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트윈스 페이스북)
작년 4월, 2019시즌 KBO리그 포수의 포구 능력을 계량화한 칼럼이 발행됐다. 해당 칼럼의 수치는 하드볼타임즈에 기고된 글을 바탕에 두고 산출됐다. 1년이 지난 만큼 이번에는 계산 방식을 일부 바꾸고, 기대득점화까지 진행해보자.
이전 칼럼에서는 해당 포수의 평균 폭투, 포일 발생률과 리그 평균 발생률을 비교해 값을 계산했다. 당시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방식은 모든 공의 폭투 발생률을 ‘평균’으로 놓고 계산하여 블로킹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례로 160km의 빠른 공이 포수와 먼 곳에서 바운드된 경우와 130km 공이 포수 바로 앞에서 바운드된 경우를 모두 같은 ‘블로킹 기회’로 계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공 하나가 아니라 시즌 전체로 봐도 제구력이 나쁜 투수가 많은 팀의 포수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제구력이 나쁜 만큼 포구하기 더 어려운 공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고자 이번 계산에는, BP의 방식을 참고했다. 일반화 가법 기법(GAM, Generalized Additive Model)을 활용해 변수에 따라 폭투 확률을 모형화했다. 해당 모형에는 공의 탄착군 외에도 폭투 여부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 구속, 그리고 우타/좌타 여부가 포함됐다.
미리 이야기하면, 팀별 추가 포구 득점과 투수의 제구력(K/BB, BB%) 간의 관계는 거의 0에 가까웠다. 해당 계산법을 통해 앞서 언급한 팀 투수의 능력에 따른 불리함은 제어됐거나, 실제로는 투수 영향이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해당 계산법을 활용한 2020시즌 KBO리그 포수의 추가 포구 순위다.
추가 포구 순위표, 1000구 이상 포구한 포수 대상
이 글에서 추가 포구는 바운드볼에 대한 블로킹과 노바운드볼에 대한 단순 포구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즉 ‘추가 포구’는 폭투/포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포수의 포구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로 볼 수 있다.
표의 추가 득점은 추가 포구에 20시즌 폭투, 포일의 기대득점인 0.3점을 곱한 결과다. 통상 10점을 1WAR로 변환하므로 해당 점수를 10으로 나누면, WAR단위로도 변환 가능하다.
20시즌 포구 추가 득점 1위의 주인공은 유강남이었다. 20시즌에 유강남은 전체 포구에서 평균 대비 5점을 막아 0.5승을 지켜냈다. 그동안 유강남은 프레이밍 능력에서 여러 차례 주목받은 바 있지만, 블로킹을 포함한 포구 능력은 아쉽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특히 유강남은 바운드볼 블로킹에 취약점이 있었다. 이를 의식해 매년 블로킹 능력 보강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결과, 유강남은 블로킹까지 자신의 장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유강남 포구 추가 득점 변화 추이
19시즌 상위권이었던 박세혁, 강민호 등은 20시즌에도 비슷한 수치를 보이며 꾸준한 안정감을 보였다. 이 밖에도 롯데 포수진의 비약적인 발전과 한승택의 추락 등이 눈에 띈다.
포수진의 중요성, 틈새시장 될까?
팀별 포구 추가 득점
사실 개개인으로 보면, 추가 포구 기여는 많아야 0.5승 정도다. 하지만 팀 단위로 보면 눈에 띄는 차이가 발생한다. 20시즌 1위인 LG는 포수 포구로 7점 이상을 얻었고, 10위인 기아는 포수 포구로 5점 이상을 잃었다. 1승 넘게 블로킹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의미다. 롯데는 19시즌과 비교해 1승의 손실을 줄였다.
추가 포구에 프레이밍까지 고려하면, 포수 수비만으로도 타 팀에 3~4승 이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뎁스 구성에 있어서 대부분의 팀들이 포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유강남과 롯데 포수진은 각각 세리자와, 콩거 코치의 지도를 받은 이후 짧은 기간에 수비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들의 사례를 보면 포수의 포구, 프레이밍 능력은 지도 방식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 내에 개선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포수는 통상적으로 개선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타격 능력보다는 수비 개선에 힘을 쏟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승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틈새시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PASS/9과 비교, 포구 능력에 대한 고찰
위의 계산 방식은 포구 기회의 수를 고려하지 못하는 PASS/9과 비교하면 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PASS/9의 연간(year to year) 상관계수는 0.36정도로 낮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추가 포구 능력은 연간 상관계수가 더 높게 나타날까? 100구당 추가 포구로 연간 상관계수를 구해 비교해봤다. 대상은 17시즌~20시즌 2년 연속 1,000구 이상 포구한 선수로 했다.
만약 100구당 추가 포구의 연간 상관성이 높았다면, 포수의 포구 능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100구당 추가 포구의 연간 상관계수는 0.3정도로 PASS/9보다도 낮았다. 연간 변동이 크지 않았던 MLB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었다. 전체 추가 포구 외에 바운드와 노바운드 수치를 따로 계산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MLB와 달리 KBO에서 추가 포구는 연도 단위로 변동이 심한 수치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뽑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포구 능력이 ERA처럼 운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이 커서, 안정되는데 큰 표본이 필요한 경우다. 두 번째로는 리그 내 포수의 기량 변화가 잦은 경우다. 리그 내에 완성된 포수보다 발전 혹은 퇴보하는 선수의 비중이 높으면 연간 상관계수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혼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포수의 포구 횟수를 늘리면 연간 상관계수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대상 포수를 2,000구 이상 포구한 선수로 늘릴 경우 연간 상관계수가 약 0.5 정도로 나타났다. 샘플사이즈가 커지면 데이터의 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는 첫 번째 가능성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샘플사이즈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연간 상관계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분석 대상을 3,000구 이상 포구한 선수로 잡으면, 연간 상관계수는 0.3정도로 다시 하락했다. 이는 두 번째 가능성과 상통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데이터 셋 개수: 1000구 이상(48개), 2000구 이상(37개), 3000구 이상(23개)
별개로 100구당 추가 포구와 PASS/9과 상관계수는 0.9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굳이 추가 포구 수치를 따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PASS/9으로도 포구 능력을 판단하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열심히 계산한 컴퓨터에게는 가슴 아픈 결과지만, 추가 포구는 점수화를 통해 직관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단 점에 의미를 두고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부록-난이도 고려한 19시즌 버전
작년 칼럼과 대부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유강남이 5개 손실에서 평균 수준으로 계산된 것이 최대 변화였다.
야구공작소 이승호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곽찬현,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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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2020시즌 포수들 프레이밍에 대한 글도 올라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