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요나단 페라자(Yonathan Jesus Perlaza), 한화 이글스

1998년 11월 10일생 (만 25세)

외야수, 우투양타, 175cm 77kg

계약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올해 한화 이글스 타선에는 리그 최고의 타자가 있었다. 131경기에 나서 wRC+ 159.3(리그 1위)을 기록한 노시환이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타자를 보유했음에도 한화의 팀 wRC+는 작년(89.7)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90.7). 정은원, 김인환 등 기존에 좋은 활약을 보이던 국내 선수들의 성적도 아쉬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타자였다.

지난 시즌 팀 wRC+ 1위(126.8), 야수 sWAR* 1위(4.98)를 기록한 마이크 터크먼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데려왔다. 그러나 오그레디는 OPS 0.337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외국인 잔혹사의 한 부분으로 남았다. 대체 선수 닉 윌리엄스도 아쉬웠다. 시즌 말미로 갈수록 살아나는 듯했으나 결국 OPS 0.678을 기록했다. 재계약을 하기에는 부족한 성적이다.

한화는 시즌 이후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발표했다. 빅리그 경험이 있던 앞선 두 선수와 다르게, 올해 트리플 A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한 25살의 유망주 요나단 페라자가 그 주인공이다.

 

배경

페라자는 2015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야구선수 커리어를 시작했다. 계약 당시에는 유격수였지만, 페라자는 이후 여러 포지션을 전전했다. 루키리그에서는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모두 소화했고 싱글A부터 코너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타격은 어땠을까? 루키리그에서 첫 2년간은 그리 두각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3년 차였던 2018년 50경기에서 타율 0.317 기록하며 활약했고, 이후에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이너리그가 재개된 2021년, 99경기에서 OPS 0.829를 기록했다. 방점을 찍은 건 바로 2023시즌. 트리플A 첫 시즌임에도 리그 평균(0.794)보다 훨씬 높은 OPS(0.924)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시즌 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마이너리그 FA 선수 TOP 5’에 선정되기도 했다(링크).

하지만 떨어지는 수비력으로 인해 결국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오르지 못했고, 페라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링크).

 

스카우팅 리포트

페라자는 덩치가 작다. 175cm에 불과한 키는 웬만한 한국 선수들보다 작은 수준이며, 몸무게도 77kg으로 많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파워는 대단하다. 3년 전 하이 싱글A 때부터 매년 0.2 혹은 그 이상의 순장타율(IsoP)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장타율은 0.534에 이른다.

< 요나단 페라자 홈/원정 스플릿 성적 >

홈런 생산 능력도 우수하다. 올해 페라자가 뛴 트리플A IL 리그의 HR%가 3.19%였던 반면, 그의 기록은 4.23%로 리그 평균보다 높았다. 물론 아이오와 컵스의 홈구장인 프린시펄 파크는 지난 2년간 홈런 파크팩터가 116(리그 평균 100)에 이르는 등 상대적으로 타고투저 구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페라자의 홈/원정 장타율이 큰 차이가 없으며 홈런 생산 능력 또한 비슷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선구안 또한 출중하다. 올해 11월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작성된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패스트볼에는 강점을 가졌지만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에 약점을 보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타석에서 참을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는 기록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K%는 리그 평균(22.7%)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BB%가 14%에 이르는 등 많은 볼넷을 골라냈다. 순출루율도 0.105로 훌륭했다.

 <요나단 페라자 투수 유형별 스플릿 성적 >

페라자가 정말 좋은 선수인 또 다른 이유는 투수 유형과 관계없는 타격 성적에 있다. 데뷔 첫 시즌부터 스위치히터로 뛰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몇몇 선수들은 스위치히터임에도 특정 유형의 투수에게 약점을 보이지만, 페라자는 스플릿 성적에서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시즌도 좌투 상대로 OPS 0.988, 우투 상대로 0.898을 기록했다. 우투 상대로 타율이 7푼 정도 떨어졌지만, 볼넷을 많이 골라내며 이러한 부분을 극복해 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뜬공보다 땅볼 타구가 많고, 이와 더불어 당겨친 타구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번 시즌부터 수비 시프트가 금지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수비 시프트가 가능하다. 좌타자 상대 수비 시프트 돌파는 페라자의 숙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와 주루는 타격에 비해 모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좌익수와 주자로서는 평균 이하의 선수라고 한다. 다만 주루는 한국에서 생각보다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작년과 올해 모두 두 자릿수 도루에 성공했고(15개/13개) 성공률도 71.7%로 나쁘지 않았다. 또한 다음 시즌부터는 KBO도 미국을 따라 피치클락을 도입하는 만큼, 주자로서의 활약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전망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카일 글레이저는 페라자를 ‘메이저리그 백업 수준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마이너리그를 뜨겁게 달군 페라자의 방망이는 그 어떤 선수보다 기대감을 품게 한다.

페라자는 정말 좋은 선수다. 타격 능력은 확실하며, 특히 한화가 원하는 장타력에 뚜렷한 강점을 가진 선수다.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타고 구장도, 투고 구장도 아닌 중립구장에 해당되는 만큼 홈런 또한 충분히 때려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수비 또한 그리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다. 최인호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좌익수에 자리를 잡았고 24시즌 지명타자 포지션 독식이 예정된 선수도 없는 만큼 지명타자로도 충분히 활약이 가능하다.

페라자는 며칠 전 베네수엘라의 스포츠 매거진인 ‘Lider en Deportes’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여전히 꿈꾼다고 말했다. 메릴 켈리를 시작으로, 브룩스 레일리, 다린 러프 등 수많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을 거쳐 다시 빅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글 서두에서 언급한 한화의 전 외국인타자 터크먼의 경우, 올해 빅리그에서 108경기에 나서며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과연 페라자는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이번 시즌, 그의 방망이를 기대해 보자.

 

참고 = 스탯티즈, Fangrphas, Baseball America,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곽찬현,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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