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윌켈 에르난데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

윌켈 에르난데스 (Wilkel Hernandez)

1999년 4월 13일생 (만 26세)

우투우타 / 191cm 88kg

2025시즌 톨레도 머드헨스(AAA) 34경기(19선발) 3승 7패 114.1이닝 96K 44BB ERA 4.80

계약 총액 90만 달러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

 

2025시즌 한화 이글스는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보유했다. 문제는 2026시즌에는 동일한 호사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코디 폰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라이언 와이스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났다. 직전 시즌의 가장 큰 강점이 새로운 시즌에는 거대한 의문점으로 변했다.

한화 이글스의 첫 신규 외국인 투수 선택은 윌켈 에르난데스다.

 

배경

베네수엘라 출신의 윌켈 에르난데스는 2016년 LA 에인절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에서 첫 풀 시즌을 보낸 2017년에는 44.1이닝 동안 ERA 2.64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93마일까지 오르며 팀 내 유망주 30위권에도 진입했다. 시즌 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안 킨슬러 트레이드의 대가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에르난데스는 이적 후에도 2년간 무난한 성적(149이닝 ERA 4.17)을 쌓으며 기존과 비슷한 평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시련이 찾아왔다. 2020년 마이너리그 전면 중단으로 인해 1년을 허비하고, 그해 11월 토미존 수술까지 받으며 2021년까지 날려버리고 말았다.

공백기 2년을 거친 후의 에르난데스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상 없이 무난한 성적(384.2이닝 ERA 4.31)을 거두며 2025년에는 AAA까지 승급했다. 하지만 MLB 구단이나 유망주 평가 매체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와중 한화에게서 외국인 투수 제안을 받은 에르난데스는 결국 KBO행을 선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 2025시즌 무브먼트 프로필 (AAA) >

< 2025시즌 구종 구사율 (AAA) >

에르난데스는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을 주로 던진다. 우타자 상대와 좌타자 상대 모두 싱커를 절반이 넘는 비율로 던진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우타자 상대로는 거의 슬라이더 하나만을 변화구로 채용하는 반면, 좌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비슷하게 가져간다.

싱커는 에르난데스의 프로필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다. 싱커가 가라앉지 않는다. 에르난데스의 싱커는 무브먼트든 실제 결과든 싱커보다는 포심에 더욱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 AAA 평균 포심, 싱커와의 비교 >

냉정히 말해서 좋지 못한 무브먼트다. 싱커의 장점을 살리지도 포심의 장점을 살리지도 못했다. AAA 싱커 평균을 1마일 이상 상회하는 구속에도 불구하고 팬그래프 Stuff+는 79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AAA 싱커 평균 Stuff+ 92)

믿을 건 빠른 구속이다. 시속 94.3마일(151.8킬로미터)의 평균 구속은 작년 KBO 규정이닝 30% 이상 투수들 중 상위 6%에 해당한다. 구속 혁명이 진행 중인 KBO에서도 여전히 속도 하나만으로도 메리트가 있는 구속이다. 압도적으로 빠른 구속과 함께한다면 무브먼트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KBO 공인구가 에르난데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KBO 공인구는 AAA에서 사용되는 공인구보다 투구의 무브먼트가 더 커지는 경향이 존재한다. 에르난데스 싱커의 큰 단점 중 하나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수직 무브먼트다. KBO 공인구 환경에서 수직 무브먼트가 더 증가한다면 그 단점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어중간한 수직 무브먼트에서 벗어나 아예 암사이드 무브먼트가 큰 포심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르난데스와 비슷한 조건에서의 성공 사례가 최근 있었다. 바로 지난 시즌 중순 LG 트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앤더스 톨허스트다. AAA 시절 톨허스트는 에르난데스의 싱커와 유사한 구속과 수직 무브먼트를 지닌 포심을 던졌다. 영입 당시 포심의 스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 2025년 AAA 톨허스트 vs 에르난데스 주요 패스트볼 비교 >

미국에서 에르난데스가 던진 구종 중 가장 뛰어난 구종은 단연 슬라이더였다. 에르난데스의 슬라이더는 MLB 수준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위력을 갖추고 있다. 85.1mph로 MLB 평균 슬라이더(스위퍼 제외)와 비교했을 때 1mph 더 느리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1인치 작아 더 떨어진다. Stuff+ 또한 108로 MLB 평균 슬라이더의 105보다 약간 높다.

지난 시즌 AAA에서 에르난데스는 우타자 상대와 좌타자 상대 모두 슬라이더를 주요 결정구로 채용했다. 우타자 상대로는 준수한 스터프 평가대로 평균 이상의 헛스윙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좋지 못했다.

< AAA 우투수 평균과 슬라이더 Swstr% 비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르난데스가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체인지업의 구위가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7.6mph)도 수직 무브먼트 차이(7.6인치)도 특출나지 않다. Stuff+는 68로 최악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 AAA 체인지업 평균과 비교 >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체인지업이 헛스윙 유도에 강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결정구보다는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 활용했다. 그 성과도 꽤 준수하다.

< AAA 평균 2스트라이크 이전 체인지업 스탯과 비교 >

또한 이른 카운트에서의 적극적인 체인지업 활용은 패스트볼의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르난데스의 패스트볼은 암사이드 무브먼트가 커 체인지업과 약 1인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좌타자들은 에르난데스의 체인지업을 의식해 체인지업에는 거의 헛스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비슷한 궤적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많은 헛스윙을 했다. 에르난데스의 패스트볼이 헛스윙 유도에 특화된 특성을 마땅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인 수치다.

< AAA 좌타자 상대 우투수 패스트볼 평균과 비교 >

에르난데스가 체인지업으로 많은 헛스윙을 이끌어 내지 못했음에도 좌타자 상대 삼진율이 우타자 상대보다 더 높은 이유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쉽게 치부하기도 어렵다. 에르난데스는 부상 복귀 후 2022시즌부터 4년 내내 우타자보다 좌타자 상대로 더 높은 삼진율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약점이 완전히 메꿔진 건 아니다. 위와 같은 전략도 좌타자 상대 장타 허용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메꾸진 못했다. 특히 올해 에르난데스가 허용한 홈런 14개 중 10개는 좌타자가 친 홈런이었다. 좌타자 상대 배럴 타구 비율은 AAA 하위 10% 이내에 해당한다.

제구력은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 시즌 Zone%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모두 AAA 평균을 상회한다.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볼넷 비율이 크게 폭증한 시즌도 없었다.

 

전망

윌켈 에르난데스는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은 아니다. 평균 150km/h 이상의 패스트볼을 큰 제구 불안 없이 던질 수 있다는 사실만 해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이 된다.

MLB에서도 평균적인 수준의 슬라이더는 KBO에서는 확실한 플러스 피치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2020년 토미존 수술 이후 지난 3년 동안 별다른 부상 없이 꾸준히 100이닝 이상 소화했을 정도로 부상 위험이 높지도 않다.

안정적인 2선발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체인지업에 달려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적절한 활용법을 통해 괜찮은 성과를 냈지만, 리그 환경과 타자들의 전략들이 마이너리그와 상이한 KBO에서도 그 전략이 그대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에르난데스가 AAA에서 뛴 홈구장은 같은 리그에서 좌타자가 가장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 중 하나였다. 좌타자 상대 장타 위험이 높은 에르난데스에게 알맞은 환경이었다. 2026시즌에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우측 담장의 몬스터 월이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잘 풀리더라도 폰세와 와이스의 벽은 높다. 그 둘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로테이션 한 자리를 든든하게 맡아준다면 한화 이글스의 19년 만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therealestmuto

야구공작소 정승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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