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람비오, 그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 사진 출처 = 뉴욕 양키스 공식 트위터 >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게 진행된 이번 시즌이지만, 벌써 신기한 구종들이 많이 데뷔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브렌트 하니웰은 스크루볼을 던지고 있고, 일본에서 메츠로 넘어온 게 센가 코다이 선수는 고스트 포크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신기한 구종들 사이에서 슬람비오라는 또 다들 이름의 공이 던져지고 있었다. 뉴욕 양키스의 이안 해밀턴이 던지는 구종은 공식적으로는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그리고 싱커이다. 이 슬라이더는 슬라이더라고 불리지 않는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이 구종을 ‘슬람비오’라고 불렀다. 슬라이더와 스페인어로 체인지업 혹은 변화를 뜻하는 ‘cambio’를 합쳐서 나온 단어이다.

해밀턴은 화이트 삭스로 입단해서 18년도에 잠시 메이저리그를 밟은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2019년 트리플 A 경기 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6월 4일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해바라기씨를 먹기 위해 잠시 고개를 숙인 사이 파울 공에 맞았다. 그대로 이 타구로 인하여 안면 골절을 당한 해밀턴은 그대로 2019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해밀턴은 여러 팀을 전전했다. 화이트 삭스에서 DFA 된 해밀턴은 그 이후 잠시 시애틀 매리너스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조금씩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 트리플 A에서 2021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2022시즌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의 샌디 리온 선수와 트레이드되면서 2022시즌을 클리블랜드에서 마무리한 해밀턴은 FA가 돼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양키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이 기간에 그레이프프루트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4월 3일 콜업됐다.

< 해밀턴의 2023시즌 성적 >

이번 시즌 많은 경기를 출전한 것은 아니다. 부상까지 겹치며 16경기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 슬람비오는 이미 애런 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동안 연습했던 게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올라가면서, 양키스 불펜의 핵심이었다.

< 슬람비오의 2023시즌 성적 >

 

슬람비오의 특징

이 슬람비오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리고 베이스볼 서번트 상 슬라이더로 구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장 두드러지는 특이점은 이 슬람비오 자체의 특징이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그 사이에 있다는 이유가 보인다. 바로 회전수다. 메이저리그 최근 3년간 슬라이더(스위퍼 제외)의 평균 회전수는 2,400회 정도이다. 보통의 브레이킹볼처럼 높은 회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슬람비오는 2023시즌 1,522회의 평균 회전수를 보여주고 있다. 똑같이 최근 3년간 체인지업의 평균 회전수를 보았을 때, 평균 회전수는 1,750회 정도였다. 오히려 체인지업에 가까운 회전수를 보여주고 있다.

무브먼트를 보았을 때, 슬람비오는 비슷한 구속을 보여주는 슬라이더들에 비해서 상하/좌우 무브먼트가 작다. 무브먼트가 특이한 구종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신기해 보인다.

상대 타자가 봤을 때도 당황할 법한 투구다. 필라델피아의 카일 슈와버는 “슬라이더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립은 체인지업 같아서 그래요. 무브먼트는 슬라이더인 건 맞아요. 좋은 구종이에요.”라고 평가했다.

사실 해밀턴은 슬람비오를 계속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줄곧 던졌다. 그립은 체인지업으로 잡지만, 의도하는 무브먼트는 슬라이더. 하지만 그립이 특이하다는 이유로 프로에서는 바꾸거나 버리는 것을 추천했다.

양키스는 달랐다. 그 특별함을 존중해 줬다. 애런 분 감독은 “뭔가 독특한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런 구종이 있으면 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게 봤고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공을 정말 잘 던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자신감을 얻길 바랄 뿐이죠”라고 했다.

< 해밀턴의 슬람비오 무브먼트와 그립 >

 

비슷한 구종은 없을까?

슬람비오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을까? 비슷하다면 얼마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공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최근접 이웃법(Nearest Neighbor Model)을 이용해서 투수들의 구종에 대한 유사도를 봤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하나의 구종을 중심으로 하여 거리가 가까운 다른 데이터를 분류한다. 분류할 때 사용한 변수를 기반으로 얼마나 근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방식은 k-평균과 같은 클러스터링 및 분류 알고리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거리 계산을 통해 가장 가까운 구종 세 개를 얻기 위해 사용해 봤다.

사용한 데이터는 2023시즌 5월 26일까지의 베이스볼 서번트 데이터를 이용했다. 선수들의 구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회전수, 구속, 그리고 상하 무브먼트, 좌우 무브먼트, 그리고 회전축을 사용했다. 이런 변수들은 모두 스케일과 척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들이 데이터 간 거리를 왜곡하지 않도록 스케일 조정을 해줬다(스탠다드 스케일 적용).

이 과정을 거친 후, 파이썬 패키지를 사용해 최근접 이웃법을 적용해 봤다. 이 과정을 거쳐 얻고자 한 가장 가까운 구종 3가지와 각 구종간의 거리를 추출했다. 과연 2023시즌 던져진 구종들은 서로 비슷할지, 특히 슬람비오와 비슷한 구종이 있을지 알아보았다. 

이 슬람비오는 2023시즌 현재까지 던져진 공 중에서 5번째로 특이한 구종이다. 슬라이더의 무브먼트, 하지만 회전은 오히려 체인지업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쉽게 비슷한 공을 던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가장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조시아 그레이도 평균적인 슬라이더에 가까운 회전수를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해밀턴의 슬람비오의 회전은 체인지업에 유사하다. 두 번째로 가까운 구종으로 드류 버헤이겐의 체인지업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 해밀턴 슬라이더와 가장 비슷한 선수 및 구종 3가지 >

슬람비오라 불리는 이 구종을 던지는 투수가 해밀턴 혼자만은 아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투수 호세 르클럭 역시 슬람비오를 던진다. 해밀턴의 슬람비오와의 차이를 크게 두고 보면 르클럭의 슬람비오는 전통적인 슬라이더에 비슷한 회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이 부분이 비슷한 구종을 찾을 때 비슷한 슬라이더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호투하던 해밀턴은 지난 5월 17일 사타구니 부상으로 15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6월 29일 복귀한 해밀턴은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주었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를 병살로 잡은 후 마지막 타자도 뜬공으로 마무리했다. 아웃카운트를 올릴 때 결정구는 모두 본인의 주무기 슬람비오였다.

 

참고 = Baseballsavant, MLB.com, Theathletic, Fangraphs

야구공작소 안세훈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동민, 전언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