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에서 발생한 사고는 법적으로 어떻게 해결할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

남양주 리그 사회인 야구 경기 중 발생한 플라잉 니킥 사건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는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상대 팀이 도루하여 ‘불문율’이라는 암묵적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불문율을 어겨 폭행으로 이어진 것도 경기 내용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혹은 이처럼 사회인 야구 경기 속 발생한 사고는 법적 책임이 어떻게 이뤄질까?

몸에 맞는 공, 슬라이딩, 펜스 등 야구는 자기 스스로 혹은 남에 의해 부상에 노출될 수 있는 스포츠다. 물론 최근에는 홈 충돌 방지나 살인 슬라이딩, 빈 글러브 태그에 대한 규제가 생활체육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인야구도 신체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생활체육으로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항상 부상을 염두하고 플레이한다. 즉 사회인 야구 참여자들은 자기에게 발생할 사고나 위험을 예상하고 일부 감수하며 참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완전히 부담하고 플레이한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야구 경기 속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보호받을 수 없다. 법적 책임이 지워지지 않아 치료비 청구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계에 대해 법원은 ‘사회적 상당성’을 기준으로 민법상 책임을 판단한다. 사회적 상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법원 판단의 기준이 되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자.

 

스포츠와 법

일반적으로는 계약을 통해 두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결정된다. 하지만 운동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 간에는 계약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운동경기 참여자 간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바로 규칙이다. 경기 규칙은 경기 환경 속 보이지 않는 틀을 만들고 선수의 행위를 제약한다. 규칙을 통해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선수들 간에 경기하는 관습이 생기고 상대방의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운동경기 참여자가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며 해당 종목을 즐겨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서로의 ‘기대’를 충족해 주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 노력이 간접적인 서로 간 권리와 의무를 의미한다.

혹자는 스포츠 영역은 일상생활과 달리 실정법을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분야라 말한다. 하지만 이를 잘못 해석하여 스포츠 경기 속 모든 행위가 법적으로 용인된다고 해석한다면 곤란하다. 선수 간 권리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게 되면 스포츠 그 자체를 향유하기 어렵다. 운동경기 참여자 간 상대 플레이를 예측할 수 없고 예상 밖 플레이에 부상 확률이 높아지기에 그렇다. 불필요하게 과열되고 위험해진 스포츠에 사람들이 참여할 이유가 있을까.

법은 스포츠가 꾸준한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선을 설명해 준다. 그 기준을 사회적 상당성이라 한다. 

 

사회적 상당성이란? 

앞서 말한 것처럼 운동경기 참여자끼리는 특별한 계약 관계가 있지 않다. 다만 규칙이 암묵적으로 구축하는 관습대로 플레이한다고 하였다. 관습은 곧 기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민법 제2조(신의성실)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등에 따라 운동경기 참여자에게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 2011다66849) 

참가자는 자기 행동으로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기에 경기 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상당성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윤리적 공동생활의 질서 내에 속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질서 밖 행위라면 사회적 상당성이 결여되었다고 한다. 

각기 다른 환경, 가치관, 행동 양식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위 행위는 해석되기 나름이다. 스포츠는 역사적으로 종목마다 고유한 플레이 방법을 갖게 되었다. 이는 종목마다 사회적 상당성의 정도를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지점이 된다.

선수들은 부상을 일부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의 불필요한 플레이로 예상 밖 부상을 입을 때도 있다. 이때 자기 몫으로 모든 치료를 감당해야 한다면 선수로서는 억울할 일이다.

 

사회적 상당성에 대한 법원의 입장

야구 속 사회적 상당성을 법원의 판례를 바탕으로 이해해 보자. 대법원 판례에서 야구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포츠 사고에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농구 사례를 우선 접하고 야구 사례로 넘어가 보자.

 

  • 판례 1 (대법원 2011다66849) – 농구장 리바운드 사고

<사건 요약>

A는 친구와 야간에 야외 농구장에서 반코트 농구를 하고 있었다. A는 친선 경기 중 공을 잡으려 점프하다 내려오는 중에 어깨로 B의 입을 충격했다. 이로 인해 B는 앞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A는 손해배상책임을 물지 않아도 된다.

<판례 해석>

대법원의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다음 문단을 찬찬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1.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의 위험이 있고,
  2. 그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3. 해당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 상황, 관련 당사자들의 경기규칙의 준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되
  4.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11다66849)

1 ,2, 3, 4번 등 내용을 법원에서 고려한다는 사실만을 인지하고 넘어가 보자. 이 내용은 아래 세 판례에 모두 인용된다.

이 판결문에서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선수가 감수해야 할 부상 정도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뽑아내긴 어렵다. 이제부터는 사회인 야구 사고의 판결문을 함께 보고 기준을 정리해 보자.

 

  • 판례 2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나25958) – 수비자 송구 편

<사건 요약>

이해를 위해 해당 판례의 일부 내용만 추출한 것으로 실제 사례와 구체적 내용은 다를 수 있다. 

A는 경기 속 수비자이며 B는 다음 경기를 위해 대기하던 선수다. B가 1루 뒤쪽 대기실에서 다음 경기를 위해 대기 중이었다. 경기 중 유격수인 A가 공을 잡고 1루로 송구한 공이 1루수를 넘어 B가 대기 중이던 대기소를 향했다. 이 공은 B의 코를 가격했고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 골절의 상해를 입었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

<판례 해석>

이 판결문에 따르면 야구도 신체적 접촉의 가능성과 부상 위험이 내재하여 있는 스포츠다. 판례 1에서 언급한 축구와 농구만큼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타격한 공이 펜스를 넘거나 수비수를 지나쳐가는 과정에서 공과 선수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때 선수는 경기자나 대기자 모두를 포함한다.

또한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빠른 플레이가 필요한 야구 특성상 항상 정확한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비수의 송구가 때로는 빗나갈 수 있다. 1루 뒤의 대기소를 고려하여 공을 던지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던지지 않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의 송구는 규칙상 불필요한 송구도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문에서는 경기의 과열 정도도 판단한다. 이 사건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진행되어 고의로 일으킨 사고라는 점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문제없다. 따라서 A의 안전주의의무위반은 없어서 사회적 상당성이 결여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 판례 3 (대구지방법원 2014가합205861) – 도루상황 속 선수 충돌 편

<사건 요약>

이번에도 수비 상황이다. A는 주자고 B는 3루수다. A가 2루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였고 B는 포수가 던진 공을 받기 위해 점프하였다. B가 공을 받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A의 무릎 위로 넘어졌다. B의 착지로 A는 전방십자인대 파열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B의 책임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

<판례 해석>

사례1의 판례를 인용하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회적 상당성 범위 내 행위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명시한다. 사례 2와도 비슷하다. 야구 경기는 신체접촉을 통한 부상 위험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한 부상을 일으킨 플레이라도 통상 야구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플레이라면 안전배려의무를 지켰다고 보는 것이다. 

공을 잡기 위해 점프할 때는 공에 집중하여 뛰어오른다. 이때 주자가 슬라이딩하는 것을 보고 점프의 높이, 속도, 타이밍을 계산하여 주자의 부상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A의 무릎 위에 B가 엉덩이로 착지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규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때 심판의 대처에도 주목했다. 원고인 A에게 아웃 선언만 하고 B에게 따로 지적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기도 과열되지 않았으며 경기 중에 일어난 불운한 사고인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에 있어 피고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 내에 있는 행위이고, 피고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만한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구지방법원 2014가합205861)

 

  • 판례 4 (대전지방법원 2014나108582) – 포수 송구 편

<사건 요약>

또 다른 사건을 보자. 이 판례는 원고인 포수가 2루 주자의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3루로 송구하였다. 그 송구가 우타석에 있던 피고의 좌측 안면부를 가격하여 공으로 맞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고는 안구 파열, 비골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1심에서는 원고의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

<판례 해석>

  • 판결 이유 중

“그와 같은 방향에 있는 우타석에 서 있던 피고를 피하여 공을 던질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과실로 그대로 공을 송구하여 피고의 안면부를 충격하기에 이르렀고, (중략) D의 위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해당 주의의무는 6.03 타자의 반칙행위 “(3)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또는 어떠한 동작으로든 본루에서의 포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타자는 해당 반칙 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포수는 규칙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배려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 결국 규칙 내에서만 플레이하면 되는 거 아닌가?

판례 4는 규칙에 기재된 주의의무를 다한 선수를 배려하지 않았기에 배상책임을 갖게 되었다. 본인이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을 지키고 있는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든다. 야구에 갓 입문한 초보자가 경기하다가 사고를 냈다고 쳐보자. 하지만 단순히 룰 숙지 부족으로 숙련자의 ‘기대’와 다른 플레이를 해서 사고가 났다. 이는 초보자에게 가혹한 법적 조치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상황은 초보자와 숙련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는 초보자에게 가혹한 처벌일 수 있다. 사회인 야구에 입문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기 참여자는 상대방이 경기 규칙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기대를 과소평가하면서까지 초보자를 우대해 줄 필요는 없다.

판례 2와 3을 보면 과열된 상황이 아닐 때는 비교적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열된 상황이라고 피고 행동의 고의를 과장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경기가 과열되다 보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어질 수 있다. 하지만 팀의 모든 선수가 함께 과열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정말 과열된 상황에 무던한 사람이 송구 실책으로 주자의 얼굴을 맞췄다고 가정해 보자. 과열된 상황에서 한 고의적인 행동이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 요소를 판단할 때는 과열된 상황을 만드는 데 관여한 선수인지, 벤치클리어링을 주도했던 선수인지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번외로 벤치클리어링은 규칙에 기재된 야구 경기 내 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상당성 내 행동이라 보기에는 힘들다. 벤치클리어링은 야구 규칙에 언급되지 않는다. 불문율도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심판은 어떤가? 판례 3에서 만약 심판에게 지적당했다면 법적 처벌 대상 가능성이 커지는가? 아웃 판정만 하고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판례 3)은 판단 기준이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반복적인 불필요한 플레이로 심판에 의해 퇴장을 당했다는 등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해 보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인 야구 사고 판례를 찾아보려 해도 많지 않다. 대부분 서로 합의하거나 다른 절충안을 찾아 법으로 끌고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래 사건을 위해 판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 = 민법, 대법원/지방법원 판례

야구공작소 유승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한민희,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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