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번째 야구장 소음·빛에 대한 소송
[야구공작소 한민희] 얼마 전 광주고등법원은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이하 ‘야구장’) 인근 주민들이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에 대해 광주광역시와 KIA타이거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을 기각했다. 챔피언스필드 인근 주민들(이하 ‘주민들’)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번 사건은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에 대한 국내 첫 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주민들의 쾌적하고 평온한 생활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대중스포츠의 공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한 상황에서, 법원은 일단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진=한민희)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1)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성질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손해배상의 원인은 계약위반과 불법행위로 나누어지며, 이에 따라 쟁점이 달라진다. 우선, 주민들은 광주광역시 및 KIA타이거즈와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본 건의 손해배상의 원인은 불법행위에 달려 있다.
(2) 주민들에게 청구권이 존재하는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원고에게 침해된 권리가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원고에게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주민들은 광주광역시 및 KIA타이거즈가 관리·운영하는 야구장의 소음과 인공 조명에 의한 빛(이하 ‘빛’)이 지나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며, 생활환경에 대한 침해를 주장한다. 생활환경은 보호받을 권리일까?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환경정책기본법’을 이해해야 한다. 환경보전과 환경정책에 대해 규정한 ‘환경정책기본법’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환경’으로 보고 보호한다.
그리고 이 법은 사업 활동 및 그 밖의 사람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물론, 소음·진동, 인공 조명에 의한 빛 공해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환경오염’으로 본다.
이렇듯 법률은 생활환경을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주민들은 본인의 생활환경이 침해될 경우, 그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3)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 생활환경에 대한 침해 원인이 되는가
주민들은 광주광역시와 KIA타이거즈가 관리·운영하는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을 침해원인으로 주장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환경정책기본법은 소음이나 빛이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준다면 환경오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음의 경우, 소음·진동관리법이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즉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도 환경오염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한 ‘불법행위’는 가해자의 고의나 과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피해를 입힐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생겨났다면 원인제공자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이때 원인제공자가 다수일 경우는 연대책임으로 배상해야 한다.
(4) 환경소송의 침해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소음과 빛을 침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소음·진동관리법 등 관련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일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정도를 넘는 소음과 빛일 경우, 규제대상이 된다. 그리고 규제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소음과 빛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다른 소송에서 이러한 입장을 고려하여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입은 피해가 참을만한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배상 여부를 판단해 왔다. 실제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국가와 공항공사를 상대로 항공기소음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그러하다.
이번 소송의 핵심도 주민들이 주장하는 야구장의 소음과 빛을 규제하는 법률이 있는지,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가 참을 수 있는 정도인지에 달려있다.
가.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에 대해 직접 규제하는 법률이 있는지
우선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주로 응원가와 함성이다. 환경정책기본법은 소음의 특정 기준을 일반 지역과 도로변 지역을 구분해 정하고 있으며, 응원가나 함성을 별도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결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일반 지역인지 도로변 지역인지 확인한 후 기준 소음을 넘었는지 살펴야 한다. 2심 재판부는 주민들이 도로변 지역에 거주한다고 판단했고, 측정한 소음의 중간값이 소음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소음·진동관리법이 규정한 소음 기준은 이번 사건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 소음·진동관리법은 기계 등 물체의 사용이나 특정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강한 소리를 소음으로 규제하는데, 야구장은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제 장소로 분류되지 않는다. 재판부도 이번 사건에 소음·진동관리법을 직접 적용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빛은 야간에 작동하는 인공 조명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야구장은 조명환경관리구역’에 속하지 않아 ‘인공 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고, 별도의 빛 공해 기준인 ‘불쾌블레어지수’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 야구장의 소음과 빛이 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인지
원고의 ‘참을 수 있는 한도’ 즉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요소는 사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그동안 판례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하여 판단해 왔다. 우선 침해행위와 관련하여, 침해행위가 발생하게 된 원인, 침해의 빈도, 원인제공자가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는지 등을 고려한다. 그리고 피해자와 관련하여, 침해행위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상했는지 등을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 기존 판례의 이러한 관점은 이번 소송에서도 수인한도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실제 재판부도 이러한 입장에서 수인한도를 판단했다. ① 야구장이 다수의 시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으로서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만큼 수인한도의 초과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보아야 하는 점, ② 야구장의 소음은 경기 중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 ③ 주로 야간 경기에 한해 조명을 사용하는 점, ④ 소음 방지를 위해 광주광역시가 흡입재를 시공하고 KIA타이거즈가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는 점, ⑤ KIA타이거즈가 조명 사용을 줄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⑥ 주민들이 입주할 당시 이미 무등야구장이 존재했던 만큼 야구장의 소음과 빛을 수인했다고 판단했다. 무등야구장의 노후로 바로 옆에 야구장을 준공한 만큼, 야구장이 갑자기 신설된 것과 차이를 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주민들의 피해가 참을 수 있을 정도 즉, 수인한도 내에 있다고 판단했고,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광주광역시와 KIA타이거즈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당부했다.
법원의 판단은 야구장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은 일반적인 생활소음이나 교통소음과 다르다. 올해 정규시즌의 경우, 구단별로 144경기를 하고, 홈구장에서 절반인 72경기를 한다. 1년 365일 중 72일 만 야구경기를 한다면, 야구경기가 열리는 일수는 1년의 19.7%에 불과하다.
그리고 KBO는 월별로 야간경기 및 경기개시 시간을 달리 정해서 운영한다. 야간 경기와 그 외 경기는 소음과 빛에 대한 체감이 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이 출근이나 외부 활동으로 낮에 거주지에 머무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2018시즌 일정표에 따르면, 광주-KIA타이거즈 챔피언스필드는 올해 14:00에 시작하는 경기가 11번, 17:00에 시작하는 경기가 9번, 18:00시에 시작하는 경기가 7번, 18:30에 시작하는 경기가 45번으로 예정됐다. 17:00이후 시작하는 경기를 야간경기로 가정한다면, 광주-KIA타이거즈 챔피언스필드의 경우 61번의 야간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2018년의 경우, 광주-KIA타이거즈 챔피언스필드는 1년의 16.7%에 해당하는 야간경기를 할 예정이었다.
(출처 = 2018 KBO 리그 규정)
또한 야구장이 기존 무등야구장의 바로 옆에 있고, 무등야구장이 존재할 때 주민들이 입주한 만큼, 자신들의 생활환경에서 야구장의 소음과 빛을 감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치며
현재로서는 광주광역시와 KIA타이거즈가 주민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법률상 책임에 한정된 것이다. 그리고, 광주광역시와 KIA타이거즈는 야구장의 소음과 빛을 적절하게 관리하여 주민들이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법원의 당부를 잊지 않아야 한다. 야구장을 찾아 오는 관중 뿐 아니라, 생활환경 범위에 야구장이 속하는 주민들도 야구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을 통해 야구가 대중의 일상생활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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