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
2023년 메이저리그는 지난 11월 2일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빅리그는 반전의 시즌이었다. 텍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언더독으로 꼽힌 많은 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올해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AL 중부지구 2위를 차지했지만, 승률은 0.481에 그쳤고 가을야구에는 나가지 못했다. 좋지 못한 성적의 원인은 간단하다. 투타 어느 부문에서도 강점을 보이지 못했다.
< 디트로이트 2023시즌 투타 fWAR(리그 순위) >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부진했던 가운데에서도, ‘에이스’ 타릭 스쿠발은 부상 복귀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21년 8월 1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마지막으로 그는 마운드와 잠시 이별했다. 팀 투수진의 소년가장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3년, 팔꿈치에 문제가 발생했고 수술을 받게 됐다. 재활은 길어졌다. 겨울이 지나가고 시즌이 개막했지만, 스쿠발은 여전히 회복 중이었다.
그가 다시 마운드를 밟은 것은 지난 7월 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스쿠발은 4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후반기는 그의 무대였다. 양대 리그 통틀어 가장 높은 fWAR를 기록했으며(2.9) 해당 기간 FIP가 2.04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스쿠발은 단 80.1이닝만을 던지며 fWAR 커리어하이를 경신했고 9월에는 이달의 투수상을 받기도 했다.
< 스쿠발 연도별 성적 >
데뷔 후 첫 2년과 지금, 스쿠발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피홈런이다. 2020~2021년 15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 104명 중 스쿠발은 가장 높은 HR/9 기록했다(2.18). 하지만 최근 2년은 다르다. 지난해 그의 HR/9는 0.69까지 낮아졌으며 올해는 0.45로 더욱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8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2위).
스쿠발이 내준 피홈런 대부분은 우타자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첫 2년간 그의 피홈런 44개 중 좌타자 상대 피홈런은 단 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43개는 모두 우타자 상대로 기록했다. 우타자들은 특히 스쿠발의 포심 패스트볼을 집중 공략했다(포심 피홈런 27개). 스쿠발의 포심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리그 평균보다 높은 94마일의 구속과 2021년 Whiff% 24%(200타석 이상 포심을 던진 74명 중 21위)를 기록한 만큼 포심은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공이라도 너무 많이 던지면 타자에게 읽히기 마련이다. 데뷔 후 첫 2년간 스쿠발은 포심을 ‘꽤나’ 많이 던졌다. 당시 리그 평균 포심 구사 비율이 36.2%였던 반면 스쿠발의 구사 비율은 45.8%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스쿠발은 포심 구사율을 낮췄다. 지난해 포심 비율은 26.6%까지 떨어졌고, 올해도 36%에 그쳤다. 스쿠발이 포심 대신 선택한 공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다. 그리고 특히 이번 시즌에는 체인지업 비중을 24.5%까지 크게 늘리며 재미를 보고 있다(우타자 상대 27.3%).
유망주 시절부터 스쿠발의 체인지업은 스카우트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구종에 비하면 구위가 그리 일관되지는 않지만, 공 자체는 좋다는 이야기가 주였다. 실제로 프로에 갓 데뷔한 2020년, 간간히 던진 체인지업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피안타율 0.231).
스쿠발은 체인지업에 애정을 갖고 이를 다듬었다. 2021년 겨울, 그는 드라이브 라인으로 향했다. 새로운 체인지업 그립을 시도했고 랩소도와 엣저트로닉을 통해 자신의 피칭을 모니터링했다. 결과적으로 스쿠발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각종 팁이 적힌 본인의 노트와 함께 본인의 집인 애리조나로 돌아왔다. 오프시즌 간의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2021년 체인지업의 Whiff%는 50.0%에 달했으며 피안타율 또한 0.176에 불과했다.
< 사진 1 = 2023년 스쿠발 포심-체인지업 히트맵 >
< 사진 2 = 2021년 스쿠발 릴리스 포인트 >
< 사진 3 = 2023년 스쿠발 릴리스 포인트 >
< 사진 4 = 2023년 스쿠발 3D 피치 >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쿠발의 체인지업은 더욱 발전했다. 2021년에 비해 2마일가량 빨라졌으며 종무브먼트도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 중이다(평균 대비 2.5인치). 여기에 포심과 체인지업의 릴리스 포인트를 일치시켰고 두 구종의 로케이션 분리까지 이뤄내며 완벽한 터널링을 이뤄냈다.
위의 사진 3과 사진 4를 보면 거의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투구된 포심 (빨간 선)과 체인지업 (초록 선)은 포심 패스트볼의 Commit Point(타자가 스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까지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다. 체인지업의 Whiff%는 50.6%로 체인지업을 50타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3위를 기록했으며, 피wOBA 또한 0.205에 그쳤다.
위력적인 체인지업과 함께 포심의 성적도 좋아졌다. 이번 시즌 스쿠발의 포심은 리그 최고의 공 중 하나다. 포심의 피안타율은 0.206 피장타율은 0.299에 불과하며 Whiff%도 25.6%로 준수하다. 결과적으로 피홈런은 줄어들었고, 달라진 결정구와 함께 스쿠발은 수많은 삼진을 잡아내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다.
알을 깨고 나오다
AJ 힌치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스쿠발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가 내년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스쿠발 또한 이제 모든 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게임을 준비하는 데 있어 자신감이 생겼고, 클럽하우스, 코칭스태프, 팀원들 모두에게 만족하며 그러한 만족감을 통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필자 또한 힌치 감독과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스쿠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사실 이번 시즌의 성적도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상 복귀 직후인 7월만 해도 스쿠발은 우타자 상대로 체인지업 대신 포심(49%)과 슬라이더(22%)를 많이 던졌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7월 방어율은 4.57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스쿠발은 점차 체인지업 구사율을 높여갔고 9월에는 체인지업 구사율을 34.5%까지 높였다. 그리고 그가 9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기록한 방어율은 0.90에 불과했다. 그의 내년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아직 디트로이트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 먼 길을 함께할 에이스를 구했다는 것은 분명히 팀에 힘이 되는 일이다. 과연 디트로이트는 스쿠발과 함께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참고 =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민서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