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사회적 역할②: 국내야구의 사회공헌활동의 과제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앞선 시리즈에서는 최근 확대되는 국내야구 사회공헌활동의 배경과 개념을 살펴봤다(링크). 다만 국내 정착 과정에 부족한 부분이 없던 건 아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과제와 보완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시적인 참여와 불규칙성

대부분의 구단은 사회공헌활동을 비시즌에 일시적으로 진행한다. 선수 참여도 불규칙적인 경우가 많다. 사회공헌활동을 개발 및 발전, 관리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어 연속성이 부족한 측면도 존재한다. ‘지속적’이지 못하니 지속 가능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을 통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지속성이 필수다. 

결국 국내 기업 사회공헌의 역사가 짧아서 생긴 일이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유럽은 다르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더욱더 높여야 한다는 걸 알고 노동 및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데 익숙하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회공헌활동을 발전시킬 시간도 충분했고, 현재는 지속적인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 레거시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 중 하나다. IOC는 ‘올림픽 레거시’라는 단어 자체를 새로 만들어 관련 사업을 실시했다. 진행 배경에는 당시 올림픽 유치에 뒤따른 사회 문제가 있었다. 2004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그리스는 대회 후 재정난에 빠졌다. 대회에서 사용됐던 많은 스포츠 시설은 계속 활용되지 못했다. 그리스 사례를 지켜본 많은 나라들은 이후 올림픽 유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레거시 사업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됐다. IOC는 사업을 통해 개최지역의 1) 스포츠 및 건강한 생활 확대 2) 지역인프라 활성화 3)경제적 성장 4)커뮤니티 강화를 추진한다. IOC는 레거시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끌어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레거시가 개최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IOC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있고, 올림픽 개최가 개최지에 이점을 줄 수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2012년 런던올림픽의 레거시 보고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지역에는 올림픽 개최를 통해 주 1회 운동하는 사람이 140만명 이상 증가했다. 또 20개국에서 1,500만명이 런던에서 실시한 스포츠 국제교류에 참가했다. 런던 동쪽 지역에는 스포츠시설과 교통이 정비됐고 수목을 심은 덕에 노후 지역을 재생하는 효과도 얻었다. 새로 확보한 자원봉사자만 10만명에 달했다. 지역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을 올림픽 개최를 통해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림픽의 사례처럼 프로야구에서 구단과 선수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재능기부에 치우친 활동, 스토리텔링과 차별성 부족

현재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사회공헌으로 프로 선수들의 재능 기부, 강습 및 이벤트 활동을 추진한다. 이는 위에 언급했듯이 프로 스포츠의 사회공헌 역사가 짧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CSR, ESG 경영 등의 단어가 언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팀과 선수들의 사회 공헌 이미지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것 때문으로 보인다.

재능 기부의 장점은 효율성이다. 다른 사회 공헌 활동 대비 시간, 인력, 비용이 적게 든다. 선수와 운동장, 간단한 장비만으로 충분하다. 또한 스포츠 선수들이 이미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활동이다. ‘기부’라는 활동 개념도 확실하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중에서도 연고지 밀착이 가장 잘 이루어진 스포츠임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하거나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사회 공헌 활동이 많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에 모 야구단의 퓨처스팀이 부산 기장군의 야구 유망주에게 티칭 클래스를 진행했다. 롯데 자이언츠로 예상했겠지만 사실 KT 위즈가 실시했다. 스프링 캠프지에서 인근 지역의 야구 유망주에게 수업 클래스를 실시한 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활동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연계성이 부족하고 KT 위즈가 아니어도 다른 팀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지 않고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 24년 부산시 기장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캠프를 진행한 KT위즈>

사회공헌에만 초점을 맞춘 활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또한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는 사회공헌활동의 스토리텔링과 차별성이 홍보와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있다. 차별화되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야구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브랜드 인식과 이미지를 강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KT 위즈가 부산과의 관계성을 강조하거나, 다른 팀이 하는 재능기부와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식변화 및 관련 교육 필요

야구의 사회공헌활동이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활동 주체가 선수여야 한다. 그건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도대체 왜 자신의 시간을 사용해 실천해야 하는 것인지 인식하고 있는 선수들은 많지 않으리라. 아무리 구단에서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두고 추진하려고 해도 선수 섭외에서 걸릴 수 있는 이유다. 일반인들은 프로스포츠 선수를 보며 ‘강철 멘탈’일 거라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 매우 예민하고 정서 조절을 어려워한다. 팬들의 질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항상 고민한다. 그렇기에 시즌 중에 구단 주도로 선수들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즌 중 선수들의 유일한 휴식일인 월요일에 한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가 계약기간이기 때문에 비시즌에 사회공헌을 구단주도로 하기도 어렵다. 현실적 제약이 있으니 선수단 일정과 관련 없는 후원금 기부, 친환경 응원 도구 등의 형태가 구단 주도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회공헌활동이 되는 것이다.

구단 외 주체가 나서는 경우도 있다. 사회공헌활동이 선수 브랜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선수 에이전시가 비시즌에 선수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기도 한다. 선수협이나 상조회의 주축선수들이 휴일을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일부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실천하거나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를 통해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참여하는 선수는 일부일 뿐이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는 프로야구의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지속도가 부족하다. 선수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구단이 아닌 강민호 선수가 주축으로 실시한 팬 초청 기부행사>

선수들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KBO, 선수협, 구단 등의 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사회공헌의 중요성과 효과, 사례들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선수의 인식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포상 및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면 조금의 동기부여를 더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야구 리그에서는 사회공헌을 표창하는 상이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의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일본프로야구 ‘골든 스피릿츠상’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공로상의 성격이 아니라 스포츠선수로서 굉장히 영예로운 상이며 인지도가 높다.

강제적인 참여 대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수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선수들로 하여금 의견을 존중받고 반영된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함께 이뤄지면 사회공헌활동 참여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을 바꾸고 참여도를 높여 자발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의 사회공헌활동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과제가 동반되고 있다. 일시적인 참여와 불규칙성, 재능기부에 치우친 활동, 그리고 스토리텔링과 차별성 부족 등이 그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이러한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성 있는 활동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선수들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교육 및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과 구단, 그리고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 Getty images/China photos, KT 위즈, 강민호 인스타그램, 착한 자본의 탄생(김경식 저), Gratton, Chris; Preuss, Holger (2008). “Maximizing Olympic Impacts by Building Up Legacies”,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 사회적책임 표준), 일간스포츠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훈희,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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