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정의부터 오역까지, 공인야구규칙에는 문제가 있다

야구 경기의 바이블은 공인 야구규칙이다.

160쪽에 달하는 공인 야구규칙에는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이 하나하나 열거돼 있다.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1845년 만든 최초의 야구규칙인 ‘니커보커룰’은 고작 399단어에 불과했다. 이후 규칙이 계속 늘어나고 보완되면서 지금의 분량이 됐다.

어느 경기보다 복잡한 규칙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정교함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실제로 야구규칙집을 펴 보면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순서대로 읽으면 야구가 대체 어떤 스포츠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비슷한 주제가 여기저기 다른 항목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용어 정의가 엄밀하지 않기도 하고, 미국 규칙이 잘못 번역되기도 했다. 도시 계획 없이 개발된 대도시 같은 느낌이다. 있을 건 다 있는데,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길을 찾기 어렵다.

 

▶ 엄밀하지 않은 정의= 야구규칙에 등장하는 여러 용어들은 엄밀하게 정의돼야 한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다.

공인 야구규칙 2.00은 ‘용어의 정의’ 항목이다. 알파벳 순으로 판정(Adjudged)부터 와인드업 포지션(Wind-Up Position)까지 총 82개 용어가 정의돼 있다. 2.01 ‘Adjudged(어드저지드·판정)’는 ‘심판원의 판단으로 내리는 재정’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이 정의는 판정이라는 단어를 판단과 재정으로 나눈 동어 반복이다. 그리고 재정은 뒤에 따로 정의돼 있지 않다.

이 정의대로라면 판정도 재정의 일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뒷부분 ‘4.19 제소경기’ 항목에서는 ‘심판원의 재정이 야구규칙에 위배됐다고 할 때 심의를 청구한다. 심판원의 판정에 대해서는 어떤 제소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명백히 판정이 재정에 속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2.02 ‘Appeal(어필)’은 ‘수비 팀이 공격 팀의 규칙 위반행위를 지적해 심판원에게 아웃을 요청하는 행위’다. 그런데 어필은 공격 팀도 할 수 있다. 규칙 8.02에서는 투수들의 금지 사항을 다루며 ‘건강 목걸이 등 경기에 지장이 없고 관례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인정하되, 상대팀의 ‘어필’이 있을 경우 심판원이 판단해 결정한다’고 돼 있다.

2.31 ‘Forfeited Game(포피티드 게임·몰수경기)’는 ‘규칙 위반으로 주심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고 잘못이 없는 팀에 9-0 승리가 주어지는 게임’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몰수경기가 항상 9-0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식 경기가 성립되기 전에 몰수됐거나, 몰수로 승리한 팀이 상대보다 득점이 적은 경우에만 9-0 승리가 주어진다.

2.54 ‘Out(아웃)’은 ‘수비 팀이 공격 팀을 물러나게 하는 데 필요한 3개의 아웃 처리 중의 하나’로 돼 있다. 아웃의 정의 속에 다시 아웃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전문은 일간스포츠 기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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