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발사각이 중요해?

(사진출처: MLB.com)

타구 발사각이 중요해?

2015년 MLB의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타구나 투구를 추적하는 측정 장비를 통해 수집된 트래킹 데이터가 팬들에게 보다 폭넓게 제공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구단은 물론이고 일부 팬들은 타구 속도와 타구 발사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구질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양질의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은 타자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어 기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22시즌 MLB 기준 타구 속도별 평균 기대 타율)

타구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핵심이 된 이론 중 하나는 ‘빠른 타구의 중요성’이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타구의 위력은 강해지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빠른 타구 속도를 생산하는 능력이 강조되었고, 실제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타자 중에는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질의 타구를 생산하기 위해서 아무리 빠른 타구를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이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빠른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시해진다.

이 글에서는 타구 발사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선수 기량 판단의 지표로써 타구 발사각을 활용할 때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은?

앞서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빠른 타구 속도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이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발사각은 어느 범위에서 형성될까?

 (그림 A. 타구 속도 및 발사각 기반 기대 타율)

(그림 B. 타구 발사각별 타율 및 wOBA)

위의 그림 A는 타구 속도와 타구 발사각에 따른 기대 타율을 나타낸 것이고 그림 B는 타구 발사각별 타율과 wOBA(가중 출루율)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두 그림을 통해 좋은 타격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의 범위는 10도~30도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그림 A를 통해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 범위 내에 속하는 타구라 하더라도 타구 속도에 따라 기대 타율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타구질을 평가할 때 타구 발사각과 타구 속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발사각이 5도~15도인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높은 타구 발사각 범위를 중심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타구 발사각을 조정할 수 있을까?

리그를 막론하고 전력분석에 있어 타구와 관련된 트래킹 데이터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타격 방식의 변화를 통해 타구 발사각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는 2021년 초 인터뷰에서, 스윙 궤적의 변화를 통해 낮은 타구 발사각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빠른 타구 속도를 생산해낼 수 있는 파워를 갖춘 한동희는 낮은 타구 발사각 때문에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러한 판단을 했다.

타구 발사각 조정의 목적은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에 가까운 타구를 일정하게 생산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타구 발사각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를 위해서는 타자의 능력으로 일관된 타구 발사각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전제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타구질을 구성하는 두 요소인 타구 속도와 타구 발사각 중 평균에 가까운 값을 일관성 있게 기록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변동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의 개념을 활용해 비교하고자 한다. 변동계수는 표준편차/평균값의 공식을 통해 산출되며 측정 단위가 다른 두 데이터가 각각의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타구 속도 및 타구 발사각 분포 비교(2022 MLB 100타석 이상))

위의 표는 2022년 MLB 시즌 100타석 이상 타자들의 타구 속도와 타구 발사각의 평균, 표준편차, 변동계수를 비교하였다. 위의 결과에 따르면 개별 타자들의 타구 발사각 변동계수가 타구 속도의 변동계수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결과를 통해 일관된 타구 발사각을 형성하는 것이 일관된 타구 속도를 형성하는 것보다 어려운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LB 2021시즌과 2022시즌의 타구 발사각 관련 지표별 시즌 간 상관계수(200타석 이상))

또한 시즌 간 지표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시즌 간 상관계수(2021년과 2022년)가 평균 타구 발사각은 0.788, 타구의 성향을 나타내는 땅볼/뜬공 비율은 0.741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고려했을 때, 개별 타자의 타구 발사각과 관련된 지표는 이전 시즌과 다음 시즌 간의 높은 연관성을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타자의 평균적인 타구 발사각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동희 시즌별 뜬공/땅볼 비율 변화)

실제로, 앞서 언급했던 한동희의 인터뷰와 같이 한동희는 2021시즌을 앞두고 타구 발사각을 조정하여 뜬공 비율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뜬공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못한 부분을 볼 때, 의도한 만큼의 타구 발사각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타구 발사각은 타자의 타격 메커니즘에서 비롯되는 특성일 가능성이 높고 타구 발사각을 단기간에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평균 타구 발사각의 함정

일부 야구 통계 사이트에서는 개별 선수의 타구 발사각에 대한 지표를 평균 타구 발사각 형태로 제공한다. 따라서 일부 팬들은 이상적인 평균 타구 발사각을 가진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 타구 발사각이라는 지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평균의 함정을 하나의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가상의 두 타자 A와 B가 있다. 두 타자는 각각 동일한 타격 횟수를 통해 리그 평균 타구 속도인 시속 88마일의 타구를 일정하게 생산했고 평균 타구 발사각 15도를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거기에 더해 타자 A는 100개의 타구 중 발사각 0도 타구를 50개, 30도 타구를 50개 쳐서 평균 타구 발사각 15도를 기록했고, 타자 B는 100개의 타구 모두 발사각 15도의 타구를 쳐서 평균 타구 발사각 15도를 기록했다고 하자.

(가상의 타자 A,B의 타격 결과)

두 타자의 타격 결과를 위의 표와 같이 요약해 볼 때, 두 타자는 88 MPH(약 141km/h)의 타구를 일정하게 생산했고 평균 타구 발사각이 15도로 동일했다. 따라서 평균 타구 속도와 평균 타구 발사각이라는 지표를 통해 선수 기량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두 타자의 타격 성적도 비슷하게 기록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타자 A의 예상 타구 분포도)

(타자 B의 예상 타구 분포도)

하지만 타자 A와 타자 B의 타격 성적은 극명하게 갈렸다. 위의 예상 타구 분포도를 바탕으로 각 타자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타율을 대략 계산해 보면 타자 A는 2할에 채 못 미치는, 타자 B는 9할이 넘는 타율이 예상된다.

두 선수의 개별 타구 발사각 데이터 분포가 달랐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평균 타구 발사각은 15도로 동일했음에도 타격 성적의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평균 타구 발사각이라는 지표로 선수의 기량을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평균의 함정을 보완하기 위해 타구 발사각의 분포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 등의 지표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무리

앞서 타구질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타구 발사각에 대한 여러 가지 소주제를 다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타격 결과 데이터에 기반한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은 10도~30도 사이로 나타났다. 이때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의 범위는 타구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 개별 타자의 타구 발사각은 쉽게 제어하기 힘든 타자의 고유 속성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인위적인 타구 발사각 조정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셋째, 타구 발사각과 관련된 대표적인 지표인 평균 타구 발사각을 참고하면서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자칫 정확한 판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일반 팬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타구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평가나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타구 트래킹 데이터를 분석할 때 타구 발사각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을 인지하고 분석에 활용한다면 더욱 가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참고 = Baseball Savant, FanGraphs, 스탯티즈

야구공작소 김경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주현,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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