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유감(有感)]그들의 여죄

과거에는 야구선수들의 사생활 이야기를 좋아했다. 유명한 선수들의 일화나 평소 성격 등을 듣는 게 재밌었고, 사실 지금도 재밌다. 그러나 요즘에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줄이고 있다.

선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록 선수들의 좋지 않은 점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전처럼 선수들을 편한 마음으로 응원하기가 어려웠다. 프로야구를 보는 목적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게 아닌 다음에야 사소한 것들은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었다.

 

이해충돌

어떤 대상의 팬이 되는 데 있어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대상에 대한 조건 없는 호감을 가지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A팀을 좋아해도 A팀의 패배에 돈을 걸어 놓고 A팀의 승리를 기원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승리 기원에 성공(?)하더라도, 패배에 배팅한 다음에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A팀 감독으로 내가 인간적으로 무척 싫어하는 사람인 B가 온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B가 ‘부모님의 원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런 경우 A팀이 잘 되길 바라지만, 그러면 내가 절대 좋아할 수 없는 B의 커리어도 좋아진다는 점에서 심리적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프로야구선수라면 가능한 한 팬들에게 이해충돌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즉 팬들이 선수와 팀에게 인간적인 거부감은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야구라는 판타지에 몰입하려는데 그 외적인 문제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

내가 생각하는 그 최소한의 선은 국가에서 ‘범죄’로 정해 놓은 행동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저런 사생활이나 경기장 내부에서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범죄자를 응원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죄

올해 들어 많은 선수가 학교 폭력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유성, 안우진, 이영하 등이 떠오른다. 물론 이들의 가장 큰 죄는 물론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들이 프로야구에 미친 또 다른 죄는, 팬들에게 이해충돌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김유성의 지명에 두산 팬들은 트럭 시위를 했다. 앞으로 김유성의 등판마다 응원을 주저하게 되는 두산 팬들도 생길 것이다. 안우진 역시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올해는 WBC 선발과 관련해 야구 외적인 소모적인 논쟁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팬들이 ‘야구’에 몰입하지 못하게 한다.

여느 인구 집단에서나 마찬가지로 프로야구선수라는 집단에도 일정한 비율로 범죄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리그 입장에서야 리그에 범죄자가 없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내칠 수는 없다. 중범죄자인 경우는 리그에서 그들을 내치는 게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범죄자를 모두 내쫓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 그런다고 범죄가 근절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범죄를 저지른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는 ‘돈과 지위는 허락하되 명예는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리그가 정한 징계를 모두 소화한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열심히 야구 경기를 해서 야구선수로서의 지위와 부를 누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대신 이들에게 리그를 대표하거나 국가를 대표할 명예, 그리고 그에 따른 군 면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리그가 해야 할 일이다. 여죄에 대한 벌인 셈이다. ‘클린 베이스볼’을 리그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면 더더욱 그렇다.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홍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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