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은서>
지난 2019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그동안 두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OPS 0.800을 돌파하는 데 실패했고, 단일시즌 최다 병살타(34개)를 기록하는 등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후 두산은 페르난데스와의 동행이 아닌 교체를 택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LA 에인절스 출신의 야수 호세 로하스이다.
배경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고등학교 출신의 로하스는 2016년 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에 36라운드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명 순위는 늦은 편이었지만 로하스는 첫 시즌 루키리그에서 0.308/0,372/0.471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의 첫시즌, 로하스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로하스는 항상 그다음 시즌 해당 레벨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마이너리그가 취소됐고, 그해 로하스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기회가 생긴 것은 2021년이었다. 시범경기에서 0.313/0.465/0.625의 좋은 성적을 올린 로하스는 개막전 40인 로스터에 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로하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백업 선수로 61경기에 출전했으나, wRC+ 80, bWAR -0.3을 기록하는 등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이번 시즌 로하스는 빅리그에서 22경기에 출전했으나 1할 타율에 그쳤고, 볼넷은 1개도 골라내지 못하는 등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로하스는 지명 할당 당했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향했지만, 그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막다른 길목에 몰린 로하스의 선택은 한국이었다. 10월 26일 로하스는 두산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5만, 연봉 85만,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공식적으로 KBO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183cm, 90kg의 체격조건을 가진 로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유격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은 로하스의 장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비력 측면에서는 많이 기대되지 않는다. 3루에서는 158이닝 동안 +3의 OAA를 기록하는 등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주었지만, 외야에서는 256이닝을 소화하며 -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호세 로하스 2021시즌 타구 프로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수비보다 공격 쪽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로하스는 호쾌한 어퍼스윙을 바탕으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선수였다. 트리플 A 시절, 3시즌 간 269경기를 뛰며 59개의 홈런, 0.525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2021시즌 리그 평균 이상의 배럴 타구 비율(Barrel%)과 강한 타구 비율(Hard Hit%)을 기록하며 수준급의 타구 생산 능력을 보여주었다. 중심 타선에서 충분히 한방을 기대해볼 만한 선수다.
또한 어퍼스윙을 바탕으로 많은 뜬공을 생산해내는 유형의 타자인 만큼 병살타에 대한 위험성도 훨씬 적다. 로하스의 트리플 A 시절 GB/FB는 0.71이었으며, 4시즌 간 병살타는 16개에 그쳤다. 전임자인 페르난데스가 트리플 A에서 한 시즌을 뛰며 11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는 점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선구안 또한 나쁘지 않다. 특출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로하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매 시즌 9%~10% 대의 BB%와 0.06의 타율-출루율 갭을 기록했다.
<호세 로하스 트리플 A 좌우 스플릿 성적>
<호세 로하스 트리플 A 타구 분포 비율>
다만 여느 좌타자와 마찬가지로 좌투수에 약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로하스는 우투수에는 확실한 강점이 있었지만, 좌투수에는 애매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장타력과 관련된 부분에서 차이가 컸다. 트리플 A 시절 우투수에는 17.7타석당 1홈런을 때려냈지만 좌투수에게는 33.2타석당 1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당겨치는 스타일의 타격도 수비 시프트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두산 베어스는 영입 당시 로하스를 스프레이 히터로 소개했지만, 로하스의 트리플 A 통산 당겨치기 비율은 44.2%에 달했다.
전망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장타력을 갖춘 로하스는 두산에 꼭 필요한 선수이다. 로하스는 올해 리그 팀 홈런 8위, 팀장타율 8위(0.365)로 파워가 부족했던 두산 타선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타자다. 김재환, 양석환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무게감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다.
또한 현재 어린 선수가 많은 두산 야수진에서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로하스의 장점이다. 다만 두산의 주전 내야진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시즌을 외야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불안한 외야수비가 적응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두산의 외인 타자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경험했다.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는 실패했지만 닉 에반스는 성공했다. 그리고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 슬라이크는 실패했지만, 페르난데스는 대성공을 거두며 우승까지 함께했다. 과연 이승엽호의 첫 영입인 로하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내년 시즌 로하스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이재성, 전언수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이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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