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자일스의 2016시즌은 실패하지 않았다

2016시즌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목표는 분명했다. 카를로스 코레아, 호세 알투베, 조지 스프링어 등으로 이루어진 야수진은 매우 젊고 재능이 넘쳤으며 댈러스 카이클, 콜린 맥휴,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 등으로 구성된 선발진 역시 매우 강력했다. 이들은 2015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오프시즌의 트레이드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듯 보였다. 바로 마무리 투수 켄 자일스의 영입이다. 2016시즌이 시작 되기 전, 휴스턴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무려 5명의 유망주를 내주면서 켄 자일스를 데려왔다.

휴스턴 get: 켄 자일스, 조나단 아로즈
필라델피아 get: 빈센트 벨라스퀘즈, 브렛 오버홀쳐, 해롤드 아로즈, 마크 어펠, 토마스 에쉘먼

하지만 켄 자일스의 2016시즌은 실망스러웠다. 자일스는 필라델피아에서 뛰었던 2년 동안 115.2이닝, 1.56 ERA, 1.037 WHIP를 기록했지만 휴스턴에서의 첫 해 성적은 65.2이닝 4.11 ERA, 1.294 WHIP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팀의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자일스는 비록 한시적이긴 했으나 5월엔 팀의 승패가 결정된 후에 등판하는 투수가 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결과적으로 우승에 도전하던 휴스턴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했으니 자일스의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그렇다면 휴스턴의 자일스 트레이드는 완벽한 실패일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듯 하다. 자일스의 부진을 언급하면서 2016시즌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일스는 과거의 압도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줄 만한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여주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자일스의 2016시즌은 4월엔 실패했지만 그 이후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불펜투수가 한 시즌을 보내면서 겪는 기복은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일스의 4월은 따로 생각해봐야 할 만큼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다.

자일스가 4월에 등판했던 11경기 중 무실점 경기는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4경기 뿐이었다. 또한 동점이나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점수를 내주고 팀을 패배로 만든 경기가 5경기나 되었다. 4월이 지날 무렵 자일스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일스는 4월의 부진 이후 자신의 경기력을 되찾았다. 경기당 1.5개가 넘는 탈삼진을 잡아내는 압도적인 모습을 시즌 끝까지 이어갔으며 65.2이닝, 4.11 ERA, 25볼넷, 102탈삼진으로 시즌을 마쳤다.(표1) 2016시즌에 자일스보다 삼진을 더 많이 기록한 불펜투수는 단 6명 뿐이었으며 K%(35.7%)와 K-BB%(26.9%)에서 모두 9위를 기록했다.

자일스는 2.86의 FIP를 기록했는데 6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투수들 중에서 ERA와 FIP의 차이가 자일스보다 큰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델린 베탄시스 단 한 명 뿐이었다. 즉 자일스의 2016시즌은 평균자책점만 높았을 뿐, 다른 기록을 봤을 때는 정상급 불펜투수였다. 4월의 부진만 없었다면 자일스는 이보다 훨씬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을 것이다.

자일스의 4월 부진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는 슬라이더 비율의 증가와 제구력 난조에서 찾을 수 있다. 90mph(약 144km/h)에 육박하는 자일스의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존 아래쪽으로 급격하게 꺾이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가장 많이 이끌어낸 구종이다. 자일스는 2015시즌에 37.83%였던 이 슬라이더의 비율을 2016시즌 47%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결과 2015시즌에 21.9%였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4월 39.3%로 크게 상승했고, 44.8%였던 땅볼 비율은 14.8%로 크게 하락하는 등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4월을 기준으로 자일스의 투구 분포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3, 4월엔 좌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며(그림1), 실제로 자일스가 3, 4월에 기록한 16개의 피안타 중 10개가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던진 공에서 나왔다.

그림1: 켄 자일스의 투구 분포도 (왼쪽:4월 / 오른쪽:4월 이후, 포수 시점) (출처 : BrooksBaseball)

하지만 자일스가 2017시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자일스가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인 것은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4월의 결과는 제구가 나빴던 몇 개의 실투가 만들어낸 결과였을 뿐, 4월 이후 자일스의 슬라이더는 그 이전에 비해 훨씬 위력적이었다. 자일스의 슬라이더는 무려 62.2%의 무시무시한 헛스윙률을 기록하며 2015시즌 기록한 48.9%를 상회했다. 자일스는 슬라이더로만 8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으며, 이는 총 탈삼진 102개의 80%를 넘는 수치다. 자일스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베탄시스, 바라클로에 이어 3위에 올랐으며(팬그래프 기준), 4월 이후엔 0.067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언터쳐블의 모습을 보였다.

사실 자일스의 제구력은 4월에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몇 개의 실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이 존 아래쪽으로 제구가 되었다. 과한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단 몇 cm 벗어난 실투들이 운 나쁘게 안타로 연결되며 자일스를 부진에 빠트렸다. 실제로 자일스는 2016시즌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타율(0.349)과 가장 낮은 잔루율(72.6%)을 기록하며 운 나쁜 시즌을 보냈다. 자일스가 존 아래쪽으로 던진 공은 0.057이라는 경이로운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작년만큼만 공을 존 아래쪽으로 제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설령 몇몇 실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공들이 모두 안타로 연결되는 불운이 없다면 자일스의 2017시즌은 4월의 부진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2016시즌동안 자일스의 공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자일스의 포심 패스트볼은 올해에도 평균 98mph(약 157km/h) 을 기록했으며 9월엔 최고구속 101mph(162km/h)을 기록하는 등 시즌이 갈수록 구속이 더욱 빨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그의 슬라이더는 이제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리빌딩 팀이 아닌 우승에 도전하는 팀에서 2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정신적으로도 훨씬 성숙해졌을 것이다. 2017시즌의 자일스는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는 휴스턴의 뒷문을 책임지고 자일스를 택한 휴스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참고: BrooksBaseball, Fangraghs, Baseball-reference,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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