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브룩스, KIA 타이거즈
투수, 우투우타, 194cm, 105kg, 1990년 4월 27일생
[야구공작소 곽찬현] 2020시즌의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질 전망이다.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다수가 미국인 내지 미국야구를 경험해본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덜 알려졌지만, 국내와 해외 스카우트 부서를 나누는 등 프런트에도 상당한 조직 개편이 일어났다. 제이콥 터너와 조 윌랜드도 교체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한자리를 애런 브룩스(Aaron Lee Brooks)가 채우게 됐다.
배경
애런 브룩스의 커리어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2011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9라운드 전체 276번으로 지명됐다. 당시 그는 평균 140~145km, 최고 148km의 직구와 평범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내구성도 좋지만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2012, 2013 두 시즌 동안 애런 브룩스는 더블A 평균자책점 4.62, 9이닝당 볼넷 1.4개 및 9이닝당 삼진 6.6개를 기록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볼넷은 적었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구위 때문에 삼진도 많이 잡지 못했다. 2014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2.2이닝만 소화하며 ‘맛만 보고’ 왔다. 139이닝을 소화한 트리플A 레벨에서도 9이닝당 볼넷 1.6개, 9이닝당 삼진 6.3개로 여전한 모습이었다.
데뷔의 기쁨도 잠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애런 브룩스는 소속팀만 다섯 번 바뀌는 저니맨 신세가 된다. 2015시즌 중반 벤 조브리스트의 대가로 션 머네아와 함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2016시즌을 앞두고는 크리스 코글란의 대가로 시카고 컵스에 갔다. 2017시즌 중반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했지만 2018시즌 말미에 현금 트레이드로 오클랜드에 돌아가게 된다. 결국 그는 2019시즌 중반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도달한다.
애런 브룩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47경기 28선발 170.2이닝 평균자책점 6.49를 기록했다. 어느덧 세 차례의 마이너리그 옵션까지 소진한 롱릴리프, 기껏해야 하위권 팀 선발이나 할 만한 29살 투수에게 메이저리그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KBO리그 팀의 레이더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애런 브룩스의 선택은 오클랜드 시절 한솥밥을 먹은 맷 윌리엄스 감독(당시 3루 코치)과의 재회였다. 인연의 힘에 힘입어 기아는 이적료를 별도로 지불하면서까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7만 9,000달러에 애런 브룩스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스카우팅 리포트
애런 브룩스는 평균 147km, 최고 151km의 직구와 투심, 130대 중후반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진다. 직구와 투심은 회전수가 약 2,000~2,100회로 평균보다 낮지만, 좌우 움직임이 크다. 이는 타자의 배트를 피하기보다 빗맞히는 효과로 이어진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각각 우타자와 좌타자 상대 주무기로 활용한다. 이 중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 32%의 적지 않은 헛스윙률(whiff%)을 보였다. 애런 브룩스가 리그 간 공인구 차이에 민감하지 않다면, 그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에서도 결정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런 브룩스가 커리어 내내 보여준 가장 확연한 특징은 스트라이크 존 공략이다. 최근 5년간 AAA 레벨에서 기록한 9이닝당 볼넷이 1.9개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2.8개로 높지 않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타자 상대 히트맵을 통해서도 그의 공격적인 투구 성향 및 구종 커맨드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보낸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평범한 구위 때문에 불펜 전환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부상 걱정도 크게 할 필요가 없다. 2016시즌 엉덩이 부상이 오래가며 다섯 번밖에 등판하지 못했지만, 그 외에 부상 경력은 찾기 힘들다.
전망
부정적인 신호보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볼넷을 남발하며 팬들의 속을 터지게 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평균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투심을 꾸준히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150km인 메이저리그에선 장점이 아니지만, 평균 구속이 143km에 불과한 KBO리그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 슬라이더와 그에 버금가는 위력의 체인지업은 KBO리그 타자들을 곤란하게 할 확률이 높다.
물론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애런 브룩스의 탈삼진 능력은 특별하지 않다. 이는 인플레이 타구 처리 여부에 많이 의존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2019시즌 기아 야수진의 수비 효율(DER: 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65.2%로 리그에서 8위다(리그 평균 66.7%, 1위 두산 68.6%). 지난해 젊은 야수들이 1군 무대를 밟았지만, 수비를 맡길 수 있는 선수는 박찬호뿐이다. 타격만 보고 기용하는 코너 외야수 터커와 최형우, 수비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김선빈과 빈자리만 남은 2루는 불안감을 더한다.
애런 브룩스와 기아가 계약을 맺은 지난 11월, 매스컴에선 맷 윌리엄스 감독의 존재가 계약 체결에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애런 브룩스는 감독의 ‘픽’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예은
기록 출처 = Fangraphs, Baseball Savant, Baseball America, Baseball Reference, 기아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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