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포수 블로킹, 내 뒤에 공은 없다.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 NC 다이노스의 포수 김태군의 어록으로 최근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대사로 쓰이며 재조명 받았다. 이 말처럼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고된 포지션이다. 경기 내내 5kg의 무거운 장비를 두르고, 수십 번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투수가 던지는 총알 같은 공을 받아내야 한다. 타자가 친 파울 타구에 맞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런 포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투수의 일정하지 않은 제구력이다. 포수가 요구하지 않은 곳으로 들어온 공이나 바운드 되면서 들어오는 공 때문에 포수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부터 한치의 방심도 할 수 없다. 공이 빠지면 베이스를 내줘야 하고 심한 경우엔 허무하게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바운드된 공이 빠져 주자가 진루하면 ‘폭투’로 기록되어 투수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나 비난은 대개 포수를 향한다. 포수는 어떤 공이든 막아내는 것이 기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바운드가 된 공도 웬만하면 막을 수 있어야 수비가 좋은 포수로 인정 받는다.

블로킹의 기능은 단순히 공을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종 투수들은 폭투의 위험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바운드성 유인구를 구사한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투구다. 만약 포수의 블로킹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런 식의 투구를 시도하긴 부담스럽다. 블로킹 능력이 투수의 레퍼토리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포수의 블로킹은 경기에 안정감을 더하고 투수가 능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능력이다.

포구와 블로킹에 대한 평가


Pass/9 공식

포수의 포구 및 블로킹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는 Pass/9이 있다. 이 지표는 포수가 9이닝당 허용한 폭투와 포일의 개수를 나타낸다.

하지만 Pass/9은 포수별로 폭투나 포일이 발생할 기회가 얼마나 달랐는지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똑같이 100구를 받았더라도 한 포수는 한가운데 직구만 100개를 받았고 다른 포수는 바운드볼만 100개를 받았다면, 이 둘의 블로킹 능력을 Pass/9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2019시즌 팀별 바운드볼 순위, 바운드볼 기준

집계 상황 – (1) 주자 있는 상황에서의 포구 (2) 주자 없는 상황 2S에서의 포구
바운드볼은 배터박스의 끝보다 앞에서 바운드 된 경우에 한해 집계

위의 표는 2019시즌 팀별 바운드볼 순위다. 비슷한 이닝을 수비했지만 롯데 포수진이 삼성 포수진보다 300번 정도 더 많은 바운드볼을 받았다.

이러한 Pass/9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이닝이 아닌 ‘바운드볼’을 분모로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닝이 아니라 바운드볼당 폭투가 몇 개나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면 Pass/9보다 정확하게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단순히 바운드볼의 개수 외에도 공이 바운드된 위치, 구속에 따라 블로킹 난이도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공이 포수로부터 멀리서 튈수록, 공이 빠를수록 블로킹 성공률이 떨어진다. 구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이렇게 난이도까지 감안하면 더 정교한 모델이 되겠으나,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표본이 작아지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직접 계산해 본 결과 블로킹 난이도를 고려해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별도의 난이도 보정 없이 포수별로 바운드볼당 블로킹 실패 횟수(폭투 횟수)를 구했다.

아래 표의 ‘바운드볼’, ‘실패횟수’는 각각 포수가 실제로 받은 바운드볼 개수와 기록된 폭투 개수를 나타낸다. ‘실패율’은 실패 횟수를 바운드볼 개수로 나눈 것이다. ‘블로킹 이득’은 리그 평균 수준의 포수에 비해 이 포수가 몇 개의 폭투를 더 막았는지(내줬는지) 계산한 것이다. ‘실제’는 포수가 실제로 받아낸 바운드볼 개수가 반영된 수치이고, 100구당은 실제 수치를 바운드볼 100개당 수치로 환산한 값이다.

*블로킹 이득(실제) = (선수 블로킹 성공률-리그 평균 블로킹 성공률)*바운드볼 개수

블로킹 이득(100구당) = (선수 블로킹 성공률-리그 평균 블로킹 성공률)*100

2019 바운드볼 추가 블로킹(100구 이상, 단위 개, 평균 블로킹 실패율 6.65%)

바운드볼에 대한 추가 블로킹(실제)은 강민호가 1위를 기록했다. 강민호는 평균 대비 6개정도 적은 폭투를 내줬다. 이 밖에도 장성우와 박세혁, 한승택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00구당 수치로 보면 허도환과 이성우가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예상대로 최악의 선수는 롯데에서 나왔다. 나종덕과 김준태는 나란히 뒤에서 1,2위를 차지했다. 두 선수는 도합 평균 대비 18개가량의 추가 폭투를 내줬다. 여기에 나종덕과 김준태는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는 제2구장에서만 8개의 폭투를 더 기록했다. 이 부분은 계산에서 빠졌는데 이것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치는 더 나빴을 것이다.

다소 놀라운 것은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로 평가 받는 양의지의 블로킹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양의지는 평균 대비 3~4개의 추가 폭투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노바운드에서 찾은 반전, 그리고 비극의 연속

폭투는 바운드볼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노바운드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팀의 주전 포수들은 1년에 4000~5000개 정도의 ‘노바운드 포구 기회’를 갖는다. 바운드볼에 비해 폭투의 가능성은 낮지만 그 개수가 많고 대부분의 포일이 여기 포함되기 때문에 노바운드볼에 대한 포구도 살펴봤다.

노바운드볼 포구(1000구 이상, 단위 개, 평균 포구 실패율 0.29%)

흥미롭게도 극적인 반전의 사례들이 존재했다. 노바운드볼의 평균 대비 포구능력은 바운드볼 블로킹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이재원과 양의지가 각각 1위와 3위였다. 반대로 바운드볼을 철벽처럼 막아냈던 장성우는 노바운드볼 포구에서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평균 대비 5개나 더 포구에 실패했다. 강민호와 박세혁은 노바운드볼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안정감을 뽐냈다.

노바운드볼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안중열이었다. 롯데 포수진 중 그나마 블로킹 능력이 괜찮았던 안중열이 노바운드볼 포구에선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바운드볼 블로킹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한 나종덕과 김준태에게는 반전이 없었다. 노바운드볼 포구에서도 하위권이었다. 결과적으로 2019시즌 롯데는 평균 대비 30번이나 많은 폭투와 포일을 허용했다.

종합 추가 포구(바운드볼+노바운드볼, 단위 개)

블로킹, 포구의 가치

사실 체감하는 것보다 폭투나 포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기대실점의 관점에선 그 가치는 안타 하나보다 작다. 평균적으로 보면 시즌 동안 30개의 추가 폭투와 포일을 내줘도 승수로는 1승 미만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포구능력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포수의 포구 능력은 투수들의 심적 안정이나 볼 배합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포수의 블로킹 및 포구 능력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둘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수치로는 몇 점 안되니 안타 몇 개 더 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경기흐름이나 투수에게 주는 안정감을 중시해 수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좋은 포수가 되는 시작이 아닐까.

야구공작소 이승호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표기사진=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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