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닉 윌리엄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

닉 윌리엄스 (Billy Nicholas Williams), 한화 이글스

1993년 9월 8일생 (만 29세)

외야수 우투좌타, 190cm 98kg

ML 294경기 836타수 210안타 31홈런 110타점 타율 0.251 OPS 0.727

2023시즌 멕시코리그 44경기 181타수 55안타 9홈런 28타점 타율 0.304 OPS 0.909

총액 4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68경기 27승 4무 37패). 리빌딩을 천명한 지난 2년보다 승률은 높지만, 긴 암흑기를 겪고 있는 구단과 팬은 더 높은 곳을 원한다.

야심 차게 데려온 외인 타자 오그레디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교체 수순을 밟았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FA 채은성을 데려오며 올 시즌 비상하려는 구단의 의지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벌써 시즌의 절반이 다가오는 만큼 신중하지만, 빠른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6월이 끝나가는 지금, 한화는 채은성과 노시환을 지원해 줄 새로운 외인타자로 외야수 닉 윌리엄스를 낙점했다.

< 닉 윌리엄스. 사진 출처 = flickr : Bryan Green >

 

배경

윌리엄스는 201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93번으로 텍사스에 지명됐다(계약금 50만 달러). 입단 후 꾸준히 승격을 거듭하며 3년 차인 2015년 AA에서 보여준 좋은 성적으로 팀 내 4위 유망주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는 윈나우를 달리던 팀. 결국 트레이드 마감 기한 직전 필라델피아와의 6:2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푸른 유니폼에서 붉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다. 잔여 시즌을 마친 뒤 ML 전체 27위 유망주라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6년 AAA에서의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타율 0.258 13홈런 OPS 0.714). 설상가상으로 당시 팀의 감독 데이브 브런디지와 경기 출전 시간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피트 맥케닌 필리스 감독이 재빠르게 윌리엄스를 두둔했고, 부진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시즌 후 40인 로스터에 등록되며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다행히 2017시즌 반등에 성공하며 6월 30일에 콜업, 데뷔전을 치렀다(3타수 1안타 1삼진).

이후 남은 시즌을 끝까지 소화하며 83경기 0.288 12홈런 OPS 0.811의 좋은 성적으로 MLB 데뷔 첫해를 마무리했다. 이듬해에도 타율 0.256 17홈런 OPS 0.749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전성기라 볼 수 있는 시점은 여기까지였다.

2019시즌 리그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 38.4%의 삼진율(당시 리그 평균 18.2%)을 기록하며 컨택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전부터 지적받던 너무 많은 삼진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결국 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며 앞선 2년과 대비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친 2020년 신시내티와 계약을 맺었지만,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202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맺었으나 1년을 쉰 여파 때문인지 AAA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더 길었다(ML 4경기 OPS 0.231).

이후 미국 무대에서는 더 이상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대신 멕시코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22~23시즌 128경기 타율 0.346 38홈런 100타점 OPS 1.079). 그리고 후술할 약간의 의구심과 함께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 2017년 당시 윌리엄스의 20-80 스케일 평가1 >

유망주 시절 윌리엄스는 2라운드에 뽑힐 만한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60야드를 6.5초(100m로 환산 시 약 11.8초)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를 필두로 좋은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보완점도 확실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불안한 컨택, 심한 기복과 더불어 탁월한 운동능력이 경기 내에서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술보다는 본인의 신체 능력이 더 돋보이는, 이른바 ‘툴 가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기록한 2015년을 기점으로 삼진은 많지만, 코너 외야 수비가 가능하며 평균 이상의 파워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꾸준히 생산해 내는 유형의 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타격

참 얄궂게도 윌리엄스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비교 대상이 전임자 오그레디다. 당연히 커리어 자체로는 비교하기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유망주 시절 평가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 2020년 당시 오그레디의 20-80 스케일 평가 >

오히려 파워에 대한 평가는 오그레디 쪽이 조금 더 좋았다. 물론 향후 성장 가능성까지 포함한 FV(Future Value, 미래 가치)는 오그레디가 35, 윌리엄스가 45로 상위라운더였던 윌리엄스 쪽이 높았다(오그레디는 8라운드)

 

두 선수의 프로필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좋은 운동능력을 가진 코너 외야수
  2. 많은 삼진과 함께 평균 이상의 파워를 가진 당겨치는 성향의 좌타자
  3. 운동능력(파워/스피드)이 성적으로 잘 이어지지 못하는 케이스.

윌리엄스의 컨택이 무너지기 시작한 2019시즌 당겨친 타구의 비율은 44.4%에 달했다. 전임자처럼 초반 연착륙에 실패해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 놓일 경우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 윌리엄스의 통산 Plate Discipline >

또 하나의 문제점은 너무 많은 삼진이다. 거포들에 홈런은 세금이지만, 성실하게 납부한 세금에 비해 홈런 숫자는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현재 KBO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삼진율이 30%가 넘어가는 선수는 단 한 명, 오재일이다. 올 시즌 그가 커리어에 비해 얼마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단순히 간과하기엔 너무 높은 수치다.

지난 2년간 조금 나아진 모습(500타수 104삼진 K% 20.8)을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올 시즌 OPS 0.9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가 35명, 1.0이 넘는 선수도 12명이나 있는 멕시코 리그에서 얘기다.

현재 KBO리그에서 OPS 0.9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는 최정, 박동원, 노시환, 에레디아, 양의지 단 5명뿐이다. 당장 이 정도 성적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겠지만 비교대상의 성적 변화폭을 고려했을 때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수비 및 주루

유망주 시절에는 좋은 운동능력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했지만, 타격에서의 재능이 더 높았기에 커리어 대부분을 코너 외야수로 보냈다. 따라서 한화에서는 전임자가 주로 뛰었던 좌익수를 그대로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KBO리그와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윌리엄스가 ML 무대에서 보여준 수비에서 모습은 매우 아쉬웠다. 심지어 전성기를 보낸 2017~18 2년간의 수비 지표 또한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17시즌 484.2이닝 DRS : -9 (NL 우익수 중 최하위)

2018시즌 766.2이닝 DRS : -11 (500이닝 이상 우익수 29명 중 26위)

타격이 우선되는 외인타자 영입이기에 수비력은 뒷전일 수 있다. 하지만 중견수 문현빈의 경험이 많지 않고 우익수 채은성 또한 뛰어난 수비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화의 외야 수비 불안은 꽤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19시즌 기준으로 ML 상위 30%에 해당하는 초당 27.8피트의 주력 또한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평균 이상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빠른 발에 비해 도루 시도 횟수와 주루센스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위 7%에 해당하는 초당 29.1피트의 주력을 뽐냈던 데뷔 시즌도 도루 1개에 그쳤고 통산 도루도 4개에 불과하다. 주루 도중 가끔 집중력을 잃어버린다는 평가도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다.

 

에디슨 러셀과의 비교?

윌리엄스의 커리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을 수 있겠다.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지만 결국 기대만큼 꽃피우지 못하고 멕시코리그를 거쳐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야수

그리고 우리는 비슷한 커리어를 지닌 선수를 이미 알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이다. 물론 두 선수의 커리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러셀에게 매우 실례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최근 2~3년간 극 타고투저 성향을 보이는 리그를 거쳐오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였고 이제는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경쟁자가 되었다. 심지어 멕시코에서의 성적은 러셀도 윌리엄스 못지않았다(146경기 타율 0.376 179안타 32홈런 116타점).

러셀은 올 시즌 성적은 많이 부진한 것도, 만족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비슷한 행보를 보인 러셀과 윌리엄스가 KBO에서도 흡사한 성적을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요소 중 하나다.

 

전망

쌓은 커리어가 조금 더 좋을 뿐, 오그레디와 비슷한 문제점+불안점을 공유하는 유형의 타자라고 생각한다. 진작에 리빌딩을 선언했고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한화 라인업에서 잘 풀린다면 ‘폭발력’을 담당해 줄 능력은 충분하다.

올 시즌 한화는 채은성-노시환이라는 중심타선을 견고하게 구축했다. 지난 시즌 상위타선에서 안정적인 출루를 책임져 준 터크먼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어쨌든 한화는 교체라는 도박을 단행했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올 시즌 페냐-산체스의 외인투수 듀오는 본인들의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은 구성의 한 자리를 쥐고 있는 윌리엄스가 남은 시즌 한화의 키다. 도박은 원래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다. 비슷한 패를 두 번 던진 한화의 도박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참고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Milb.com, Phillies.com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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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w power = 선수의 체격, 근육량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전반적인 근력, game power = 본인의 근력을 공에 싣는 능력. 소위 말하는 장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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