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유감(有感)] 동갑내기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내며

[야구공작소 오연우] 지난 21일 오후 2시, 강민호의 삼성행이 보도됐다. 나는 다른 일로 뉴스를 보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 4시 반에야 강민호의 이적을 확인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별로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프로니까, 팀을 옮길 수도 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이 커져갔다. 강민호의 이적은 단순히 프로 선수가 팀을 옮겼다는 한 마디로 끝날 사건은 아니었다.

팀을 옮긴 이유가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진정성’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외의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인터뷰에서 굳이 ‘하늘에 맹세코 이면계약은 없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 돈 때문은 아닐 것 같긴 하다. 어차피 외부인이 알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떤 이유이든 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이유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이제 강민호는 롯데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동안 롯데의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몇 차례 지켜봤다. 손민한, 김주찬, 장원준 정도가 떠오른다. 사실 이들이 떠날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올해도 손아섭은 충분히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선수는 몰라도 강민호만큼은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손민한과는 다르다. 손민한은 선수 생활 말년에 롯데에서 나온 뒤 어쩔 수 없이 NC로 팀을 옮겼다. 반면 강민호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수다.
김주찬과도 다르다. 이런 점으로 차별하기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쨌든 김주찬은 삼성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기에 ‘성골’은 아니었다. 반면 강민호는 지명부터 롯데에서 받아 1년의 공백도 없이 14년 동안 롯데에서 뛴 완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장원준과도 다르다. 장원준이 두산으로 떠난 것은 첫 FA 때였고 나이도 한국 나이로 갓 서른에 불과했다. 선수로서 최전성기였고 아직 선수 생활의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그러나 강민호는 첫 번째 FA를 이미 롯데에서 보냈고, 나이도 서른 셋으로 선수로서 남은 시간도 이제 마냥 길지만은 않다.

아직 선수로서 충분히 경쟁력 있지만 나이도 좀 있는, 신인 지명부터 첫 FA까지 모두 한 팀에서 보낸 선수. 지금 다시 돌아 보니 차마 근거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들이지만 이런 점들이 앞서 롯데를 떠난 선수들과는 달랐고, 이 때문에 나는 강민호의 잔류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굳이 이런 비교가 아니더라도 강민호에 대해서는 무의식 중에 하나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팀을 사랑하는 선수, 팀의 암흑기를 함께한 선수, 꿈이 해외진출이 아니라 ‘고작’ 팀 우승인 선수, 그리고 왠지 별로 영리하지 않은 선수. 모르긴 해도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강민호만큼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강민호는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들보다 조금 더 정이 간다. 나와 동갑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나이는 강민호가 8살이 많다. 동갑이라고 한 것은 프로야구와 함께 보낸 시간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내게 최동원, 윤학길, 김응국, 박정태는 기록 속의 선수다. 손민한, 주형광, 염종석은 기록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전성기를 모두 보내버린 뒤에야 만났다. 이대호는 내가 야구를 볼 때에는 이미 스타였다.
하지만 강민호는 처음에는 스타가 아니었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많은 기회를 받게 된 풀타임 3년차 포수일 뿐. 그리고 강민호는 내가 야구를 본 시간과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 갔다. 내 인생, 내 야구와 함께 성장한 선수다. ‘동기’로서 다른 선수보다 조금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강민호의 이적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야구의 경기 인원은 9명이고 정규 이닝은 9회인 것처럼 지금까지 내 야구에서 ‘우리팀 주전 포수’는 강민호였다. 이 개념이 바뀌는 2018년의 야구는, 야구가 8명이 8회까지 하는 경기로 바뀐 것처럼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2 Comments

  1. 현대야구에서는 원클럽맨이라는게 거의 불가능한게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강민호의 이번선택은 돈을 떠나 롯데말고 다른팀을 한번 가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더 컸던것같습니다. 롯데가 안좋은팀이라는게 아니라 다른팀의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 말씀대로 현대야구에서는 거의 어렵지요. 그래서 그 어려운 일을 해낼 뻔한 선수였기에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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