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Trackman.com >
최근 중계방송에서 해설 위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 수치가 뛰어나 공이 덜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식의 무브먼트와 관련된 말이다. 이는 투구 추적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무브먼트 수치를 토대로 투수의 특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투구/타구를 추적하는 데이터(이하 트래킹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MLB에서는 진보화된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정착됐다. 또한 KBO에서는 트래킹 데이터 기반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이하 ABS)을 도입했다.
이 글에서는 트래킹 데이터를 소개하고, 이를 어떤 장비로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트래킹 데이터란?
트래킹 데이터는 투구, 타격, 주루, 수비 상황에서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장비로 추적해 발생하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수집 장비의 성능에 따라 수집되는 데이터는 차이가 있지만, 수집되는 주요한 트래킹 데이터는 아래 표로 요약할 수 있다.
< 트래킹 데이터 요약 >
평균 자책점, 타율, 수비율 등의 클래식 스탯이 플레이의 결과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면, 트래킹 데이터는 플레이의 과정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 MLB 2022~2024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과 wOBA 간 상관관계 >
< MLB 2022~2024시즌 평균 타구 속도와 wOBA1 간 상관관계 >
예를 들어, 보통 구속이 빠를수록 타자가 느끼는 투수의 위력도 뛰어나다. 따라서 구속이 빠른(과정) 투수는 투구 관련 지표(결과)가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논리로, 빠른 타구 속도의 타구는 수비수가 처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빠른 타구 속도를 생산(과정)할 수 있는 타자는 타격 관련 지표(결과)가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위 표를 참고하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빠를수록, 피wOBA가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 타자 입장에선 평균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wOBA가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이처럼 트래킹 데이터는 플레이의 결과가 나타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따라서 트래킹 데이터를 적절히 이용하면 선수의 능력을 수치화하여 평가할 수 있다.
트래킹 데이터 수집 장비
트래킹 데이터는 추적 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레이더 기반 추적, 초고속 카메라 기반 추적)로 나뉜다. 각각의 추적 방식에 따라 운용 방식과 비용이 다르다.
레이더 추적 기반
< 트랙맨, 플라이트스코프. 사진 출처 = 각 사 홈페이지 >
레이더 기반의 장비는 대표적으로 트랙맨, 플라이트스코프가 있다. 두 회사는 공통으로 골프 타구 추적 장비 사업에서 야구로 확장한 사례다. 트랙맨은 2008년, 플라이트 스코프는 2014년부터 사업을 야구로 확장했다. 두 장비는 군사용 레이더의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공을 추적해 수치 데이터를 제공한다.
레이더 기반 장비는 모델에 따라 휴대가 가능하고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비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영상도 확인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플라이트스코프보다는 트랙맨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구단은 트랙맨 포터블(휴대용)과 스타디움 모델(고정형)을 함께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 데이터 수집을 주목적으로 하는 트랙맨 스타디움 모델은 KBO 리그 대부분 1군 경기장에 설치되어 있고, 일부 2군 경기장에도 설치되어 있다.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는 서울 목동야구장에도 설치되어 스카우트에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초고속 카메라 기반
< 좌측 위부터 호크아이, 스포츠투아이, 랩소도. 사진 출처 = 각 사 홈페이지 >
초고속 카메라 기반의 장비는 대표적으로 고정형인 호크아이와 스포츠투아이사의 PTS가 있다. 해당 장비는 경기장 내 여러 각도와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공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수치화된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동형으로는 랩소도가 있다. 랩소도는 장비에 내장된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데이터를 측정한다.
호크아이는 구장에 설치된 12대의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호크아이는 다른 구기 종목(축구, 테니스)에서 정밀한 판독이 필요한 상황에 활용되는 장비다. 2020년부터 트랙맨을 대체하여 MLB 스탯캐스트 시스템의 기반이 되었다. MLB는 호크아이를 통해 수집된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Baseball Savant를 통해 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Pybaseball이라는 Python 패키지를 통해 MLB의 PBP(Pitch by pitch)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국내의 경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유일하게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다.
PTS는 국내의 스포츠투아이사가 운영하는 트래킹 시스템이다. 올해부터 KBO리그에 시행된 ABS는 PTS를 바탕으로 운용되고 있다. PTS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MLB 트래킹 시스템에 활용되었던 PITCH F/X에 기술적 기반을 두고 있다.
PTS는 호크아이와 같은 카메라 측정 방식이지만 차이가 있다. 우선 측정에 사용되는 카메라 수에 차이가 있다. PTS는 3대의 카메라로 측정한다. 호크아이의 1/4 수준이다. 또한 측정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통상 구속의 기준은 공이 손에서 떠나는 시점에서 측정하는 초속(初速)이다. 호크아이는 초속을 측정할 수 있지만 PTS는 투수판으로부터 약 3m 떨어진 위치에서 구속을 측정한다. 구속의 측정 기준이 다르기에 측정 장비마다 편차가 발생한다. 편차는 회전수에서도 발생한다. 호크아이는 회전수를 직접 측정하는 반면 PTS는 구속과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역산한다.
이처럼 간접 측정 방식인 PTS는 직접 측정 방식인 호크아이, 트랙맨, 랩소도 등과 측정 데이터값에서 편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PTS는 다른 장비로 측정한 데이터와의 비교 분석에 한계가 있다.
랩소도는 트랙맨 포터블과 플라이트스코프와 같은 이동형 장비다. 타 이동형 장비에 비해 휴대성이 더 뛰어나다. 또한 장비를 설치하고 조정하기 위한 시간이 비교적 적다. 기존 1세대 모델은 투구와 타구 측정 장비가 구분되어 출시된 반면, 2~3세대 모델은 투구와 타구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장비 설치 위치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에 있어, 타구가 장비에 맞게 되면 재조정이 필요하다. 랩소도는 트랙맨 포터블이나 플라이트스코프에 비해 운용 비용이 저렴해 일부 구단과 사설 아카데미에서 활용되고 있다.
활용
장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동형 장비인 트랙맨 포터블, 랩소도, 플라이트 스코프는 주로 훈련에서 활용된다. 구단은 스프링캠프뿐만 아니라 시즌 중 훈련에 이동형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해 투수가 본인이 의도하는 구질의 공을 던지는지 확인하거나, 이전과 수치상으로 달라진 부분을 확인함으로써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고정형 장비가 없는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배팅이나 타격 훈련에도 활용할 수 있다.
< 초고속 카메라 엣저트로닉. 사진 출처 = Tulane Baseball, X >
트랙맨 포터블의 경우,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투구 그립을 확인하는 장비인 엣저트로닉(Edgertronic)과 연동할 수 있다. 장비 간 연동을 통해 투구 시 트래킹 데이터와 그립 영상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엣저트로닉을 통해 투구 순간의 손목 각도, 공이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트랙맨 포터블을 통해 회전 방향, 회전수, 무브먼트 등을 확인해 구질을 다듬는 피치 디자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각 회사의 플랫폼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호크아이는 MLB 스탯캐스트의 기반으로서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계 화면을 통해 타구와 투구의 궤적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해 3D 영상을 제공한다.
< 사진 출처 = MLB Gameday >
MLB Gameday를 통해 그라운드 위의 수비수, 주자, 공의 움직임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림은 현지 시간 6월 29일 LA 다저스와 SF 자이언츠의 경기 10회 말 동점 만루 상황에서 LA 다저스 중견수 크리스 테일러가 내야에 위치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장면이다. 호크아이를 통해 수비, 주루 능력에 대한 세부적인 측정과 분석도 가능해진 것이다.
마치며
트래킹 데이터가 널리 공개되고 활용되면서 구단은 물론이고 팬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는 투구와 타격의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관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야구도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수치에 근거한 야구는 주관적 경험을 뒷받침하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구단과 선수들은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국내 구단은 트래킹 장비뿐만 아니라 바이오 메카닉 분석, 영상 기술 등의 도입으로 선수단 육성과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보하는 야구도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 될 것이다.
참조 = Baseball Savant, MLB.com, Fangraphs,야구공작소
야구공작소 김경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지영, 익명, 당주원,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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