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등록일수 공개와 그다음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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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KBO가 공식 홈페이지에 한 업그레이드가 있다. 이는 선수별 페이지에 ‘등록일수’를 공개한 것이다(링크).

물론 등록일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야구팬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야구를 다양하게 즐기려는 팬,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팬에게는 이번 개정은 일종의 축제다. 이전까지 어느 선수의 FA 자격 여부는 KBO가 공시하기 전에는 ‘추정’에 가까웠다. 팬들은 커뮤니티에 ‘제가 계산해 본 결과’ ‘제가 볼 때’ 등등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야구 관련 소식을 생업으로 다루는 기자들 또한 꼭 KBO에 문의해 확인이 되어야 기사 작성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다르다. ‘A 선수가 언제 FA일까?’ ‘B 선수가 내년에 FA가 된다면’ 등 막연한 관심은 공개된 등록일수를 통해 근거가 잡힌 담론으로 발전한다. 담론은 다시 그것을 접한 사람들의 관심을 낳는다. ‘팬들의 관심’이라는 야구계의 과제에 대해 등록일수 공개가 명쾌한 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답이 100점짜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KBO리그는 FA 자격 취득에 정규시즌 등록일수 외에도 개입하는 다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1포인트가 등록일수 1일에 상응하는 ‘국가대표 포상 포인트제’(이후 ‘국대 포인트제’로 축약)다. 이는 KBO 야구규약 >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 제12조[포상금 및 보상] > 제2항과 3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KBO 야구규약 중 국가대표 포상 포인트제 관련 내용 스크린 캡쳐)

 

국대 포인트제는 다른 리그에서 찾기 힘든, KBO리그만의 독특한 제도다. 이는 국제 대회 성적에 큰 의미를 두는 KBO리그가 선수들에게 보상 차 찾은 해법이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제도는 팬 입장에서 재미 요소가 되기 충분하다.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만큼 실력이 출중하고 이름을 알린 선수가 FA 자격을 언제 취득하는지, 혹시 예상보다 일찍 취득하는지’만큼 재밌는 주제도 찾기 힘들다.

2020년 LG 김현수의 예시는 이 전조였다. LG 김현수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21년 12월 30일 현재) 통산 타율 0.319에 1943안타와 212홈런에 빛나는 이 슈퍼스타는 다수의 국가대표 출전을 통해 ‘1 정규시즌’에 상응하는 국대 포인트를 쌓았다. 그에 따라 3년만인 2020년 말 FA 자격을 취득했다. 예상보다 1년 일찍 ‘타격기계 국가대표 외야수’를 다른 구단이 영입할 수 있게 되는 것만큼 비시즌에 볼거리가 있을까? 물론 결론은 기존 계약의 기간과 상충하는 등 이슈로 결국 FA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말이다(링크).

(LG 김현수의 등록일수 탭. 정규시즌 등록일수는 착실히 기록되어 있으나 국대 포인트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https://www.koreabaseball.com/Record/Player/HitterDetail/SeasonReg.aspx?playerId=76290

 

내친김에 국대 포인트에 대한 추가적인 사고실험도 해보자. 선수가 사용을 한 포인트는 공식 홈페이지에 별도로 표시하거나 삭제가 필요할 것이다. 선수가 국제대회의 성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면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으므로 이 또한 마찬가지로 추가 관리가 필수다. LG 김현수 사례와 같이 국대 포인트로 계약기간 중간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구단과의 계약 내용’과 ‘KBO가 공시한 FA 자격’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합의 및 문서화도 필요하다.

언뜻 복잡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복잡함은 성장과 발전의 증거다. 고조선은 단 8개의 조항만으로 나라를 운영했다. 수 천 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수 없이 많은 헌법과 법률 조항을 보유하고 있다. 사회가 성장하고 진보했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해져야 할 것은 복잡해져야 한다. 그래야 진보할 수 있다. 추측만 난무하다 기자나 구단이 KBO에 일일이 문의해야 답을 얻을 수 있는 리그가 과연 진보한 곳일까. 아니면 투명하고 세부적으로 자료가 공개되어 팬들의 관심과 담론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리그가 진보한 곳일까.

KBO가 후자가 낫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국대 포인트 공개’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야구공작소 곽창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김준업, 전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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