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짐머맨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릴리즈 포인트가 일정한 투수였다. 사진 = flickr_keith allison>
[야구공작소 오연우] 투구 시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을 릴리즈 포인트라고 한다. 릴리즈 포인트는 선수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선수 개개인의 릴리즈 포인트는 대체로 일정하게 형성된다.
릴리즈 포인트가 일정할수록 제구력이 좋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직관적으로도 매번 손 위치가 흔들리는 선수보다는 일정한 선수가 더 일정한 제구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좋은 투수는 (좋은 의미에서)같은 동작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재 투구 추적 장치인 트랙맨을 이용해 모든 투구의 릴리즈 포인트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를 이용해 릴리즈 포인트와 제구력의 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릴리즈 포인트와 그 변동성(RPV)
트랙맨의 릴리즈 포인트 데이터는 3차원의 (x, y, z) 좌표 형태로 제공된다. 좌표의 기준이 되는 점, 다시 말해 (0, 0, 0)인 지점은 오각형 홈플레이트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꼭짓점이 위치한 지면이다. 릴리즈 포인트로 주어지는 좌표는 이 기준점으로부터 릴리즈 포인트까지 좌우(3루-1루), 전후(홈-외야), 상하 방향으로 떨어진 거리를 뜻한다. 가령 릴리즈 포인트가 (1, 2, 3)이라는 것은 기준점으로부터 오른쪽(1루 쪽)으로 1피트, 전광판 쪽으로 2피트, 지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3피트만큼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는 릴리즈 포인트의 안정성과 제구력의 관계를 보는 것이 목표이기에 릴리즈 포인트의 절대적 위치보다는 상대적인 편차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제구력과 릴리즈 포인트 안정성의 관계를 살펴봄에 있어 먼저 제구력은 투수의 타석당 볼넷, BB%를 기준으로 삼았다. 릴리즈 포인트가 불안정할 경우 공의 로케이션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으므로 BB%는 제구력을 반영하는 나쁘지 않은 지표다.
릴리즈 포인트의 안정성에 관해서는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를 이용하되 구종에 따른 차이를 감안했다. 예를 들어 포심과 커브를 던지는 선수 A와 B의 릴리즈 포인트가 아래 그림과 같이 형성되었다고 하자.
전체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로 보면 A가 B보다 클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B보다는 A의 릴리즈 포인트가 더 일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를 구종별로 구한 뒤 이를 구종별 투구수에 따라 가중치를 주어 평균을 구했다. 이 값을 ‘릴리즈 포인트 변동성(Release Point Variance, 이하 ‘RPV’)’이라 부르기로 한다.
예를 들어 투수 A의 포심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가 1이고 200구 던졌으며, 커브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가 2고 100구 던졌다고 하자. 이때 A의 RPV는 두 표준편차를 투구수에 따라 가중평균해 (1*200+2*100)/(200+100) = 1.33로 구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2018년에 300타자 이상 상대한 투수 196명에 대해 RPV를 구하고, RPV와 BB%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먼저 투수별 RPV 순위는 아래와 같다. (100구 미만 던진 구종은 RPV 계산에서 제외했다.)
조던 짐머맨(0.096)이 유일하게 0.1 미만의 RPV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존 레스터(0.105), 바톨로 콜론(0.107) 등이 이었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콥 디그롬은 10위였고 류현진은 0.124로 53위였다.
아래로 내려오면 클레이튼 리차드(0.414)가 큰 차이로 꼴찌를 차지했다. 케빈 가우스먼, 마커스 스트로만 등의 익숙한 이름도 하위권에 자리했다.
RPV와 BB%의 관계를 보기 위해 산점도를 그린 결과는 아래와 같다.
대부분의 선수가 RPV 0.1~0.2 구간에 분포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극단치인 타일러 챗우드와 클레이튼 리처드를 제외한 RPV와 BB%의 상관계수는 0.34로, 약한 양의 상관관계만이 확인되었다.
RPV를 구할 때 릴리즈 포인트의 (x, y, z) 좌표를 모두 활용할 수도 있지만 축을 선택적으로 한 개나 두 개만 사용할 수도 있다. 축의 개수를 줄이면 다른 관계가 보일 가능성을 고려해 (x, y, z), (x, z), (x), (y), (z) 총 5가지 경우에 대해 각각의 RPV-BB% 상관계수를 구했다.
축을 어떻게 잡아도 축 3개를 사용했을 때보다 상관계수가 높게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다만 x축(0.302)을 사용한 경우가 y축이나(0.231) z축을(0.196) 사용한 경우보다 비교적 RPV와 BB%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론
1. 릴리스 포인트의 변동성과 BB% 사이에 어느 정도의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상관관계의 정도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크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영점 조준 능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이너리그나 KBO 자료로 비교해 본다면 보다 큰 차이를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 앞뒤(y)나 위아래(z)의 변동성보다는 좌우(x)의 변동성이 BB%와 더 큰 관계를 가졌다. 오버핸드 기준으로 릴리즈 포인트가 앞뒤나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은 투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길 수 있는 오차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것은 제구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간단하게 살펴본 자료인 만큼 한계점도 분명하다. 변동성을 나타내기 위해 릴리즈 포인트의 표준편차를 이용했지만 확인 결과 릴리즈 포인트의 편차가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한 선수의 여러 구종 사이에 릴리즈 포인트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자료가 2018년으로 제한되어 RPV가 선수에 따라 일정하게 나타나는 값인지 연도별로 편차가 큰 값인지 확인되지 않은 것도 분명한 한계점이다.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배원호, 송민구
출처 : Fangraphs, Baseball Sa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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