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계약의 트렌드, 경제적 효과로 살펴보기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월드시리즈까지 모두 종료된 이 시점, 다시 눈길은 스토브리그로 돌아갈 시간이다. 올해 FA 명단에는 대단한 이름이 많이 보인다. 얼마 전 모두를 놀라게 한 오타니 쇼헤이를 필두로 하여, 맷 채프먼, 코디 벨린저까지, 다시 한번 슈퍼스타들의 이적시장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많은 거물급 선수가 계약 기간이 매우 긴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애런 저지부터 잰더 보가츠, 트레아 터너, 코리 시거까지, 초대형 계약을 따낸 선수들은 모두 10년 안팎의, 40세 전후의 시기까지 보장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몇 년 사이에 10년 이상 규모의 계약이 더 많아졌다.

모든 선수 계약에서 우선 고려할 요소는 로스터 구성에 미치는 효과다. 거기에 따라오는 마케팅 등의 부가 수익 등도 고려될 것이다. 하지만 계약 규모에 따른 이득과 손실, 즉 재무적 부분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구단도 엄연히 사업체인 만큼 손익에 민감하다. 특히 대규모 계약, 그리고 장기간 계약의 경우에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먼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력뿐만 아니라 재무적 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선수 계약의 효용성을 야구적 가치로 살펴보는 데는 보통 WAR과 같은 지표가 사용된다. 그렇다면 재무적 영향력, 경제적 영향력을 논하기 위해선 어떤 숫자를 살펴봐야 할까. 단순히 외부에 발표된 계약 규모 총액의 액면가를 살펴보면 편하겠지만, 같은 금액을 시중에 투자했을 때 어느 정도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해 쓰고자 하는 자료는 미국의 10년 국채다. 이는 향후 10년간 무위험 이자율, 달리 말해 투자 위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순수한 기대 수익률을 의미한다.

< 미국의 지난 4년간 10년물 국채 >

예를 들어서 하나의 계약을 살펴보자. 지난겨울 뉴욕 양키스는 애런 저지와 9년 간 총 3억 6천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만약 양키스가, 그럴 일은 흔치 않겠지만, 이 돈을 투자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채권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4천만 달러짜리 1년 채권을 구매하고, 4천만 달러 2년 채권을 구매하고, 이렇게 지속해서 저지에게 지불했을 미래의 연봉만큼의 채권을 구매해 놓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1

일반적인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하는 모양을 그리다가, 즉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다가 점점 평평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설명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곡선의 형태가 수평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겠다. 그리고 추가로 채권 만기 시 수익률이 4.6%로 일정하다고 가정해 보자.

저지의 첫 해 연봉을 지불하기 위해선 이 채권에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해야 할까.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넣은 돈이 1년 뒤에 4천만 달러가 되려면, 4천만 달러를 1.046(=100% + 4.6%)으로 나눈 만큼을 투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9년째 연봉을 마련하기 위해 9년짜리 채권에 돈을 넣는다면, 4천만 달러를 1.046으로 9번 나눈 값만큼 투자해두면 된다. 이런 식으로 쭉 계산을 더해 나가면, 9년간의 연봉을 내기 위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양키스가 얼마만큼의 돈을 채권에 투자해야 했는지 계산이 가능하다.

< 위의 투자 금액을 구하기 위한 PV(Present Value, 현재 가치) 계산식 >

첫해 연봉을 지불하기 위해선 3,824만 달러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1.046을 곱하면 4천만 달러 정도의 규모가 나온다. 둘째 해 연봉을 위해서는 3,655만 달러. 1.046의 제곱을 곱하면 똑같이 4천만 달러 정도의 규모가 나온다. 이렇게 쭉쭉 계산하게 되면 9년간 매년 연봉을 지불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을 합친 금액은 289,446,339달러, 대략 2억 9천만 달러가 된다. 3억 6천만 달러라는 액면가에 비해 7천만 달러가 적다. 이 연봉을 주기 위해 투자를 한 금액과 계약서상의 금액에는 큰 차이가 있다. 9년의 세월을 고려한 실질적인 PV(Present Value, 현재 가치)는 액면가의 80% 수준이다.

< 표 1 = 예시의 투자 금액 및 총액 대비 >

하나의 예시지만 이러한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고금리 시대에서는 이러한 장기 계약이 구단들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위 계산 식의 분모에 해당하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연봉을 위해 선행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돈, 즉 미래 연봉의 현재 가치가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돈에 비해 실제 드는 돈은 줄어드는 셈이다. 반대로 금리가 낮을 때에는 거꾸로 단기 계약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체결된 새로운 메이저리그 CBA(노사 협약)에서 협의가 이뤄진 사치세 관련 조항도 이러한 금리에 따른 영향력, 특히 현재와 같은 고금리 시대에서의 계산 방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신 CBA에서 사치세 기준인 구단 연봉 총액 상한선은 2022년 2억 3천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2026년 2억 4,400만 달러까지 점차 증가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 맞춰 상한선이 늘어났기 때문에, 향후 FA 협상에서도 경제적 효과를 고려한 장기 계약 구조가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예를 들어 브랜든 니모의 계약을 살펴보자. 2022년 12월 8년간 1억 6,200만 달러의 FA 계약에 합의한 니모의 AAV(Average Annual Value. 연평균 연봉)는 2,000만 달러다. 만약 이 계약의 총액은 유지하고 기간만 10년 규모로 바꾼다면 500만 달러의 AAV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PV로 환산 시 1억 3,300만 달러에서 1억 2,760만 달러로 약 540만 달러의 가치 절감도 가능하다. 이는 고스란히 다른 선수 보강에 쓸 수 있는 돈이 된다.

최근 이러한 장기계약을 다수 체결한 대표적인 팀들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있다. 샌디에이고는 잰더 보가츠를 11년 2억 8천만 달러 규모 계약으로 붙잡았고, 매니 마차도와는 11년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애틀란타 역시 션 머피와 7년 8,800만 달러, 오스틴 라일리와 10년 2억 1,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총액만 보았을 때는 과도한 지출로 보일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10년, 11년이라는 시간이 고려된다면 매년 구단이 감당해야 하는 지출 규모는 단순한 평균액보다 훨씬 낮아진다.

 

이렇게 보면 늘어난 계약기간이 경제적으로는 구단 측의 리스크를 감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구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계약기간 말미 나이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진에 빠지는 선수들이 구단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런 선수들이 매몰 비용으로 취급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LA 에인절스가 알버트 푸홀스와 계약 마지막 해에 이별했던 것이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잔여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은퇴한 사례가 그렇다.

이러한 선택은 지출될 돈을 생각한다면 구단에 일방적인 손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FA 계약을 맺은 선수의 대부분은 계약기간 전반기에 야구적 가치 대부분을 창출한다. 이렇게 본다면 계약 기간 후반기 나갈 지출을 매몰 비용으로 취급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계약 후반부의 부진이 피할 수 없는 부담이자 매몰 비용이라면, 그리고 최근과 같이 금리가 높아지는 시대라면, 현재 더 많은 돈을 내더라도 계약 기간을 늘리는 선택이 미래에 더해질 부담을 줄이고 현재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장기계약이 늘어나는 추세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장기계약은 단순히 한 선수를 중심으로 하여 리빌딩을 시도하거나, 프랜차이즈 대표 스타를 오랜 기간 묶기 위한 목적으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맥락에는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고려, 경제적인 계산에 따른 고려가 동반된다. KBO리그에도 비FA 장기 계약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초장기 계약은 등장하지 않았다. 경제적 상황을 비롯한 여러 환경이 비슷하게 뒤따른다면, 한국에서도 미국 같은 초장기 계약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참고 = mlb.com, Fangraphs, The Ringer, FRED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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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해 연봉은 계약 당일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지급한다고 가정한다. 실제 연봉 지급 체계가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가치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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