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야구 주요 현안

[야구공작소 오연우] 2019년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끝을 맞아 2019년 현재 야구계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짧게 정리해 본다.


KBO

1. FA 제도

현행 FA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한다. 보상 선수 규정, 지나치게 긴 최초 취득 기한, 재취득기한 4년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가운데 최고 중점 사안은 보상 선수  규정이다.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보상 선수 규정 때문에 일부 특급 선수를 제외하면 다수의 FA 선수들이 그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시행이 유력한 대안은 FA등급제다. FA등급제는 FA선수를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보상 선수 수준에 차이를 두거나 보상을 아예 없애는 것이다. 등급을 어떻게 나누고 등급에 따라 어떻게 차등을 둘지가 관건이다. FA등급제는 과거 MLB에서 시행했다가 폐지한 바 있으며 NPB에서는 지금도 시행 중이다. MLB처럼 퀄리파잉오퍼(QO)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거의 논의되고 있지 않다.

지난 11월 21일에는KBO 실행위원회에서 선수협에 FA등급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등급에 따른 보상 선수 수준에서 의견이 갈려 선수협 측에서 거절했다. 여기에 부상자 명단(IL) 신설 문제, 외국인 선수 보유·출전 문제, 2군 이동 시 연봉 감액 문제, 샐러리 캡 등이 FA 제도와 맞물려 협상되고 있어 협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2. 공인구 반발력 조절 및 홈런 감소

2014년부터 이어진 타고투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19시즌 전 KBO는 공인구의 반발력 기준을 기존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췄다. 이와 관련해 살펴볼 점은 아래와 같다.

(1) 실제로 반발력이 낮아졌는가?

<2019년 공인구 수시 검사 결과>

1차 검사에서는 3타 중 2타가 기준을 초과했다. 2차 검사에서는 총 8타 중 2타가 기준을 초과했으며 마지막 3차 검사에서는 2타 중 2타 모두 합격했다. 반발계수가 시즌 전에는 다소 불안정했지만 점차 잘 조절된 것으로 보인다.

(2) 타고투저가 완화되었나?

경기당 득점이 지난해 11.1점에서 올해 9.1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BABIP(인플레이 타율)는 0.329에서 0.310으로 낮아졌고, 특히 타석당 홈런 비율이 3.09%에서 1.82%로 급감했다. 수치 자체는 정상적인 수준이나 리그 환경이 1년 사이에 지나치게 많이 변한 점은 KBO의 세심한 고려가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공인구에 대해서는 아래 MLB 파트에서 조금 더 다룬다.


3. 대학야구

대학야구가 점차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프로에 지명되는 선수도 줄어들었다. 이는 우수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할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현재 대학야구는 사실상 ‘프로 재수학원’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해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 의무 지명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얼리 드래프트란 대학 졸업 전에도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재능 있는 선수가 고등학교 졸업 후 상위 순번에 지명받지 못했을 때, 현재는 대학에 가서 ‘프로 재수’를 하면 4년을 보내야 하지만 얼리 드래프트가 도입되면 2년 정도만 뛰고도 다시 드래프트에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재수를 희망하는 우수 선수들이 대학으로 올 유인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2년제 대학 야구부가 엄청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예 대학야구의 본질적인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어차피 프로에 지명될 확률이 매우 낮다면 대학에서는 죽자사자 프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야구를 병행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는 현실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다.


MLB

1. 경쟁균형, 탱킹

MLB의 경쟁 균형 문제는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졌다. 100승 팀과 100패 팀이 각각 4개씩 나왔다. 하위 10개 팀 올스타가 모여도 휴스턴 애스트로스 한 팀의 전력을 따라잡기 힘들다.

경쟁 균형이 무너진 이유로는 흔히 탱킹이 지적된다. 개개의 팀이 탱킹이라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탱킹이 만연하게 하는 리그 환경은 분명 긍정적이지 않다. 전력 양극화로 승패가 명확한 경기만 펼쳐진다면 팬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으기는 어렵다.

전력 양극화 문제와 탱킹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도가 제안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샐러리 플로어’다. 모든 팀이 연봉으로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게 함으로써 전력 균형을 유도한다. 드래프트 순서에 확률 요소를 넣는 방식(로터리 픽)이나 몇 년 연속 특정 승률에 미달하면 페널티를 주는 방식도 제안되었다. 다만, 어떤 제도 하에서든 약팀에게 혜택을 준다는 기본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탱킹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이 꼭 옳은 방향인지조차도 아직 불분명하다.


2. 공인구 변화, 홈런 급증

MLB에서는 KBO와는 반대로 공인구 교체로 홈런이 급증했다. 공인구와 비거리의 연관성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1) 반발력

반발력은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부딪친 뒤 튀어나오는 처음 속도를 대변한다. 따라서 반발력이 상승하면 발사 속도(Exit Velocity)가 증가한다. 그러나 11월에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홈런이 급격히 늘어난 최근 몇 년간 공의 반발력은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 항력

항력은 날아가는 공이 공기와 부딪치면서 얼마나 빠르게 속도가 감소하는지와 연관된다. 2018년 MLB 홈런조사보고서에서도 공의 항력 감소를 홈런 증가의 원인으로 추측한 바 있다. 다만 한 연구에 따르면 홈런이 지금 정도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항력이 평균 약 3% 감소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개별 공들 사이의 항력은 평균 대비 ±20% 정도로 퍼져 있어서 3%라는 미세한 변화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 마이너리그 처우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처우 문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돈을 받고 뛴다. 2018년에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 주는 법이 통과되었으나 이는 그 외 수당을 받을 근거를 없애 사실상 개악이었다.

메이저리그 팀 입장에서는 마이너리거 육성 비용이나 계약금 등을 감안하면 이미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이미 마이너리그 상황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결국 절대적인 을(乙)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나서야 하지만 쉽지 않다. 올해 올스타전 때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이와 관련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별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시즌이 끝나자 많은 마이너리그팀들의 해체만 결정됐다. 명목은 마이너리그 환경을 개선하고 이동거리를 줄인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거세진 처우 개선 요구를 구단 해체라는 방식으로 강제 진압하려는 모양새다.

기사에 따르면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4만 달러 수준까지 올리는 데에 필요한 비용은 팀당 평균 681만 5천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에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연봉을 50% 이상 인상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소식이다.


공통

1. 경기시간

경기시간 문제는 오래동안 지적되었다. 긴 경기시간이 팬들을 야구에서 멀어지게 하고 신규 팬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KBO에서는 2015년부터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실행하고 있고, MLB에서는 보다 파격적으로 자동 고의4구나 세 타자 의무 상대 규정 등을 신설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뾰족한 효과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별 효과가 없는 이유는 헛다리만 짚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통해 알려진 사실은 투구와 투구 사이, 타석과 타석 사이의 인터벌이 경기 시간을 늘리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이 인터벌을 줄일 수 있다면 경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경기가 다득점이냐 저득점이냐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일부 마이너리그에서는 ‘피치 클락’이 도입되기도 했다. 투수 앞에 시계를 두고 20초 제한을 두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한 마이너리그에서는 경기시간이 약 10분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언제 도입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 로봇 심판

로봇 심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어느 정도 갖춰짐에 따라 로봇 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비디오 판독을 통해 대부분의 판정이 번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로봇 심판이 도입될 경우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스트라이크 존의 기계 판정이 될 것이다.

로봇심판을 요구하는 측의 논리는 분명하다. 더 이상 사람이 하는 부정확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존 대신 정확한 일관된 스트라이크 존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럴 기술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로봇 심판의 본격적인 도입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칼럼에서는 로봇 심판의 즉시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1) 몇몇 투구 데이터가 아예 입력되지 않는 오류가 올해에도 발생한 적이 있음. 이 경우 오심이 나오는 게 아니라 아예 판정 자체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생기게 됨.

(2) ‘평균적’으로 더 정확한 건 맞지만, 구장이나 환경에 따라 편차가 커서 어떤 경우에는 사람보다 오차가 커질 수 있음.

(3) 스트라이크 존 설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려움.

그 외에도 스트라이크 존을 규칙집의 자구 그대로 설정할 수 있는지, 자구대로 설정했을 경우 스트라이크 존이 현행 존과 비교해 지나치게 급변하지 않을지의 우려도 있다.

정답은 없다. 마이너리그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사용한 뒤에 나온 기사를 링크해 둔다.


3. 팬 감소

팬 감소 문제는 복합적이다. 경기시간 문제는 MLB와 KBO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전력 양극화에 따라 경기가 재미 없어졌다는 문제는 MLB가 더 심하지만, KBO도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 여기에 MLB에는 팬층이 고령화되는 문제도 섞이고, 비싸진 티켓이 관중을 이탈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양 리그 모두 그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다. 일부는 앞에서도 다뤘다. 다만 그 노력이 얼마나 실속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심지어 최근 대두된 마이너리그 축소 문제는 이런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 두 커미셔너가 역량을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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