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휴스턴 애스트로스 공식 트위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선발진은 2017년 첫 우승부터 꾸준하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전까지 휴스턴 선발진의 주춧돌 역할을 하던 댈러스 카이클은 2018시즌이 끝난 후 FA가 되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그다음 시즌 종료 후에는 게릿 콜이 떠났다. 저스틴 벌랜더는 2022시즌 다시 우승, 사이영상, 월드시리즈 첫 승을 기록한 후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 밖에도 5년 동안 많은 선수가 떠났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 중 한 명이 프램버 발데스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발데스는 처음부터 선발투수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간 2019년에는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2번째로 높은 볼넷%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2020년부터는 선발진에 안착했지만 단축 시즌으로 70.1이닝만 소화했고, 2021년에는 두 번의 부상을 겪으며 134.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좋아진 것처럼 보였던 제구력도 다시 나빠졌다. 최악은 포스트시즌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 선발 등판했던 발데스는 합쳐 4.2이닝을 소화하며 10점을 주고 말았다. 결국 휴스턴은 2021시즌 우승을 애틀랜타에게 넘겨줘야 했다.
씁쓸하게 2021시즌을 마무리한 발데스는 2022시즌에 앞서 새로운 구종을 추가했다. 바로 커터였다. 발데스와 함께 휴스턴의 선발진을 지킨 루이스 가르시아의 성공은 발데스에게도 새로운 구종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겨울 동안 새로운 구종을 추가한 발데스는 한 발짝 더 높이 성장했다. 여전히 위력적인 커브, 거기에 이번 시즌 전반적으로 모든 구종의 구속이 증가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투표 4위를 받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표1: 발데스 시즌별 구종별 구사비율>
이번 시즌 그가 추가한 커터는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팬그래프에서는 발데스의 커터를 슬라이더로 구분하기도 한다. 보통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가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짧게 꺾이는, 패스트볼과 구속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구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발데스가 던지는 커터의 평균 구속은 83마일로, 그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 (93.9마일)과 큰 차이가 난다. 11마일 정도의 차이가 나면 직구 계열 간의 구속 차보다는 직구와 변화구 계열의 구속차에 더 가깝다. 거기에 보통의 커터보다 더 급격하게 떨어지는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평균적으로 베이스볼서번트 상 슬라이더의 평균 떨어지는 무브먼트는 37인치이다. 발데스의 커터는 44인치다.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들의 평균적인 슬라이더보다도 더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심하다는 것이다.
<표2: 발데스의 구종별 무브먼트. 톱니바퀴는 메이저리그 평균이다>
(파란색:커브, 갈색:커터, 빨간색:포심, 주황색:싱커, 초록색:체인지업)
이러한 무브먼트가 있기에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쉽게 이 커터를 공략하지 못했다. 커터가 주 무기는 아니었지만,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좌타자들을 상대할 때 사용하면서 효과를 보았고, 본인의 구종 중 가장 낮은 상대 타율을 기록하였다. 여기에 발데스는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답게 땅볼 유도에도 능했다. 발데스의 2022시즌 땅볼%는 67.4%(개인 통산 땅볼% 66.6%)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땅볼% 42.9%와 큰 차이를 보인다. 커브도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은 기록을 보여주었다.
<표3: 2021,2022 시즌 구종별 성적>
발데스가 매년 발전을 거듭한 비결에는 심리적인 부분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에 선발로 데뷔했지만, 2019년까지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 이유를 발데스는 본인의 집중력에서 찾았다. “땅볼이 운 나쁘게 안타가 된다거나, 실책이 나오거나, 실투를 던진다거나, 더그아웃에서 뭔가가 들린다거나, 친구가 뭔가 한마디를 하게 되면 집중이 흐트러졌어요. 이닝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서는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죠. 웃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선발로 나간 경기 중에도 그랬어요. 그리고 다시 필드에 나가면 재앙이 닥쳤죠. 제가 봐도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휴스턴과 계약하기 전부터 좋은 평가를 받던 커브도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2020 시즌을 앞두고 휴스턴은 스포츠 심리학자 앤디 누네즈를 영입했다. 누네즈는 발데스와 시간을 보내면서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행동에 의도를 정하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휴스턴 내부에서는 누네즈와 시간을 보내기 전까지는 발데스가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참을성, 규칙을 따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법을 배웠습니다. 좋은 커브, 그리고 싱커가 있으니 어떻게 던져야 할지 다 안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좋은 신체 조건은 있었지만, 정신력이 좋진 않았죠.” 이렇게 발데스는 2020시즌을 맞이했고, 휴스턴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영입했다. 발데스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준 베이커 감독의 믿음 역시 발데스가 마운드 위에서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됐다.
휴스턴은 다시 한번 지구 우승, 그리고 2년 연속 월드 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달릴 것이다. 발데스는 이제 휴스턴의 에이스, 선봉장으로서 2023시즌을 맞이한다. 발데스와 더불어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루이스 가르시아와 같이 어린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벌렌더가 떠났음에도 강력한 선발진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휴스턴이다. 그중에서도 발데스는 강력한 자신감과 함께 2023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발데스는 “저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저 자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믿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믿지 못해도 저는 제가 오랫동안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도상현, 홍기훈
기록 출처= baseballsavant.mlb.com, fangraphs.com, mlb.com, theathletic.com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