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C 다이노스 제공)
2020년 가을, NC 다이노스(이하 NC)는 창단 9년 만에 리그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게 된다. 정규 시즌 7번째 경기 이후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은 압도적 우승이었다. NC는 2021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도 큰 전력의 누수가 없었고, “NEVER STOP”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새로운 왕조 건설을 예고했다. 하지만 2020시즌 가을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21시즌,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고참급 주전 야수 4명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팀의 분위기가 흔들렸고 이는 곧 팀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중 무엇보다 NC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 에이스 선발 구창모의 부재였다.
순탄치 않았던 재활 과정
2020시즌 전반기에 9승 0패 평균자책점 1.55과 sWAR 4.32를 기록하며 NC의 질주를 이끌었던 구창모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시즌 중반 왼팔 전완부에 피로골절 증상이 발견되어 후반기 경기 대부분에 출장하지 못했다. 구창모는 시즌 막바지 2경기와 한국시리즈 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 13이닝 동안 2자책점의 성적으로 팀의 첫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구창모 부상 재활 타임라인)
구창모는 부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위의 재활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듯이, 재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21년에는 청백전 등판까지 마치고 실전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피로골절 부상이 재발하여 수술대에 올랐고, 2022 시즌을 앞둔 스프링 캠프에서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불운이 겹쳐 당초 예상했던 시점보다 복귀가 늦어졌다.
“(재활기간 동안) 야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나와서 움직이는 것도 없고 치료와 간단한 운동하고 오히려 저에게는 그런 게 더 힘들었던 것 같고, 계속 야구장에 출근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야구하는 걸 보니까 야구는 하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주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구창모 (구단 공식 유튜브 인터뷰에서)-
운동선수에게 부상 재활 기간은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다. 구창모는 복귀를 눈앞에 두고 번번이 복귀가 좌절되면서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오랜 재활 기간을 이겨내고 결국 그가 있어야 할 마운드로 다시 돌아왔다.
“구”가 돌아왔다.
흥분으로 가득 차
이 도시에 나 외칠 거야
“드디어 내가 여 왔다”
창모(래퍼) – Meteor 중에서
구창모는 2022년 5월 11일 상무와의 2군 경기를 시작으로 실전 등판에 돌입했다. 이후 2군에서 2경기를 소화하고 5월 28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1군 복귀 경기를 가졌다. 5.1이닝 동안 80구를 던져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후 경기에서 점차 투구 수를 늘려나가면서 “건강한” 구창모의 모습을 보여줬다.
(2022시즌 구창모 주요 성적)
구창모는 부상 복귀 이후 19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11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또한 2020시즌 전반기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3.98의 sWAR(NC 투수 중 2위)을 기록했고, 루친스키(sWAR 4.40)와 함께 올 시즌 NC 선발진의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구종별 평균구속 변화(km/h))
부상에서 복귀한 구창모의 변화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평균 구속의 증가다. 실전 기록이 없었던 2021시즌을 제외하고, 2020시즌과 올해를 비교했을 때 모든 구종에 걸쳐 평균 구속이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투구에 있어 중요한 부위인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부상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구창모에게 평균 구속의 증가는 부상으로 인한 기량 저하의 우려를 떨쳐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구창모 투구 주요 지표 변화)
세부적인 투구 지표 측면에서는 2020시즌에 조금은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2020시즌의 구창모는 리그 MVP 급의 성적을 올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시즌 구창모의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
NC는 올해 시즌 초반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투타 모두에서 부진이 이어졌고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 합류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최하위로 내려갔다. 지난 5월 11일에는 2년 전 NC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이동욱 감독이 9승 24패의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안고 시즌 중에 물러났다. 이후 NC는 강인권 감독대행 체제로 분위기 쇄신을 통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5월이 지나도록 그럴 만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시즌 초반 루친스키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이 제 역할을 못 해줬다. 그러던 가운데 급기야 5월 14일, 외국인 선발 파슨스가 허리 부상으로 1군 말소되었다. 구창모가 복귀하기 전까지 NC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9위에 해당하는 4.38을 기록하고 있었다.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구창모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는 NC에 큰 힘이 되었다.
(2022시즌 NC다이노스 월별 승률 변동 추이)
NC는 6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구창모가 있었다. 구창모는 6월 한 달간 5번의 선발 등판에서 29이닝 동안 3승 1패 평균자책점 1.24를 기록하며 순위 경쟁에서 최하위를 달리던 NC가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NC는 5월 이후 5할 이상의 월별 승률을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키워갔지만, 5위 기아와의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NC의 반등은 의미가 있다. 반등의 과정에 있었던 구창모의 건재함과 김주원, 오영수, 김시훈 등 핵심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NC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아나운서 :올 시즌 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할 수 있을까요?
구창모 :앞으로 매 경기 나가면서 행복하게 해 드려야죠.
(부상 복귀 경기(5월 28일) 수훈선수 인터뷰 중에서)
“엔구행”은 “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의 줄임말로 구창모의 대표적인 별명이다.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구창모의 활약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 NC는 물론이고 내년 봄 WBC에서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국가대표 좌완 투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참고 = 스탯티즈, KBO
야구공작소 김경욱 칼럼니스트
에디터 박기태 홍기훈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