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배형빈 >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Elieser Alexis Hernández), LG 트윈스

1995년 5월 3일생(만 29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85cm, 97kg

계약 총액 44만 달러(연봉 44만 달러)

 

케이시 켈리와 LG 트윈스의 길었던 동행은 지난 7월 20일 두산전을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LG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6년), 우승을 이끄는 등 LG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해 주었지만, 올해는 5월까지 ERA가 5.60에 달할 정도로 흔들렸다. 6월부터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우승을 원했던 LG는 더욱 확실한 선수를 원했다.

대체 선수는 켈리에게 작별을 고한 20일 바로 발표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경

여느 남미 선수처럼 에르난데스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국제 자유계약을 맺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입단 2년 차인 2013년 루키리그에서 57.1이닝 ERA 1.26을 기록하며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차례로 거치며 빅리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기회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2017년 룰5드래프트를 통해 마이애미 말린스로 팀을 옮겼다. 당시 마이애미 투수진은 팀 ERA 26위(4.82)를 기록했으며, 댄 스트레일리를 제외하면 fWAR 1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황폐해진 투수진에서 빠르게 기회를 잡았다. 2018년 32경기에 나서 65.2이닝을 던졌고 ERA 5.21을 기록했다. 성적이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기회는 계속 주어졌다. 타고투저 성향의 트리플A PCL에서 48이닝 동안 0피홈런을 기록하며 5월에 다시 빅리그에 진입했다. 샌디 알칸타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발투수가 제 몫을 못 해준 만큼 선발 기회도 많이 받았다(선발등판 15회). ERA는 5.03으로 여전히 높았지만 삼진/볼넷이 팀에서 5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3위(3.27)일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xERA1는 3.75로 준수했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됐다. 트리플A를 압도했고 빅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4년간 지속적으로 피홈런 문제를 드러내는 등(HR/9 1.96)에 달하는 등 한계 또한 명확했다. 결국 2022년 62.1이닝 동안 ERA 6.35를 기록하며 지명 할당되었고 이후 뉴욕 메츠로 팀을 옮기게 된다. 메츠에서 에르난데스는 불운했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말미에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했지만, 대흉근 통증으로 등판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방황의 시간이 이어졌다. LA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두 팀에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빅리그에 그의 자리는 없었고 결국 에르난데스는 LG와 계약을 맺으며 KBO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트리플 A 기준 에르난데스는 리그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트리플 A에서 6시즌 동안 ERA 2.87을 기록했고 통산 K/9 11.7 BB/9 2.5로 삼진/볼넷 비율 또한 완벽했다. 올해도 트리플 A에서의 성적은 좋았다. 28.2이닝에 나서 34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볼넷은 8개, 피홈런은 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좋은 성적의 중심에는 패스트볼이 있었다. 트리플 A에서의 탈삼진 중 절반가량(16개)을 포심 패스트볼로 잡아냈다. 스탯캐스트 기준 트리플 A에서 평균 구속 91.9마일(약 147.8km/h)을 기록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수직 무브먼트다. 빅리그에서도 비슷한 구속의 선수들보다 포심이 훨씬 덜 떨어졌다. 트리플 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심을 150구 이상 던진 선수 454명 중 수직 무브먼트 수치가 78번째로 컸다(상위 약 17%). 수직 무브먼트만 놓고 보면 현재 SSG 랜더스에서 뛰며 규정이닝의 50%를 소화한 선수 중 K/9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류 앤더슨과 비슷하다. 하이 패스트볼 하나만큼은 KBO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트리플 A에서 하이 패스트볼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은 50%였다.

< 구종 무브먼트 분포도 >

< 우타자 시점에서 본 투구 >

커터 또한 인상적이다. 에르난데스가 던지는 커터는 패스트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 평균 구속 84.3마일에 불과하며 무브먼트도 일반적인 커터보다 훨씬 심하다. 기존에 던지던 슬라이더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포심과의 피치 터널이다. 우타자의 시선에서 에르난데스의 포심(빨간색 선)과 커터(갈색 선)는 타자가 스윙 여부를 결정하는 Commit Point(보라색 점)까지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다. 빅리그에서는 이 커터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트리플 A에서는 달랐다. 커터의 Whiff%는 46.9%에 달했고 피안타율은 2할에 불과했다.

변화구도 나쁘지 않다. 최근 3년 동안 트리플 A에서 좌타자를 상대로도 9.87의 K/9를 기록하는 등 훌륭한 투구를 펼쳤다. 평균 구속 85마일의 체인지업은 올해 트리플 A에서 47.1%의 Whiff%를 기록했다. 슬라이더도 마찬가지다. 올해 트리플A에서 평균(35%) 수준의 Whiff% 32.3%를 기록했으며 피안타율도 0.143로 우수했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포심-커터-체인지업-슬라이더 순 >

제구력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빅리그 통산 BB/9도 2.9에 불과했으며, 마이너리그 통산 BB/9도 2.6으로 안정적이었다. 불안한 부분이 있다면 몰리는 공의 비율이 타 투수들에 비해 높았다는 점. 존 중심에 투구된 비율이 29%로 리그 평균(25.4%)보다 높았으며, 올해 트리플 A에서의 피치 히트맵을 보더라도 많은 공, 특히 대부분의 패스트볼이 존 한가운데에 투구됐다. 하지만 같은 단점을 가진 삼성 라이온즈의 코너 시볼드도 KBO에서는 구위가 뒷받침되며 많은 탈삼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에르난데스 또한 이를 극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마지막 등판(6월 18일) 이후 한 달가량이 지났고, 지난해에는 앞서 언급한 어깨/대흉근 통증으로 인해 부침을 겪었던 만큼 몸 상태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LG 트윈스가 켈리를 교체한 이유는 즉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해 줄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르난데스의 KBO 적응 속도, 그리고 정상적으로 로테이션 소화 여부가 영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전망

건강한 에르난데스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좋은 수직 무브먼트의 패스트볼과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투구는 이미 롯데 자이언츠의 애런 윌커슨을 통해 성공 사례가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윌커슨 또한 미국 시절 피홈런이 문제였지만, 투수 친화 구장인 부산 사직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이 부분을 말끔히 고친 바 있다. LG 트윈스의 홈구장은 KBO 최고의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구장이다. 게다가 빅리그에서와는 달리 최근 트리플 A 무대에서 안정적인 홈런 관리 능력을 보여준 점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

LG는 이번 시즌 다시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생각보다 부진했지만, 손주영과 임찬규가 그 자리를 잘 메꾸며 선발진도 선전하고 있는 상황. 엔스 또한 후반기 3경기에서 ERA 0.47로 호투를 펼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과연 에르난데스는 LG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참조 =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배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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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OBA 기댓값을 ERA 스케일로 환산한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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