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민승원 >
2024년 10월 20일. 2024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예매가 열렸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수용인원은 2만여 명. 하지만 티켓 전쟁에 참전한 동시접속자는 약 14만명에 달했다. 대다수가 2명 이상 혹은 가족 및 단체 단위의 티켓을 예매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열풍이었음이 틀림없다. 향후 몇 년간 야구 흥행이 지속된다면 이 같은 수요 폭주 현상은 일상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동시에 현 티켓 시스템은 우리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암표 범람의 시대를 불러왔다. 하지만 암표 단속은 역설적으로 팬들의 불편을 감수하는 엄격한 본인 인증 시스템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위에 대한 견해를 앞선 칼럼에서 제시한 바 있다.
암표로 인한 부작용을 현 티켓 시스템 아래에서 개선할 수 있을까? 현 티켓 시스템에서 암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져만 간다. 특히 특정 경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면 암표 문제는 항상 수면에 오르며, 불완전한 단속 체계로 근절되지 않는 암표 거래에 구단과 팬 모두 골머리를 앓는다.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요즘, 흐름에 맞는 티켓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가장 큰 티켓 구매처인 티켓링크와 인터파크의 재판매 시장 서비스 출시를 그 해답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재판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건강한 재판매 시장을 위해서는 ‘영리 목적’으로 웃돈을 얹어 티켓을 파는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암표 시장과 재판매 시장을 혼동을 초래하지 않고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암표상을 없애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티켓 구매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맘대로 사고팔 수 없는 재화로 만들면 된다. 적당한 취소 수수료, 혹은 (우리나라의 인식이 바뀌게 된다면) 취소 및 환불 제한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재판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암표 시장이 활성화될 여지를 주지 않게 이벤트가 최대한 임박해서 티켓팅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는 이 아이디어를 채택한다. 최강야구는 일요일 경기를 직전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티켓팅을 시작한다.
하지만 최강야구처럼 4~5일 전 티켓팅을 연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암표 거래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임박해 티켓팅을 열지 않는 한, 고객의 구매 심리만 자극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본 티켓팅에 티켓을 구하지 못한 고객은 암표 구매 의사를 갖게 될 수 있다. 이때 오염된 수요 의사는 오히려 암표 시장을 더 빠른 속도로 왜곡할 수밖에 없다.
< 사진 출처 =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
그렇다면 더 느긋한 티켓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 야구 경기는 보통 일주일 전에 오픈된다. 이와 달리, 더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는 1달 혹은 그 이전에 오픈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시즌 개막 전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준플레이오프 시즌 혹은 정규시즌 우승 팀이 확정된 날 팔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실제로 MLB와 NPB 같은 경우는 티켓팅 오픈 시기가 굉장히 빠르다. 팀별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개막 전에 정규 시즌 경기를 모두 오픈한다. MLB는 스프링 트레이닝 이전에 정규 시즌 티켓을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기 팀인 LA 다저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경우는 시즌 개막 전에 이미 매진되는 경기도 있다.
위 나라의 티켓 시스템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활발한 재판매 시장 그리고 티켓의 취소 및 환불 불가, 구단별 공식 사이트에서 티켓 판매. 재판매가 활발하지도 않고, 티켓의 취소 및 환불도 자유로우며, 대체로1 예매 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우리나라에서 두 나라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있다.
취소 환불 제도를 살려 둘 수는 없을까?
취소와 환불 제도를 남겨두면서 재판매 시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꽤 힘들 수 있다. 영리 목적으로 재판매 시장에 접근하는 업자들이 판매되지 않은 티켓을 쉽게 재처분(취소 및 환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표상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우선 월초에 다음 달 전 경기(ex. 5월 1일에 6월 경기 티켓팅) 티켓팅을 연다. 그 후 티켓 재판매는 취소 수수료를 받는 기간부터 허용하면 된다. 현재 인터파크 티켓에서는 예매 후 7일 이내에는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비슷하게, 티켓팅 개시 14일 후2 취소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고 이때부터 재판매도 열어주는 방식이다. 티켓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 취소 수수료를 내야 하므로 암표상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취소 수수료를 현재보다 높인다면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채희. 임시 포스팅 예시 >
이때 위 최강야구 사례랑 비슷하게 재판매 기간이 짧아져서 시장이 과열될 위험은 없는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자가 생각한 방법은 ‘임시 포스팅’이다.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는 기간에도 판매 의사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판매 의사를 올릴 수 있지만, 실제 체결을 불가능하게 막는 것이다. 간단하게 좋아요, 싫어요 기능을 통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지불용의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매진이 되지 않은 경우 좋은 자리를 재판매 시장에서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붙여 살지, 아니면 적당한 좌석을 정가로 살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재판매 활성화 시기부터는 취소 수수료를 반드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암표상을 더 차단하기 위해서 티켓 재판매 시 일정 수익 이상을 얻게 되면 누진제로 재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은 어떤가? 또는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기술을 이용하여 일정 수익률 이상의 거래는 시스템상에서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Ticketmaster는 현재 12.5%의 재판매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때 암표상을 근절하기 위한 모든 조치는 일반 팬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과도한 조치는 검증 절차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 리스트를 만들어 완화 적용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단순 양도가 가능하게 하여 취소 수수료보다 이전 수수료를 받는 등으로 또 다른 처분 경로를 구축하면 될 것 같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럼 이 시스템은 완벽한가?
인터파크나 티켓링크에서 위 시스템을 구축한다 한들, 지류 티켓을 배송한다면 또 다른 중고 플랫폼(ex. 당근, KREAM 등) 또는 커뮤니티에서 거래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티켓을 온라인 티켓 또는 NFT 티켓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모든 구장에 티켓 스캐너를 설치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돔구장이 많이 없을뿐더러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눈, 비는 기본이고 최근에는 폭염 취소, 미세먼지 취소까지도 규정해 두는 등 경기 성립 여부가 불확실한 편이다. 이에 취소된 경기 혹은 연기 편성된 경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수적일 것이다.
마치며
이 변화가 꽤 멀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재판매 시장과 암표는 구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의 공식적인 언급은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암표는 티켓 시스템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모든 티켓 거래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 변화에 많은 팬들이 대비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재판매 시장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 인터파크, Ticketmaster, KBO, NPB 및 MLB 티켓 시스템
야구공작소 유승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민승원, 김채희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