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투수의 ‘선발에서 살아남기’

역투하는 임창용(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야구공작소 김우빈] 1996년 5월, 갓 스물이 된 앳된 얼굴의 사이드암 투수가 광주 무등구장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로부터 8085일이 지나 강산도 구장도 바뀐 광주에서 이 선수는 다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용이 선발 보직을 맡은 지 두 달이 지났다. 외국인 투수 팻딘이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빈자리다. 3946일 만에 등장한 선발투수 임창용은 76개의 공을 던지며 4.1이닝 동안 2실점이란 성적을 거뒀다. 다음 등판에선 4이닝을 소화했다. 선발투수로서 만족스러운 이닝은 아니다. 베테랑 투수를 선발투수로 쓰는 것은 자충수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계속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고 있다.

서서히 한계 투구 수를 늘려가던 임창용은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두 경기에서 100구 이상 던지면서 6이닝을 소화했다. 선발투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43살의 불펜 베테랑은 어떻게 두 달 만에 선발 정착에 성공했을까.

 

떨어지지 않는 구속

체력 관리는 선발 투수가 되는 과정 중 하나다. 불펜에서 활약한 투수나 신인 투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기도 하다. 이런 선수의 경우 80구 이상 던지면 구속이 떨어져 타자들에게 공략당하기 쉽다. SK 와이번스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불펜 투수의 선발 전환에 대해 “스태미너를 유지하면서 선발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창용에게 체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시즌 초 불펜에서 보여준 평균 구속은 143.3km/h였다. 선발로 자리를 옮긴 후엔 다소 느려진 141.1km/h을 기록했다. 약간 줄어들었지만, 선발 투수의 투구 수를 생각하면 준수한 편이다.

평균 구속이 경기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임창용이 선발투수로서 나온 7경기에서 40구 이내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9km/h다. 40구 이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141.1km/h로 . 선발 경험이 있던 임창용에게 체력 관리는 걱정할 부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선발투수 임창용의 투구수별 구속

 

최종병기 포크볼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첫 등판인 9월 6일 넥센전, 임창용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왔다. 포크볼이었다. 그는 이 공으로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당시 수위타자였던 이정후를 2개의 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8개의 삼진 중 절반을 포크볼로 빼앗았다. 패스트볼로 거둔 삼진은 1개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임창용은 “일본에선 포크볼을 자주 던졌는데, 한국에선 공인구가 맞지 않아 포크볼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며 “오늘(9월 6일)부터 포크볼을 사용하니 결과가 좋아 앞으로도 자주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 등판에서도 임창용은 16개의 포크볼을 활용하며 6이닝 ~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임창용은 포크볼을 18개만 던졌다. 전체 투구의 2%에 불과하다. 올 시즌에도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포크볼은 전체 투구의 2%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두 경기 동안은 포크볼을 전체 투구의 15%가량 던지고 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임창용이 던진 포크볼의 개수는 작년부터 올해 휴식기 전까지와 비슷하다.

 

시기별 임창용의 포크볼 비율

 

임창용의 ‘선발 모험’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국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기록은 송진우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가 가지고 있다. 그는 이외에도 최고령 선발 등판 기록과 최고령 선발 승리기록도 가지고 있다. 임창용의 선발승 기록은 9월 6일 기준으로 송진우 다음이다. 정규 시즌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임창용이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선 내년에도 선발투수로 등판해야 한다.

2014시즌, 임창용의 한국 복귀는 돌발적이었다.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되면서 시즌 개막 3일 전에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했다. 삼성과 계약하기 전까지 시즌을 치룰 준비가 돼있지 않았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

그럼에도 그해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31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균 자책점 5.84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도 남겼다. 노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 의견에 반박이라도 하듯 임창용은 다음 해 2.83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33세이브를 달성했다. ‘노장의 건재’를 증명한 것이다.

이번 선발 등판 또한 예정되지 않은 변화였다. 당연히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없었다. 그런데도 임창용은 선발로서 준수한 결과를 내고 있다. 과연 임창용은 44살의 나이에 선발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까.

 

기록 출처 : 스포츠투아이 PTS(기준일 9월 13일)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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