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수 시장,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변화 중 하나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있다. 재정적으로 불안정해진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소비에 신중해지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그에 따라 전체적인 소비가 줄어들었고, 특히 사치재에 대한 소비가 그러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 전체가 어려워지면 핵심이 아닌 부문에 대한 투자부터 줄이게 된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사치품’이 야구단이다. 올해 많은 팀들이 전례 없는 한파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런 한파 덕분에 지난 40년간 개선되지 못한 KBO리그의 선수 시장 구조가 변화할 조짐도 보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수를 무조건 쥐고 있는 것이 합리적이었던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조금이나마 바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 팀은 사교 클럽이 기원이다. 사교 활동의 일환으로 야구를 하던 것이, 이기기 위해 전문 선수를 고용하고 펜스를 두르고 관중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로 팀으로 바뀌었다. ‘자생’이 기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KBO리그 팀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에 가깝다. 정부 시책으로 프로야구를 만들기로 하자 대기업들이 ‘뚝딱’ 팀을 구성했다. 모기업이 있기에 시장 규모에 비해 큰 돈을 쓸 수 있었다.

 

기원의 차이는 양 리그 선수 시장의 차이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갖는 것은 1. 상품, 2. 돈이다. 그렇다면 선수가 오가는 선수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선수와 돈이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그렇다. 물론 직접 거액이 오가는 현금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불가능하지만 연봉을 덜어내기 위한 트레이드는 종종 이뤄진다. 아직 FA가 아니지만 연봉조정을 감당하지 못해 경쟁력 있는 선수와의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 선수 대신 현금을 확보하는 행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와 돈이 어느 정도 대등한 교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시장은 더욱 활성화된다.

 

반면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상 선수뿐이었다. 이것의 많은 부분은 KBO리그는 시장 규모에 비해 시장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돈이 너무 많다는 점으로 설명된다. 비유하자면 아이들이 100원짜리 시장 놀이를 하는데 부모들이 뒤에서 만 원짜리 들고 기다리는 상황과 같다. 상품의 가치가 솟고 돈의 가치는 낮아진다.

이런 시장에서 구단의 합리적인 전략은 선수를 최대한 많이 끌어안는 것이다. 돈으로 선수를 얻어올 수 없는 이상 우리 팀에서 쓰지 못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있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자연히 매물은 없고 시장은 위축된다. 반대급부로 유일하게 ‘돈만으로도 살 수 있는 상품’인 상급 FA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메이저리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기에 보다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인적 자원의 순환도 원활하다. KBO리그는 시장의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다. 물론 시장의 크기에 비해 비합리적으로 많은 돈이 투입된 덕에 프로야구의 파이가 빠르게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할 모델은 아니다.

 

변화의 조짐

그런데 지난해 11월에 열린 2020년 2차 드래프트에서 이런 양상이 조금 바뀌는 듯한 조짐이 보였다. 이전까지의 2차 드래프트는 ‘일단 뭐라도 뽑고 보는’ 드래프트였다.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2012~2018년 4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패스를 선언한 팀은 2012년 롯데(3라운드), 2014년 롯데(3), 2018년 두산(3)이 전부였다.

하지만 2020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롯데(2, 3), 삼성(3), KIA(2, 3), KT(3), 두산(1, 2, 3) 등 히어로즈를 제외하고도 총 5개 구단이 패스를 선언하는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두산의 패스는 재정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난 4번의 드래프트에서 총 3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패스가 2020년에만 5번이 일어난 것은 분명 특이한 사건이다.

구단에서 돈을 그렇게까지 중요한 자원으로 보지 않는 한 2차 드래프트에서 패스를 선언할 이유가 없다. 1~2억 더 쓰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패스가 쏟아졌다. 그만큼 2~3라운드 선수의 가치가 크지 않은 것도 있지만 (2020년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이 유난히 흉작인 것이 아니라면)이제 구단에서 1~2억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각 구단이 돈을 아끼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부터 신규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액(100만 달러)을 다시 만든 것도 비슷한 결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여기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 모기업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돈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시장에 전례 없는 한파가 몰아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한파가 한파로 끝나느냐, 의미 있는 시장의 변화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상황이 단순히 ‘연봉 후려치기’로 끝나면 이전과 똑같은 행태가 더 작은 파이 속에서 이뤄질 뿐이다. 선수 시장이 시장경제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보류 기간이나 연봉조정 시스템 등에도 수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이제 ‘안고 죽기’가 불합리한 전략이 되는 리그로 변모할 수 있길 기대한다.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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