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서도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KBO 리그는 전력 균형이 이뤄진 리그일까?

 

[야구공작소 김우빈] 2018시즌이 시작한 이후 약 두 달이 지났다. 시즌 초, 두산 베어스가 66%가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  16일 바짝 쫒아오던 SK 와이번스와의 시리즈를 가져가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한 분위기다. 스포츠 경제학자들은 프로스포츠에서 경기가 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승패에 대한 불확실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두산이 1위 독주 체제를 굳혀가는 2018 년 KBO는 과연 전력 균형이 이뤄진 리그일까?

 

전력 균형 산출 방법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이하 HHI)는 본래 경제학에서 시장 집중도 측정 방법을 의미한다. 시장 내에서 특정 기업 혹은 주체가 가지고 있는 집중도를 계산하여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해당 사업에 들어가 있는 모든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퍼센트로 산출하여 제곱합을 하여 산출한다. 이렇게 산출된 HHI가 0.01미만 경쟁이 치열한 상태, 1이면 완전 독점 상태로 평가되며, 0.25가 초과되면 이미 독점화가 진행된 것으로 해석한다.

KBO리그의 전력균형을 HHI로 산출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의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승리와 패배가 나눠져 있고, 무승부의 경우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야구의 특성상, 리그의 승리 점유율을 “해당 팀의 승리/리그의 총 승리”로 정의했다. 또한 경제학에서의 HHI는 0.01 미만 값, 즉 상당히 많은 기업이 아주 약간씩의 점유율을 가질 때를 균형이 일어난다고 보지만, 팀의 수가 적은 수로 제한되어 있는 프로야구에서는 이러한 값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전력균형상태를 모든 팀이 같은 승리를 가져갔을 때 나오는 수치, 즉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팀 수의 역수(1/n)으로 도출하였다. 리그의 HHI와 완전 전력균형상태 값을 뺀 값, 그리고 이 값을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해 1000을 곱한 값을 리그의 전력균형화 값으로 정의하였다. 1999년도와 2000년도의 양대 리그제는 사실상 인터리그 경기를 다수 운영하여 단일 리그처럼 운영되었기에, 단일리그처럼 계산하였다.

 

시즌별 HHI-완전균형값 차이 변화 그래프

 

첫 시작은 불평등했으나 끝은 평등하리라.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되는 1982년 시즌의 HHI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원년 시기에는 박철순, 백인천 등으로 대표되는 해외파 선수들부터 감사용으로 대변되는 공개 트라이아웃 선수들까지 실력 차이가 많이 났고, 실력파 선수들의 분배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창단됐다. 프로야구 원년 드래프트 방식은 1차 지명에서만 10명을 뽑아갈 수 있을 정도로 지역에 따른 불균형이 존재했다. 그런데 1987년 3명, 1990년 2명, 1991년 1차 지명 한명으로 점차 줄어들면서 리그의 균형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5년을 기점으로 연고 지역 고등학교 3학년 선수와는 지명 절차 없이 입단 계약이 가능했던 고졸 연고 자유계약이 폐지되면서 전력 균형에 더 박차가 가해졌다. 결과적으로 3번에 걸친 드래프트 방식의 변화는 프로야구 리그에 전력균형을 맞춘 제도였다.

변경된 신인 드래프트는 리그 전력균형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왕조 시기 = HHI 급등기

왕조란 한 리그에서 특정 팀이 우승을 계속하며,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호칭이다.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흔히 KBO의 왕조 팀이란 해태(83~97), 현대(98~04), SK(07~10), 삼성(11~14)의 4팀을 지칭한다. 위 HHI 변화 그래프를 보면 왕조 시기때는 그래프의 수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다른 왕조 시절의 HHI가 높은 것에 비해 삼성의 11시즌과 12시즌은 역대 6번째, 4번째로 낮은 HHI값이 나온다. 다른 왕조 시절들이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였거나, 2위팀만이 10경기 이내로 쫒아왔을 뿐 다른 팀은 선두팀을 쫒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1년 삼성 라이온즈는 3위팀과의 경기차가 8.5게임차였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2시즌에는 3위와 10게임 이상 격차를 벌리지만, 2012 시즌은 3위와 6위의 게임 수 차이가 6경기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막판까지 4위 싸움이 치열했던 시즌이었기에 HHI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정말로 리그 전력 균형은 흥행에 영향을 미칠까?

계산된 HHI 값과 1982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 관중수를 회귀분석을 통해 계산식을 만들면 R^2값이 0.097로 낮은 결정계수가 나온다. 또한 분산분석을 통해 도출된 HHI-완전균형의 변수 자체의 p-value값이 0.06이상으로 신뢰수준을 벗어나게 나온다. 단, 이는 1982년도의 높은 HHI값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82년도 데이터를 제외하면 분산분석을 통한 p-value값이 0.04로 낮춰져 유의미한 회귀식으로 변한다. 이 때 도출되는 결정계수 값은 약 0.12이다. 즉, 스포츠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포츠 리그의 전력 균형화는 리그의 흥행에 약 12%의 결정요인이 된다.

축구의 사례를 들어보자.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바이에른 뮌헨이 장기집권을 함에도 불구하고 리그의 관중 수는 점점 증가하여 이탈리아 세리에 A를 제치고 빅 3리그 중 하나로 발돋움하였다. 반면 프랑스의 리그 앙의 경우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파리 생제르망의 경기장 수용률은 100%에 가깝지만 다른 팀들의 경기장 수용률은 매우 낮다.

관중의 변화는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러 결정 요인 중 리그의 균형이 12%의 결정요인을 가지고 있는 리그 균형은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요인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리그의 전력 균형이 무조건 리그의 흥행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평균관중수 vs HHI-완전균형 그래프

 

새로운 왕조, 혹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며.

2016시즌부터 커뮤니티에서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문구가 꽤 유행하였다. 다른팀의 팬이 보더라도 두산의 전력이 탄탄하여 리그를 호령할 것으로 보였고, 실제로 18시즌에 들어서서는 두산 베어스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시즌의 우승은 KIA 타이거즈가 되면서 “어우두”는 실현되지 못하였다. 팀 간의 전력이 사소한 변수 하나, 혹은 선수 하나의 성장과 쇠퇴에 의해서 좌우될 정도로 비슷비슷해졌다는 의미이다. 리그의 전력 균형은 점점 더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력 균형 상에서 우리는 새로운 왕조와 누구나 우승을 꿈꾸고 이뤄내는 리그 둘 중 어느 것을 보게 될까?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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