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NC 다이노스 왕웨이중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경령)

 

왕웨이중

 

투수, 좌투좌타, 188cm, 84kg, 1992년 4월 25일생

 

[야구공작소 김우빈] 2011년 대만 프로야구 에이스였던 판웨이룬이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스카우트 작업 리스트에 있었다. 당시 판웨이룬에게 신분 조회과정까지 갔지만 높은 보상금 탓에 와이번스는 게리 글로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2015년에는 대만의 국민타자 린스셩이 KBO 진출을 노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33세이던 그는 FA 자격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KBO리그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것을 바라는 각 구단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아서 실패하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의 2017년 스토브리그에서 한 명의 대만 선수가 KBO에 드디어 입성하였다. NC 다이노스 소속이 된 왕웨이중, 그는 대만 국민 투수도, 국민 타자도 들어가지 못하였던 KBO 시장에 들어온 개척자가 되었다.

 

배경

 

왕웨이중은 201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하면서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시작하였다. 미 프로야구에 들어온 그의 첫 단추는 토미존 수술이었다. 토미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피츠버그는 본래의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된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서 처음 4년간은 룰5 드래프트에 포함되지 않는 보호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2013시즌 그가 루키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자(47.1이닝 42삼진 4볼넷 평균자책점3.23) 밀워키 브루어스는 룰5 드래프트에서 보호되지 못한 그를 데려갔다.

룰5 드래프트에서 데려간 만큼 자동으로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그는 2014시즌 밀워키의 개막전 로스터에 들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14일, 미국 프로야구에 입성한지 3년차 만에 빅리그에 데뷔하였다. 데뷔 이후 세 달간 13경기에 출전하며 그는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17.1이닝 동안 6개라는 상당히 많은 홈런을 맞으면서 빅리그와의 격차를 실감하고 루키리그로 다시 강등된다.

브루어스의 룰5 드래프트에서의 왕웨이중 지명은 당시에도 상당히 의아한 선택이라고 평가받았다. 계약 첫해를 팔꿈치 수술로 등판하지 못하였고 이듬해 조차도 루키리그에서만 활약했던 선수를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영입을 주도하였던 밀워키의 스카우트 디렉터 잭 미나시안은 그의 제구력과 완성된 투구동작, 그리고 토미존 수술 이후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장점으로 들었다. 당시 40인 로스터에 좌완 투수라고는 톰 고젤라니 한 명뿐이었던 것도 왕웨이중이 브루어스의 부름을 받은 이유가 되었다.

 

룰5 드래프트의 특성상 지명된 선수는 최소한 90일 동안 25인 로스터에 등록되어야 한다. 왕웨이중은 처음에는 밀워키의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90일이 지나자 DL에 등록되었다. 당시 밀워키의 로니케 감독은 그를 어느 자리에 기용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는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짧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왕웨이중은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 본래 받아야 했던 수업을 받게 되었다. 같은 해 루키리그에서 곧바로 싱글 A+까지 올라갔고 시즌 이후 그는 구단 내 6번째 유망주로 평가되었다. 2015시즌 마지막 경기는 트리플A에서 선발 등판하여 6이닝 4피안타 5탈삼진의 준수한 활약을 하였다.

 

그전까지는 선발로 주로 기용되었지만 2017시즌이 시작하자 그는 불펜요원으로 기용되기 시작하였다. 팀 특성상 불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밀워키는 새로운 불펜 카드 중 하나로 좌완 파이어볼러인 그를 선택하였다. 처음으로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그는 2.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성공적인 불펜 전환을 했다. 그러면서 40인 로스터에 재진입할 수 있었고 9월 로스터 확대에서 2014시즌 이후로 밟지 못하였던 빅리그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복귀 무대는 혹독했는데, 8경기에서 상대한 타자는 단 9명이었고 잡아낸 아웃카운트는 단 4개였다. 그것도 연속해서 잡은 아웃카운트는 전무했고 공을 두 개만 던지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고 있던 밀워키에서 그가 나설 자리는 더 이상 없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왕웨이중은 최근 KBO리그에 진출하는 외국인 선수들처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진입이 확실했던 선수는 아니다. 40인의 경계선에 위치한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188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을 주로 사용한다. 전임 불펜이 된 이후로는 96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 외에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파이어볼러임에도 제구력을 갖추고 있다. 밀워키가 그를 데려올 때부터 강점으로 뽑았던 것이 제구력일 만큼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다. 그러나 두 변화구 모두 타자의 배트를 끌어낼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강력한 패스트볼이 주무기이고 나머지 구종은 보조적인 경향이 크다. 2014년부터 사용한 커브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인터뷰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 커브가 한국에서 사용될지는 미지수이다.

 

2016시즌 이전까지는 파이어볼러 투수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유형의 투수였으나 그 이후 땅볼로 잡아내는 비중이 상당히 늘었다. 2015시즌까지는 GB/FB가 1이 넘지를 않았으나 2016시즌 더블A 선발로 정착하고부터는 GB/FB가 1.38(더블A), 2017시즌에는 1.36(트리플A)을 기록하였다. NC 다이노스의 역대 외국인 중에서 땅볼 유도를 주무기로 삼은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다. NC는 외국인 선발 중 유일하게 첫 시즌 중반 퇴출을 당한 애덤 월크를 제외하고는 전원 그라운드볼을 더 끌어내는 선수들을 영입하였고, 외국인 선수 선택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팀의 초창기부터 손시헌을 필두로 내야진을 항상 튼튼하게 만들었던 것과 좋은 시너지를 내었다. NC는 이번에도 이러한 원칙을 지켰다.

 

<계약 직전 시즌 NC 다이노스 역대 외국인 투수들의 GB/FB>

 

문제점으로는 상당히 적은 선발 경험을 들 수 있다. 더블A 이하의 낮은 레벨에서의 선발 등판은 좀 있었으나 트리플A 이상의 선발 등판은 단 6번뿐이다. NC의 외국인 선발들은 모두 2~3년 이상 트리플A 이상의 레벨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계약이 되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NC에서만이 아니라 최근 KBO리그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할 때 선발 경험이 매우 적은 편이다.

 

<왕웨이중의 미 프로야구 기록>

 

전망

 

강력한 패스트볼을 가졌으면서도 볼넷을 내주지 않는 것은 매우 큰 무기이다. 92년생으로 선수로서 한창 전성기에 들 나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30대 외국인 투수들과는 다르게 구속 저하가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 선수이기도 하다. 어쩌면 NC의 좌완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 왕웨이중과 비슷한 투구 패턴을 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데이비드 허프가 그 주인공이다. 빠른공을 앞세워 삼진을 빼앗고 변화구와 패스트볼의 타이밍 차이로 타구를 땅볼로 만드는 운영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다른 점이라면 허프에게 기록된 슬라이더 구종은 커터성에 가까운 것에 비해 왕웨이중의 그것은 궤적을 그리는 정통 슬라이더라는 점이다. 부상으로 인해 풀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는 허프의 KBO리그 연착륙의 관건은 –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도 꼽듯 – 성공적인 커터의 장착인데, 과연 왕웨이중의 슬라이더가 허프의 커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다행히 캠프에서 미국 프로야구 시절 언급되지 않았던 왕웨이중의 커터가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 커터를 받은 박광열은 “왕웨이중의 커터가 좋다.”라 평가하였다. 새로운 커터 장착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왕웨이중이 자신의 배터리와 함께 가장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변화구를 어느 정도로 섞어 던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 KBO리그에서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오다가 변화하는 공들(싱킹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커터, 포크, 체인지업) 계통의 변화구를 주력으로 구사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는 없다. 전임자였던 에릭 해커는 변화구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본격적인 NC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패스트볼 구사율 61.1% → 34.5%). 패스트볼 위주로 플레이하는 대표적인 선수인 LG의 소사 또한 2014년 대비 2015년 패스트볼 비중을 줄이면서(64.8% → 57.9%)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17시즌 KBO리그는 최초로 패스트볼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46.9%). 불과 3년 전 60% 가까이 되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하락하였다. 높은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들의 수가 적어진 것도 한 요인이지만, 그만큼 타자들이 패스트볼 대응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투수들이 변화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왕웨이중이 만약 자신의 기존 레퍼토리와 비슷하게 패스트볼 위주의 경기를 이끌어 나간다면 6월 이후에는 그를 못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개척자로 평가 받는 이유는 그들의 뛰어난 성적 때문이다. 왕웨이중이 과연 KBO리그의 개척자가 될 수 있을지는 시즌이 끝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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