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해설자도 모르는 규칙, 심판들의 룰 숙지가 심각하다

Tauchman_Referee

5월 14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에서 수베로 감독의 항의로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있었다. 과연 수베로 감독은 어떤 문제로 항의를 한 것일까?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던 터크먼과 수베로 감독은 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일까?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자.

상황설명
1. 주자 1,3루 상황 타자는 희생플라이를 치고 3루 주자는 홈에 들어온다.
2. 3루 주자의 스타트가 빨랐다고 생각한 롯데 벤치는 선수들에게 3루 어필을 지시한다.
3. 어필을 하려고 투수가 공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1루 주자 터크먼이 2루 도루를 시도하지만 심판이 아직 플레이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으로 다시 1루로 돌아간다.
4. 심판이 플레이 콜을 하고 투수는 3루에 공을 던져 어필을 한다. 그 사이 1루 주자 터크먼은 2루에 안착한다.
5. 롯데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고 3루주자의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던 것으로 판독이 나온다. 그리고 심판은 터크먼에게 1루로 귀루할 것을 지시한다.
6. 이에 수베로 감독이 항의를 하러 나온다.

방송을 통해서 심판의 설명을 들을 수는 없지만 심판의 해설을 들은 해설자는 ‘룰에서는 이런 상황에 1루 주자가 2루로 갈 수 없다고 못을 박았어요’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2022년 KBO 규칙을 찾아봤지만 그 어떤 부분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단 5.09 (c)어필 플레이를 보면 이런 조항이 있다.

야구규칙 5.09 (c) (4) [원주]

그렇다. 어필 상황은 볼 데드 상황이 아니다. 터크먼의 주루는 정당했고 2루 진루는 인정되어야 했다. 이는 규정집 속에만 존재하는 규칙이 아니며 미국에서는 이를 이용한 상황이 일어난 바 있다.

앞선 상황과 유사하다. 주자 2루 상황. 마이애미는 세구라의 1루 공과를 어필하기 위해 1루에 공을 던졌고 그 사이 세구라는 3루로 뛰었다. 어필 결과는 세이프. 하지만 터크먼과 달리 세구라는 3루에 그대로 머물 수 있었다.

재발하는 규칙 미숙지 사태

이와 같이 규칙을 숙지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8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다음 플레이가 일어나기 직전 박기택 3루심이 상황을 인지하며 룰이 제대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플레이가 일어난 상황에서도, 끝난 이후에도 박기택 심판을 제외한 심판, 감독 그리고 해설까지도 잘못된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 상황이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는 야구 규칙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나와있는 예시였기 때문이다. 이 예문은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 똑같은 상황에 오심이 있었던 것을 계기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규정에 추가로 명기된 것이다. 하지만 3루심을 제외한 그 누구도 추가된 부분을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상황 모두 처음 겪는다는 해설은 같은 사람이었다.)

심판은 돈을 받고 일 하는 프로

프로야구에서 오심은 언제나 화제의 대상이 된다. 시속 150km가 넘는 공과 그것을 보는 선수가 찰나의 순간에 얽히다 보니, 인간이 오심을 저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규칙을 몰라 오심을 하는 경우는 다르다. 규칙을 숙지하는 것은 돈을 받고 일하는 심판의 당연한 의무다. 모르는 것은 직무유기다.

나아가 심판을 비롯한 감독, 해설진들도 규칙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오래 전도 아닌 10일 전에 메이저리그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친절하게 MLB KOREA 페이스북에 한국어로 자막까지 달아서 설명해주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출처: MLB KOREA 페이스북>

이 영상을 심판이 봤다면 오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야구 감독과 단장까지 했던 해설자가 이 영상을 봤다면 팬들에게 친절하게 규칙을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선수들에게만 ‘기본기’를 강요하지 말고 심판과 해설도 ‘기본기’를 갖추자.

야구공작소 익명의 칼럼니스트

익명의 에디터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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