노스는 현재 KT 위즈와 공동 3위에 자리 잡고 있다. 6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차가 2.5경기에 불과해 NC는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매 경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타선과 불펜진에 비해 빈약한 선발진이 NC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릭 페디가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주고 있지만, 나머지 투수들의 성적은 기대 이하다. 구창모, 이재학이 부상으로 빠진 국내 선발투수들의 성적이 아쉽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NC가 지난겨울 최우선 영입 후보로 꼽았던 테일러 와이드너의 부진이다. 와이드너는 올해 초부터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다. 복귀한 이후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전반기 그의 성적은 44.2이닝 ERA 5.04. 기대치에 비하면 너무나 아쉬웠다. 후반기에 3경기 등판해 17이닝 ERA 3.18을 기록하는 등 반등을 예고했지만, NC는 교체를 택했다. 그리고 NC의 새로운 식구는 바로 태너 털리였다.

 

배경

<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 >

털리는 오하이오 주립대를 나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입단했다(26라운드 782순위). 지명 순위에서 볼 수 있듯 그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털리는 첫 시즌부터 13경기에서 46이닝 ERA 1.1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성적이 좋았던 만큼 승격도 빨랐다. 2017년 단 한 해 동안 싱글A, 하이 싱글A, 그리고 더블A를 모두 경험했고, 시즌 막바지에는 트리플A 경기에도 한 경기 등판했다.

하지만 각 레벨에서의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못했기에, 털리는 이듬해 시즌을 다시 하이 싱글A에서 시작한다. 이후 2년간 그는 풀타임 선발투수로서의 경험을 착실히 쌓는다. 특히 2019년 시즌 막판에는 트리플 A 선발진에도 합류하며 밝은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털리의 앞길을 막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2020년 마이너리그가 중단되면서 털리는 1년을 통째로 쉬었다. 

다행히 리그 재개 후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졌다. 2021시즌 트리플A에서 9경기(선발등판 6경기)를 소화했고, 2022시즌에는 코로나에 걸린 앤서니 카스트로와 칼 콴트릴 대신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체 선수로 로스터에 합류한 만큼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았고(불펜 등판 3경기), 털리는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24경기에 나섰지만(20경기 선발 등판), ERA 4.7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한 털리는 당시 가디언스로부터 2번이나 지명 할당을 당하는 등 여러모로 편치 않은 시즌을 보냈다. 결국 털리는 마이너리그 FA를 선언하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기어코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리플A에서 19경기에 선발 등판해 91이닝을 던지는 등 기회는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ERA 5.6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후 털리는 양키스로부터 방출되었고, NC와 계약을 맺으며 KBO에 입성하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188cm, 93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털리는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하고 커브는 가끔 던진다.

흔히 외국인 투수들에게 기대하는 강속구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포심의 구속은 빅리그에서 평균 90.9마일(약 145km)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는 89.2마일에 그쳤다. 더군다나 익스텐션도 빅리그에서 하위 24%에 해당한 만큼 체감 구속은 더욱 낮을 것이다. 포심의 평균 회전수는 1,932RPM으로 수직 무브먼트도 좋지 못했다. 특이점이 있다면 횡 무브먼트가 일반적인 포심에 비해 아주 적어 타자 입장에서는 커터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털리는 마이너리그에서 땅볼 투수에 가까웠다. 당장 이번 시즌만 하더라도 GB/FB가 1.15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54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이 던지는 슬라이더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사한다. 평균 구속이 81.3마일(약 130km)로 느린 편이다. 하지만 느린 구속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 종 무브먼트가 빅리그 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횡 무브먼트는 더 우수한 모습을 보인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 태너 털리 좌우 스플릿 성적 >

3번째 구종인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할 때 주로 던진다. 체인지업은 84.7마일(약 135km)로 KBO 평균보다 빠르다. 종 무브먼트가 빅리그 평균보다 뛰어났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우타자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타자 상대 탈삼진 기록이 좌타자 상대 시보다 현저히 낮았던 만큼 체인지업의 완성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체인지업 Whiff% 25.2%).

체인지업의 아쉬운 부분은 로케이션이었다. 당장 마이너리그에서의 마지막 등판에서도 존 근처에서 낮게 떨어뜨려야 하는 체인지업이 존 위로 벗어나거나 존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잦았다. 마지막 구종인 느리고 각이 큰 커브는 마이너리그에서도 거의 던지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무대에서도 3가지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볼넷을 남발할 가능성은 적다. 대학 시절부터 털리는 안정적인 제구력이 강점이었다. 오하이오 주립대 시절에는 0점대의 BB/9를 기록한 적이 있으며 마이너리그 통산 BB/9도 1.9에 불과했다. 올해 트리플 A에서도 9이닝당 2개 수준의 볼넷을 허용한 만큼(BB/9 2.6) 스스로 무너지는 일은 적을 것이다.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학 시절부터 선발 투수로 활약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꾸준히 선발 투수로 뛰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시즌에도 19번이나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따라서 체력적인 문제, 그리고 선발 등판에 대한 별다른 적응 없이 빠르게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

특출난 점은 없지만 큰 약점도 없다. 털리는 현재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찰리 반즈를 생각나게 하는 선수다. 두 선수 모두 포심과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고 포심의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으며, 어느 정도의 탈삼진 능력과 안정적인 볼넷 관리 능력을 갖췄다. 다만 둘의 차이는 존재한다. 털리는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피장타와 관련해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반면, 반즈는 미국 시절 피홈런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었다(트리플A 통산 HR/9 0.8).

털리의 피장타 문제는 KBO에서의 성적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NC와 계약을 맺기 직전 달이 7월, 털리는 트리플A 4경기에서 ERA 11.34를 기록했다. 높은 ERA의 원인은 많은 피홈런이었다. 해당 기간 털리의 HR/9는 2.7에 달했다. 또한 잠실구장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투수 친화 구장인 홈구장(PNC 필드)에서는 ERA 3.72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반면, 원정 경기에서는 ERA 7.60으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NC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는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왔고 2루타는 타 구장과 비슷했다. NC파크에서도 털리가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각 구종의 스펙과 제구력만을 고려했을 때 털리는 KBO에서 특출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활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의 마이너리그 성적에서 나오는 불안감과 피장타 문제는 지울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털리와 비슷한 스펙의 반즈는 KBO에 연착륙해 2년째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털리는 KBO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참고 =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STATIZ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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