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무대를 노크하는 NPB의 좌완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

< 사진 출처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공식 홈페이지 >

‘마운드 위의 철학자’. 이마나가 쇼타의 별명이다. 그는 끊임없이 더 나은 투수가 되기 위해 왕성한 탐구심을 발휘했고, 마운드 위에서는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에이스의 자리에 올랐다.

이마나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처럼 압도적인 수상 실적도 없고, 사사키 로키처럼 화려한 강속구를 뿜어내는 유형의 투수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현재 NPB를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차기 메이저리거로 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 미국 매체들이 이미 이마나가를 메이저리그 영입 후보로 거론하며 이적 시나리오를 싣고 있다(링크). 그가 대체 어떤 선수이기에 그런 것일까. 

 

경험과 배움을 거듭하며 진화를 멈추지 않은 이마나가

이마나가는 커리어 초기만 하더라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투수였다. 커브는 타자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3년 차였던 2018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사실상 쓰리 피치 투수였다.

< 표 1 = 이마나가 쇼타의 연도별 구종 구사 비율 변화 >

2019시즌부터 그는 기존 전략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전을 거듭했다. 이마나가는 5년 전 오프시즌에 2년 후배인 아즈마 가쓰키에게 체인지업에 대해 조언을 구하던 도중, 그의 결정구인 벌컨 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 2020시즌에는 슬라이더의 그립과 투구 방식을 약간 변형해 커터를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모체는 같지만, 쓰임새는 달랐다. S존을 좌우로 크게 가르면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그대로 좌타자 상대 결정구로 활용했다. 반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꺾이는 커터로는 포심을 대비하던 우타자의 몸쪽 코스를 공략했다.

뛰어난 구종 습득 능력과 투구 감각은 이마나가를 NPB의 독보적인 좌완투수로 만들었다. 그는 올해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삼진 비율과 위크 컨택트 유도 확률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구종의 다양성이 전부가 아니다. 이마나가의 가장 큰 강점은 주력 구종의 위력에 있다.

< 표 2 = 이마나가의 주력 구종 관련 2023시즌의 주요 수치 >

이마나가의 포심은 질적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2023 WBC에서 이마나가의 포심은 평균 2,564rpm에 달하는 회전수와 약 -11인치의 수직 무브먼트를 기록했다. 등판한 조건이 다소 다르다고는 하나, 그는 이번 시즌 블레이크 스넬이 던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회전과 더 좋은 수직 무브먼트를 가진 포심을 대회 기간 동안 구사했다.1

요코하마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트래킹 장비를 활용해 회전축이 지면과 최대한 평행을 이루도록 해 수직 무브먼트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링크) 그는 대회 전 WBC 공인구에 적응하기 위해 포심 그립을 전보다 손끝에 실밥이 가깝게 걸리는 형태로 변경했다. 그리고 릴리스 시점까지 손가락을 펴지 않고 공 표면을 강하게 긁어 채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시도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마나가의 포심 회전수는 대회에 출전한 투수 중 가장 많았다.(링크)

< 그림 = 이마나가의 2023시즌 히트맵 >

WBC를 거치며 더 좋은 포심을 구사하게 된 이마나가는 이전보다 S존을 넓게 활용하고 있다. 그의 올 시즌 투구 분포를 보면,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하이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상하로 나눈 가상의 선을 그어 보면, 이마나가가 우타자를 상대로 던진 956구 중 48%에 달하는 459구를 그 선 위쪽에 던졌다는 것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그 코스로 우타자 상대 탈삼진 75개 중 43%인 32개를 잡아냈다.

이마나가의 피칭 기술은 체인지업 구사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벌컨 체인지업을 배운 뒤 상황에 따라 힘을 조절해 130km/h 초반에서 140km/h 초반 사이의 구속을 자유로이 오가게 하는 감각을 터득했다. (링크) 그의 체인지업은 때로는 평범하게, 때로는 빠른 스플리터처럼 변해 타이밍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 올 시즌 이마나가의 체인지업은 헛스윙 비율이 23.9%에 달한다. 그의 구종 중 가장 우수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좌투수들이 좌타자를 확실히 잡아내기 위해 가장 의지하는 구질이 슬라이더다. 이마나가도 좌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비중이 23%에 달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횡단하며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도 20%에 가까운 헛스윙률을 기록 중이지만, 그는 좌타자를 상대할 옵션을 늘리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중순부터 투심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링크) 좌타자의 몸쪽 코스를 공략할 구종이 추가된 후, 그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90에서 .241까지 감소했다.

< 표 3 = 센트럴리그 각 구단의 홈구장 규격 >

요코하마의 홈구장은 좌우측 폴대 및 좌우 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다. 펜스가 가장 높은 구장이란 점을 고려해도 투수들이 공을 던지기 부담스러운 곳이다. 이러한 연유로 요코하마는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파워피처 에이스를 늘 갈망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마나가는 팀이 그토록 원하던 유형의 투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많은 삼진을 잡으면서 동시에 약한 타구를 많이 유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평균 7이닝에 가까운 이닝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제기하고 끊임없이 개선 방안을 연구해 온 ‘철학자’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대와 불안이 병존하는 이마나가의 미래

MLB에서 쓰이고 있는 공을 WBC에서 체험함으로써 이마나가는 환경이 바뀌어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대회에서 그는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152km/h, 최고 154km/h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빅리그 진출을 가정한다면 그는 선발투수로서 한계를 보여줄 수도 있으나, 1~2이닝을 전력투구로 막아내는 데 필요한 경쟁력은 갖고 있다. 질적인 발전을 거듭한 그의 패스트볼은 빅리그 타자들의 배트도 충분히 헛돌게 만들 수 있다.

< 표 4 = 이마나가의 주요 부상 이력 >

미래에 대해 우려할 만한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마나가의 체격 조건과 부상 이력으로 인한 리스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를 영입 후보로 고려 중인 MLB 구단들도 어깨 부상 이력이 있는 신장 178cm의 투수가 5인 로테이션 체제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뛸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진 않을 것이다. 1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NPB에서도 규정 이닝을 세 번 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마나가의 메디컬 측면 리스크는 야마모토보다 크다.

패스트볼에 크게 의존하는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은 더 뛰어난 타자들을 상대할 때 이마나가의 발목을 잡을 위험성이 크다. 그는 역회전 구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레이킹볼 계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타순이 한 바퀴 돌 때마다 결정구로 선택할 옵션이 크게 제한될 것이다. 하이 패스트볼 승부를 즐기는 플라이볼 투수이지만 키가 작아 시각적 이점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점은 그가 향후 장타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MLB 구단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마나가가 보여준 투수로서의 자질과 성장 과정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터프가 좋은 좌완투수는 빅리그에서도 희소성이 높다. 그가 데뷔 후 연구와 수정을 거듭해 구속과 구종 다양성, 구종의 무브먼트 등 여러 방면에서 꾸준한 발전을 이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마나가의 데뷔 초 요코하마 감독이었던 알렉스 라미레스는 대학 시절 어깨 부상이 있었던 그의 투구 수와 등판 간격을 철저히 관리했다. 그러나 2018년 어깨에 다시 문제가 생겨 공백기가 생겼다. 복귀 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한 그는 결국 불펜으로 강등당했다. 가장 혹독한 시련을 맞이한 시점에 이마나가는 오프시즌을 자진 반납하고 호주 리그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투구폼을 조정해 구위를 되찾은 그는 이듬해 올스타 투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마나가는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에이스의 역량과 멘탈을 갖춰온 과정을 짧게 요약했다.

“부상을 당했을 때 완치된 뒤 자신이 몇 단계 성장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상은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위기가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링크)

‘마운드 위의 철학자’는 지금도 자신을 성장시킬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이마나가의 다음 목표는 대양 저편의 무대에서 그의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에 MLB를 향한 출사표를 던질 이마나가의 도전을 지켜보도록 하자.

 

참고 = Sports Illustrated, 요미우리 신문, 스포니치, 스포츠 호치, 산케이 스포츠, 아사히 신문, SPAIA, 원포인트제로투

야구공작소 강상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임인혁,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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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이스볼 서번트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하면, 스넬의 평균 포심 회전수는 8월 20일 기준으로 2,423rpm, 수직 무브먼트는 -11.4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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