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3시즌 리뷰] 키움 히어로즈 – 네번째 페이즈를 맞이하는 영웅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3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58승 83패 3무 (정규 10위)

 

‘아이언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마블 유니버스에는 페이즈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각 페이즈끼리는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으며 한 페이즈가 끝나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간다. 또한 각 페이즈의 시작마다 새로운 영웅들이 나타나거나 이전의 영웅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키움의 영웅들도 그렇다. 재정난으로 선수들을 트레이드했어야만 했던 첫 번째 페이즈. 박병호와 강정호 등을 중심으로 2014년 준우승을 기록했던 두 번째 페이즈. 그리고 김하성, 이정후로부터 시작해 2019, 2022시즌 준우승을 이끌었던 세 번째 페이즈가 존재했다. 그리고 2023시즌은 이 세 번째 페이즈의 마지막 장이다.

키움의 각 페이즈는 핵심 선수들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이택근, 장원삼의 첫 페이즈부터 이정후, 김혜성의 세 번째 페이즈까지가 그랬다. 그리고 키움의 다음 페이즈에도 새로운 핵심 선수가 나타나야 했다. 우승이라는 목표와 함께 제2의 이정후를 찾아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2023시즌, 그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준비는 좋았다

키움의 2023시즌 목표는 명확했다. 이정후의 KBO 마지막 시즌에 꼭 우승하자는 것. 그렇게 키움은 유례없는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이택근 이후 11년 만에 외부 FA인 원종현을 영입했으며 퓨처스 FA였던 이형종과 계약에도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효자 외인인 에릭 요키시와 재계약에 성공했으며 아리엘 후라도를 새로 영입하며 외인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그리고 멕시코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애디슨 러셀을 2020년에 이어 다시 데려왔다. 신준우, 김휘집으로는 불안했던 유격수 자리를 러셀로 해결하려는 행보였다.

물론 다음 페이즈를 위한 준비도 빼놓지 않았다. 방출 선수인 임창민, 변시원, 홍성민을 영입하며 투수 뎁스를 강화했다. 비록 내부 FA였던 한현희를 놓쳤지만, 보상선수로 2001년생 투수 이강준을 영입했고 주효상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하며 2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자연스럽게 미래의 자원들을 얻은 것이다.

< 2022~2023 오프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영입 명단 >

지난해 준우승팀이 알찬 보강을 하며 올해는 정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터졌다.

 

믿었던 영웅의 부진

0.266의 타율과 0.735의 OPS. 믿기지 않겠지만 이정후가 5월까지 기록한 성적이다. 이정후는 시즌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빠른 볼 대처에 유리한 타격 자세로 변화를 시도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바뀐 타격 자세로 빠른 볼을 정타로 만들며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들어가자 다른 모습을 보였다. 4월 0.218의 타율을 기록하며 개인 커리어 역사상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정후 히어로즈로 불렸을 만큼 키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났던 이정후가 흔들리자, 키움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잃었다.

믿었던 타자들의 부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3년 만에 돌아온 러셀과 중심 타선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한 이형종은 아름다운 한 달을 뒤로한 채 5월 들어 나란히 깊은 부진에 빠졌다. 결국 시즌 초 상위 타선에서 제 몫을 하는 선수는 김혜성 단 한 명뿐이었다.

갈 길이 급했던 키움은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을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하지만 역시 5월 한 달간 0.158의 초라한 타율을 기록하며 흔들리는 타선을 잡아주지 못했다. 결국 키움은 5월까지 21승 29패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으로 23시즌을 출발했다.

투수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6월 16일에는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가 내전근 파열로 웨이버 공시됐다. 사실상 이때 키움의 2023시즌은 끝났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이안 맥키니를 영입했지만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원종현마저 토미존 수술로 이탈하며 어려움을 더했다.

물론 아쉬움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정후는 과거의 편한 타격 자세으로 돌아오며 부활했다. 3할 타율을 회복했고 다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김혜성은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으로 상위 타선을 지켰다. 후라도는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키며외국인 1선발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러셀은 부진에 부상이 더해졌고 이원석은 반등하지 못했다. 여기에 또 다른 주전타자인 김휘집과 임지열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심지어 7월 23일에는 이정후가 수비 도중 왼쪽 발목 신전 지대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고자 했던 키움의 꿈은 무산되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다

여기서 키움은 선택해야 했다.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며 다음 시즌을 도모할지, 혹은 더욱 먼 미래를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키움은 그동안 KBO리그 팀들이 잘 보여주지 않았던 행보를 보여줬다. 즉시 전력감을 트레이드해 유망주들을 영입하는 것. 그렇게 키움은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선수들을 트레이드 블록에 올렸다.

트레이드의 주인공은 2024시즌 후 FA가 되는 최원태였다. 우승에 목말랐던 LG는 최원태를 얻는 대신 키움에 이주형과 김동규 그리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번 픽을 내줬다. 올 시즌 키움의 행보를 대표하는 트레이드였다.

이 트레이드를 기점으로 키움은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장재영 등 젊은 자원들을 자주 기용했고 팀의 승리보다 유망주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이주형은 붙박이 주전 중견수로 51경기 타율 0.330(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 30득점 3도루, OPS 0.911의 맹활약을 보이며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최하위, 하지만 어둡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반전 없이 최하위로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 2011년 이후 무려 12년 만의 꼴찌였다. 지난 11년간 9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키움의 2010년대는 화려했다. 그렇기에 올해 순위는 팬들에게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팀이건 10년 가까운 세월을 달리면 한 번쯤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4년 연속 통합 우승 이후 2016년부터 포스트시즌 1번 진출에 그쳤다. 주전들의 나이가 많아지거나 높아지는 몸값을 감당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키움의 2023년도 마찬가지다.

2024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을 얻는 김혜성도 내년이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지난 10년간 키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팀을 떠난다. 자칫하면 오랜 암흑기를 겪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흐름에서 키움은 자신의 운명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더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벌써부터 희망을 보았다. 이주형이라는 차기 팀의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재목을 발견했으며 김휘집, 김동헌 등 주요 포지션에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표 2 = 키움의 미래로 여기는 세 선수의 주요 기록 >

문제는 투수진이다. 안우진이 시즌 막판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에이스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여기에 최원태까지 잃은 키움의 선발진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다.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장재영은 여전히 불안한 제구(71⅔이닝 66볼넷)를 보인다.

그래서 키움은 두 개의 1라운드 드래프트 픽으로 전준표와 김윤하, 모두 투수를 선택했다. 이 외에 LG에서 트레이드로 온 김동규도 내년 선발 자원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성장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내년 시즌에 많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우진이 돌아오는 2026시즌까지 키움의 투수진은 리빌딩이 진행될 것이다.

키움의 리빌딩이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키움은 그 어떤 팀보다 먼 미래를 잘 준비해 왔다. 히어로즈 역사의 네 번째 페이즈는 이제 시작이다. 메이저리거 사관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스타 플레이어를 육성했던 키움은 과연 어떤 새 영웅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참고 = STATIZ

야구공작소 이재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유은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백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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