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뜨거웠던 겨울
[야구공작소 오주승] 2016년 KBO리그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최형우,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등 대어가 쏟아져 나온 FA 시장은 예상대로 활활 타올랐다. 최형우는 역대 최고 계약을 이끌어내며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차우찬도 4년 95억원에 계약하며 투수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로 떠나긴 했지만 이대호가 150억원에 롯데로 복귀하며 FA 시장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두산의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2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따냈다. 10개 구단 외국인 30명 중 연봉이 100만 달러를 넘는 선수만 해도 14명으로 역대 최고다. 이제 KBO리그에서 100만달러의 외국인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FA 계약 총액 703억원, 외국인 선수 연봉 총액 3,108만달러로 총합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간 이번 겨울, 과연 이 돈 잔치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야구공작소는 세 편에 걸쳐 각 팀의 오프시즌을 평가해 보았다.
1위 – KIA 타이거즈
IN 최형우
OUT 강한울
FA잔류 양현종, 나지완
외국인 팻 딘, 버나디나(신규계약), 헥터(재계약)
빛고을 광주에 다시 볕이 드는 걸까. KIA는 이번 겨울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고 투수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국내 최고 타자를 영입했다. 지난해 리그 최고의 팀 기여도를 보여준 외국인 선수(WAR 기준)와도 1년 더 같이 하게 되었다. 팀 내 최고의 득점생산력을 보여준 타자와도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내부 단속은 물론, 외부 영입까지 만족스러운 완벽한 겨울이었다.
FA 최초로 100억원 벽을 깬 팀은 KIA였다. KIA는 F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최형우에게 100억원을 투자하며 리그 WAR 1위 타자의 마음을 얻었다. 지난해 야수진 전체 WAR은 7위를 기록, 전체 4위에 올랐던 투수진에 비해 다소 아쉬웠지만 이번 영입으로 투, 타 모두 리그 상위권의 전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1년 계약이지만 명실상부 양현종과도 올 시즌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양현종은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일본행이 예상됐지만 협상 막판 가족회의 끝에 광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양현종의 잔류를 예상하지 못했던 KIA는 최형우와 나지완의 계약으로 예산이 부족했고, 당장에는 적은 금액이더라도 1년 후 더 나은 대우와 조건 없는 FA 자격을 약속하며 팀의 에이스와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 wRC+(득점생산력) 158로 전체 5위를 기록했던 나지완과도 4년 40억원의 계약에 성공했다. 나지완의 성적과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었다. 지난해 WAR 0.78로 전체 9위에 그쳤던 중견수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 버나디나를 영입해 약점을 메꿨다. 김선빈, 안치홍이라는 키스톤 자원까지 합류한 KIA는 이제 포지션 교통정리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2위 – LG 트윈스
IN 차우찬, 최재원
OUT 우규민, 이승현
FA잔류 봉중근, 정성훈
외국인 허프, 히메네스, 소사(재계약)
쌍둥이가 10년 만에 선발 투수를 영입했다. 2006년 박명환을 4년 40억원에 영입하며 FA 투수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던 LG는 정확히 10년 후 그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차우찬에 투자하며 다시 한번 투수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지난 2년간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에게 95억원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향후 3년간 FA 시장에 풀리는 대어급 투수가 두 번째 FA를 맞이하는 장원준을 제외하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LG 프런트에서 과감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후반기에 합류해 13경기 동안 3.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던 허프와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허프와의 재계약으로 LG는 허프-차우찬-류제국-소사의 검증된 4선발을 구성하게 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 선수 숫자도 맞추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지난 4년간 LG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우규민을 떠나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보상선수로 어느 정도 상쇄했다. 지난해 LG의 약점을 꼽으라면 단연 2루였다. 2016년 LG 2루수가 기록한 WAR의 합은 0.95로 전체 9위에 불과했다. 2루수로 가장 많이 출전한 손주인은 올해 34세다. 언제 노쇠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선수로 최재원을 데려왔다. 최재원은 지난해 부상 전까지 1.23의 WAR을 기록했다. 우규민의 2016년 WAR이 0.76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LG로서는 꽤 짭짤한 거래였다.
3위 – 한화 이글스
IN
OUT
FA잔류
외국인 오간도, 비야누에바(신규계약), 로사리오(재계약)
최근 몇 년간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한화는 올해 역시 통 큰 투자를 감행했다. 지난해 로저스, 마에스트리, 서캠프, 카스티요 네 명의 외국인 투수와 계약했지만 한 명도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것을 잊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먼저 150만 달러에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을 무난히 마무리지었다. 로사리오는 지난 시즌 초반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응 후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지난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알렉시 오간도와의 계약 소식은 타 팀 팬들까지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한화가 오간도에게 투자한 180만 달러는 이전까지 로저스만이 받아 본 금액이자 1년차 외국인으로서는 최고 금액이었다. 계약 규모만으로도 오간도에 대한 한화 프런트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로사리오, 오간도에게 투자한 금액만으로 벌써 5개 팀(롯데, SK, kt, 넥센, 삼성)의 외국인 총 투자액을 넘어섰지만 한화의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한화는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하며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비야누에바는 지난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30경기 이상 출전했고 불과 2년 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풀타임 메이저리그 선수였다.
반면 FA 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웠다. 외국인을 제외하면 고정된 선발투수가 없는 한화에게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이라는 대형 선발투수들이 풀린 이번 FA시장은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과감한 투자로 ‘총알’이 떨어진 한화는 일찌감치 FA 시장에서 손을 떼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50억원대의 투자와 함께 박종훈 전 LG 감독을 단장으로 영입하며 팀 운영에도 변화를 꾀했다. 박종훈 단장의 영입은 프런트의 변화 의지를 나타낸 움직임이다. 과연 이런 한화의 움직임이 메이저리그식 단장 야구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감독과 프런트의 힘겨루기에 그치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2편에 계속
기록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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