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에서 수비의 중요성이 가장 강조되는 포지션을 뽑으면 단연 유격수를 꼽을 수 있다. 때문에 과거에는 유격수라고 하면 수비는 좋지만 타격은 다소 아쉬웠던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수 모두에서 뛰어난 유격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4년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 4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고 2년 후인 올해에는 20홈런을 넘긴 토종 유격수가 둘이나 나왔다.
넥센의 김하성은 지난 9월 20일 20홈런째를 달성하며 20-20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LG의 오지환도 20홈런을 기록하며 ‘잠실 유격수 최초 20홈런’ 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앞서 20홈런을 달성한 SK 고메즈를 포함하여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에 20홈런 유격수가 세 명이나 나온 것이다. 특히 전반기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오지환은 후반기부터 무서운 페이스를 보이며 소속팀 LG의 가을야구를 견인하고 있다.
<이제는 자주 볼 수 있는 홈런 치는 오지환, 사진출처 : LG트윈스>
-극심한 부진의 전반기
<오지환의 전반기 주요 성적>
오지환의 2016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기대 속에 출발한 스프링캠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 시작이 10일 가량 늦어졌다. 하지만 복귀 후에도 오지환은 공격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고, 결국 전반기에는 본인도, 팀도 함께 바닥을 헤맸다. 끝을 모를 부진 속에 오지환의 타율은 6월 3일에는 0.183까지 떨어졌고, 결국 6월 17일 경기 후 1군에서 말소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7월 3일 다시 1군으로 올라온 후에는 전반기 종료까지 37타수 15안타 3홈런의 맹활약을 펼치며 후반기를 기대하게 했고,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후반기 오지환과 LG의 약진
<오지환의 후반기 주요 성적 (9월 21일 기준)>
후반기 오지환은 무서운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만 보면 리그 홈런 4위, 출루율 4위, 장타율 3위, OPS 4위의 압도적인 성적이다. 후반기 타점도 45개로 이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기세다.
이와 함께 5강에서 멀어져 가던 소속팀 LG도, 후반기 승률 2위(0.618 34승1무 21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넘어섰고, 팀 순위도 전체 4위로 올라서며 가을야구가 확실시되고 있다. 좋아진 팀 성적이 오지환 혼자의 공은 아니지만, 평소 ‘오지배’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던 그이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무엇이 그를 각성하게 만들었을까?
<2016시즌 전, 후반기와 2015시즌 오지환의 구종별 Swing% (9월 21일 기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오지환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체적인 Swing%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후반기 들어 커브를 제외한 모든 구종의 Swing%가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유인구로 많이 사용되는 체인지업, 싱커, 슬라이더의 Swing%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으로 보아 공을 좀 더 많이 보고, 좀 더 존 안에 들어온 공 위주로 방망이가 나간 것이 후반기 오지환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2016시즌 전, 후반기와 2015시즌 오지환과 2016 리그 평균 구종별 Contact% (9월 21일 기준)>
한편 Swing%가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Contact%는 오히려 높아졌다. 전반기 오지환의 구종별 Contact%를 보면 커브를 제외한 모든 수치가 리그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이전보다 직구 및 체인지업 계통의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커브를 제외한 전 구종의 Contact%가 좋아졌다. 전반기에 약점을 보인 체인지업, 싱커의 Contact%가 대폭 높아져 약점을 상당 부분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타석에서 공을 좀 더 보고, 좀 더 존 안에 들어온 공 위주로 컨택한 것이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타석당 투구 수 또한 전반기 4.05개, 후반기 4.30개로 후반기에 다소 많아졌다.
지난 7월 3일 1군에 등록되며 한 인터뷰에서 오지환은 퓨처스리그에서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에 초점을 두며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서의 여유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스윙은 적게 나가고 컨택은 좋아진 후반기의 모습이 타석에서 여유를 찾은 오지환의 모습이 아닐까. 여유와 함께 따라온 성적 또한 변화한 그의 모습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올 시즌 후에는 좀 더 좋은 상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LG트윈스>
2009년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된 이후 오지환의 잠재력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비록 타격과 수비 모두 아쉬운 모습도 있었지만2014시즌부터는 수비에서 완성되었다는 평도 들렸다. 지난 시즌에는 KBO리그 공식 시상 항목은 아니지만 수비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선수에게 주는 ADT캡스 플레이어 상까지 수상한 그다. 데뷔 후 3번의 리그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오지배’ 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들어 가며 여기까지 올라온 오지환. 그의 노력이 골든글러브라는 결실로 맺어질 수 있을지, 남은 기간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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