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중인 이마나가 쇼타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올해 메이저리그(MLB) FA시장의 화두는 아시아 선수들이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일본 최고의 스타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마나가 쇼타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각각 7억 달러와 3억 2,500만 달러의 대박 계약을 따낸 반면 이마나가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5,30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하지만 이마나가는 현재 9경기 5승 0패 ERA 0.84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선발 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ERA 부분에선 MLB 전체 1위에 올라와 있으며 1913년 이후 MLB 9경기 최저 평균자책점 신기록을 달성했다. 야마모토가 시즌 초반 잠시 주춤하면서 이마나가의 좋은 활약은 더욱 눈에 띄고 있다. 현 상황에선 일본 최고의 투수라 칭해도 무리 없는 성적이다.

30세의 늦은 나이에 도전을 선택한 그가 어떻게 MLB 무대를 평정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

이마나가의 포심 패스트볼은 MLB 진출 전인 지난 2023년 WBC에서 이미 주목받았다. 당시 포심 패스트볼 평균 RPM이 스탯캐스트 기준 2,566회로 MLB 기준에서도 최상급 구위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포심은 현재 MLB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의 포심 피안타율은 0.140으로 MLB 선발 투수(포심 100개 이상 투구) 중 8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마나가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8.1 km/h로 MLB 평균 구속인 151.3 km/h에 미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MLB 타자들이 이마나가의 포심에 고전하는 이유는 NPB 시절 갈고 닦은 그의 수직 무브먼트 덕분이다. 실제로 각 투수의 포심 패스트볼이 평균 대비 수직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파악할 수 있는 Vertical Movement에서 그의 포심은 +2.9인치로 리그 6위에 위치했다.

< 2024년 포심 패스트볼 Vertical Movement 순위 >

즉, 이마나가는 평균 대비 2.9인치 덜 떨어지는 포심을 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타자들에게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시를 주는데 소위 말하는 라이징 패스트볼의 효과를 낸다. 그는 이러한 포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S존 상단에 집중적으로 투구하고 있다.

타자들이 이마나가의 포심을 잔뜩 노리고 들어와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공포의 이지선다

이마나가는 스플리터를 제2 구종으로 선택하면서 포심의 위력을 배로 증가시켰다. 그는 포심과 스플리터 투 피치를 바탕으로 타자들에게 공포의 이지선다를 선사하고 있다. 그가 NPB 시절 포심과 스위퍼, 스플리터에 커브까지 활용한 포피치 투수였음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투구 전략이다.

< 이마나가 주요 구종 구사율 비교 >

여기엔 MLB 타자들이 스플리터라는 구종에 익숙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타자들에게 익숙한 횡적인 움직임의 슬라이더 대신 생소한 스플리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마나가 이전 스플리터를 던진 좌완 선발 투수는 2017년 아리엘 미란다가 마지막이다. 실제로 그의 스플리터 헛스윙 유도율은 45.7%로 타자의 스윙 중 절반 가까이가 헛스윙이었다.

이처럼 MLB 타자들에게 낯선 스플리터가 효과적으로 작용하자 그는 NPB 시절 구사했던 스위퍼와 커브의 비중을 낮추고 스플리터에 집중했다. 실제로 이마나가의 스위퍼와 커브 피안타율은 각각 0.364와 0.333으로 0.224를 기록한 스플리터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래 이마나가의 포심과 스플리터 탄착군을 보면 그의 전략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 이마나가 포심 및 스플리터 탄착군 >

그는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으로 철저히 높은 코스를 공략한다. 그리고 포심과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S존 아래로 투구한다. 이 두 가지 커맨드를 완벽하게 가져가는 데 집중하면서 타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타자는 불과 0.35초 만에 같은 궤적으로 오는 공이 떠오를지 가라앉을지 선택한 뒤 스윙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의 이지선다를 바탕으로 이마나가는 MLB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했다.

 

마치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마나가에게도 몇 가지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먼저 내구성의 문제다. 그는 NPB 통산 8시즌 동안 160이닝 이상을 투구한 것이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선발로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낸 적이 드물었다.

체력적인 문제 역시 고려할 사항이다. 앞서 언급한 내구성 문제에 연장선에 있다. 6선발 체제로 운영되는 NPB와 다르게 MLB는 5선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마나가의 구위가 떨어지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이마나가의 플라이볼 비율은 MLB 평균 대비 12%가량 높은 35.2%다. 만약 그의 포심이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스플리터 역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고, 일본 시절 유독 많았던 피홈런이 다시금 증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현시점에서 이러한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하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10일 이마나가 쇼타를 NL 신인왕 1순위로 꼽았으며 MLB.com은 그를 사이영상 후보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불안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이마나가의 활약은 매우 뛰어나다. 매력적인 포심과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이마나가 쇼타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시즌 끝까지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

 

참고 = Baseball Savant, The Athletic, MLB.com, OSEN

야구공작소 김건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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