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8 News Now >
영화 ‘머니볼’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월드 시리즈 우승을 9차례나 거머쥔 명문이다.
애슬레틱스는 최근 라스베이거스로의 연고지 이전이 확정되며 57년 만에 오클랜드를 떠나게 됐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신구장 건립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며 늦어도 2028년에는 완공이 예정돼 있다. 그전까지는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마이너리그 새크라멘토 리버캐츠(AAA)의 서터 헬스 파크를 임시 홈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두 차례 연고지 이전 시도를 거쳐 드디어 오클랜드 탈출에 성공한 애슬레틱스. 그 이유를 알아보자.
From Oakland
< 사진 출처 = reddit >
2019년까지 오클랜드는 3개의 프로스포츠팀을 보유한 도시였다. 애슬레틱스와 함께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워리어스가 맥코비만 건너의 샌프란시스코로 향했고 이듬해 레이더스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내년이면 애슬레틱스 역시 오클랜드를 떠나며 오클랜드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왜 모두 오클랜드를 떠났을까?
먼저 치안 문제가 있다. 오클랜드는 미국 내에서도 치안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2022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1위를 차지했다. 이 해 오클랜드의 강력범죄 발생률은 주민 1,000명당 12.9건, 재산범죄 발생률은 1,000명당 51.6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캘리포니아 평균 강력범죄 발생률 1,000명당 4.95명과 재산범죄 발생률 1,000명당 23.14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심각한 범죄율 탓에 지난 2월에는 미국 전체에서 75년간 폐업 사례가 없었던 유명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이 오클랜드 지점을 폐쇄했고, 레스토랑 체인 데니스도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수했다. 스타벅스와 써브웨이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 사진 출처 = theguardian.com >
애슬레틱스는 치안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홈구장 링센트럴 콜리세움(이하 콜리세움)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악의 구장이다. 리그에서 5번째로 오래된 구장인 콜리세움은 배수시설이 열악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덕아웃이 물바다가 된다.
지난해 4월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는 메츠의 중계진이 중계 부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일도 있었다. 중계석에 쥐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당시 메츠 중계진 개리 코헨은 “쥐가 일을 보고 남겨놓은 악취가 너무 심해서 결국 임시 부스로 옮겨야 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오클랜드 시의회의 비협조적인 태도 역시 애슬레틱스가 오클랜드를 떠나는 데에 큰 영향을 줬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신구장 건설 프로젝트에는 오클랜드 시 당국의 자금도 투입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클랜드는 오히려 애슬레틱스에 구장 리모델링 비용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오클랜드 하워드 터미널 부지에 신구장 건립이 승인됐다. 그렇게 순조롭게 건설 절차가 진행되나 싶었지만 갑자기 시의회에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애슬레틱스가 요구한 3억 5천만 달러의 교통 및 기반 시설 투자 지원에 난색을 보인 것인데, 기존 협상에서는 이 비용을 구단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바 있다.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관중 동원 순위 = baseballreference.com >
구장 내외로 문제가 많았던 애슬레틱스는 당연히 관중 동원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년간 경기당 평균 관중은 30개 팀 중 29위-30위-30위였고, 올 시즌은 경기당 고작 5,952명으로 29위 마이애미 말린스(경기당 12,74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열악한 치안, 무너져가는 구장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과거부터 애슬레틱스는 몇 차례 연고지 이전을 시도한 바 있다. 먼저 2007년 오클랜드와 산호세 사이에 위치한 프리몬트로의 이전을 시도했는데, 프리몬트 시의회의 소극적인 태도와 시민들의 교통체증 우려 등으로 실패했다.
2011년부터는 산호세로의 연고지 이전을 시도했다. 애슬레틱스 입장에서도 스몰마켓인 오클랜드에서 빅마켓인 산호세로 향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호세를 연고권으로 보유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렇게 두 번의 아픔을 겪은 애슬레틱스가 삼수 만에 드디어 오클랜드 탈출에 성공했다. 이제부터 오클랜드를 떠난 이후의 애슬레틱스에 대해 알아보자.
Via Sacramento
< 서터 헬스 파크 = mlb.com >
애슬레틱스는 라스베이거스로 입성하기 전 신구장이 완성되기까지 새크라멘토에서 경기를 치른다. 많은 장소 중에서도 새크라멘토가 선택된 것은 지역 중계권료 수입을 유지하고자 하는 구단과 향후 확장 구단의 입성을 바라는 새크라멘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애슬레틱스는 기존에 NBC Sports California와 연간 약 6,700만 달러의 지역 중계권 수입을 맺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California”가 들어간 방송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계약은 애슬레틱스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에만 지속되며 캘리포니아주를 떠나면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애슬레틱스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 동안은 캘리포니아 주에 남아 있는 것이 금전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2015년 취임 후 리그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32개 구단 체제로 돌입해 메이저리그를 8개 디비전으로 재편하고자 했다. 새크라멘토 입장에서는 리버캐츠 구장에 메이저리그 팀을 유치함으로써 새크라멘토도 확장 구단을 위한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NBA 새크라멘토 킹스 구단주이자 리버캐츠 구단주인 비벡 라나디베가 확장 구단을 새크라멘토에 유치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새크라멘토가 애슬레틱스의 임시 연고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To Las Vegas
< 사진 출처 = mlb.com >
라스베이거스는 2016년까지 프로스포츠팀이 없었다. 그러던 중 NHL 베이거스 골든 나이츠가 2017년 창단했다. 골든 나이츠를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프로스포츠 유치 움직임이 지속됐다. 2020년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라스베이거스로 옮겼고 2028년엔 애슬레틱스가 합류할 예정이다.
단기간에 세 팀이나 라스베이거스 이전 혹은 창단을 결정했다. 스포츠 베팅 머니가 아닌 진짜 스포츠 머니가 라스베이거스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왜 라스베이거스일까?
먼저 네바다의 파격적인 세금 제도가 이유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소득세는 크게 연방소득세+주소득세로 나눌 수 있다. 연방소득세는 예외가 없지만 주소득세는 주별로 다르다. 현재 오클랜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전미 최고의 소득세율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 74만 달러는 최상위 구간에 해당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메이저리거는 13.3%의 주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네바다는 주소득세가 아예 없다.
따라서 앞으로 애슬레틱스와 계약하는 선수는 주소득세가 면제된다는 큰 장점을 갖는다. 애슬레틱스 입장에서도 FA 선수를 두고 다른 팀과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으로 높은 실수령액을 보장할 수 있다.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뉴욕 양키스를 이겨내고 추신수와 계약할 수 있었던 것도 텍사스에 주소득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매력적인 관광명소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2023년 방문객이 4,080만 명으로 전미 6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재 오클랜드가 평균 6,000명에도 못 미치는 관중을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의 관중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스베이거스와 네바다가 지역 차원에서 스포츠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레이더스의 홈구장을 건설하는 데 공적자금 7억 5천만 달러를 투입했고, 애슬레틱스의 홈구장 건설을 위해 3억 8천만 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이외에도 F1 그랑프리 10년 개최권을 확보하며 5억 달러의 거금을 투자했고, 2023년 도입된 NBA 인-시즌 토너먼트(컵 대회) 준결승전과 결승전 유치를 위해 2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포츠팀 입장에서도 라스베이거스는 기회의 땅이다. 2019년 오클랜드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낸 레이더스의 구단 가치는 29억 달러였지만 2024년 현재 62억 달러로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마치며
< 사진 출처 = USA Today >
애슬레틱스가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오클랜드를 떠나는 것은 많은 오클랜드 지역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팬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애슬레틱스마저 떠난다면 오클랜드에는 프로스포츠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구단이 남는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구장을 짓더라도 오클랜드의 치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여전히 적을 것이다. 단순히 구장의 노후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별다른 지원 없이 애슬레틱스가 남기만을 바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오클랜드를 떠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 애슬레틱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자 풍부한 스포츠 인프라를 갖춘 라스베이거스에서 애슬레틱스가 재도약하여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참조 = Baseball Reference, The Guardian, Forbes, ESPN, The Athletic, Sports Illustrated
야구공작소 김범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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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도움을 줄수없으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겠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